백령도 저어새 3년을 관찰하고
상태바
백령도 저어새 3년을 관찰하고
  • 박정운
  • 승인 2023.02.03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17) 백령도 저어새(상)

 
인천의 남동유수지와 강화도 갯벌은 멸종위기 종인 저어새의 대표적인 번식지 및 서식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저어새가 백령도에 번식하러 찾아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천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백령도로 이주한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백령도를 찾아오는 저어새를 틈틈이 관찰했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백령도 저어새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했다. 저어새가 백령도에 언제 도착하고 언제 떠나는지, 번식은 어떻게 진행되며, 휴식 장소와 먹이활동 장소로 어디를 좋아하고 이용하는지, 가락지를 부착한 저어새 E05는 매년 월동지인 대만에서 잘 머무는지 등 궁금했던 내용을 정리했다. 

백령도 등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저어새(Black-faced Spoonbill)는 전 세계에 서식하는 6종의 저어새 중 하나이다. 2022년 1월 기준 약 6,162마리가 확인되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지정한 적색목록(Red list)의 위기종(EN)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를 받고 있는 새이다. 한반도 서해안의 무인도와 중국 랴오둥반도의 일부 무인도에서 번식하며, 한국, 대만, 베트남, 홍콩, 일본 등지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종의 저어새는 저어새(Black-faced Spoonbill), 노랑부리저어새(Eurasian Spoonbill), 검은턱저어새(Royal Spoonbill), 호주노랑부리저어새(Yellow-billed Spoonbill), 아프리카저어새(African Spoonbill), 분홍저어새(Roseate Spoonbill)가 있다. 

 

동아시아 저어새 서식지 분포 현황(2016년)
동아시아 저어새 서식지 분포 현황(2016년)


저어새는 집단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며 약 60%가 이 전의 번식지를 다시 방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3월에 도착해서 4월부터 번식을 시작하고, 7월 말이면 번식을 마친다. 번식이 끝난 후에는 더 이상 번식장소에 머물지 않고 주변의 갯벌, 강 하구, 호수 등에서 머물다가 10월 중순이 되면 월동지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백령도에는 저어새가 언제 왔다가 언제 떠날까? 

모니터링 진행은 2020년 4월 1일 ~ 10월 31일, 2021년 3월 1일 ~ 10월 31일, 2022년 3월 1일 ~ 11월 30일 사이에 진행했다. 저어새의 도착시기, 번식시기, 이동완료시기, 이소 후의 어린 저어새들의 교육(훈련)장소, 휴식장소와 먹이활동장소 등을 관찰했다. 관찰 지역은 남포리 화동염전/습지, 진촌 솔개지구 및 북포리 간척 논 일대, 백령담수호, 관창동 지역의 논 등을 중심으로 진행했고, 비정기 관찰지역으로는 가을리, 중화동, 연화리, 진촌리 등의 논과 사곶해변 갯벌 지역이었다. 

 

  저어새 모니터링 지역 - 1.연화리 2.가을리 3.북포리 간척지(논) 4.백령담수호 5.화동염전 6.중화동 7.사곶해변(용기포) 8.솔개지구간척지(논) 9.진촌리 논
  저어새 모니터링 지역 - 1.연화리 2.가을리 3.북포리 간척지(논) 4.백령담수호 5.화동염전 6.중화동 7.사곶해변(용기포) 8.솔개지구간척지(논) 9.진촌리 논

2020년에는 4월부터 관찰을 시작하게 되어 3월의 첫 도착일을 기록하지 못했다. 4월 11일 번식장소에서 둥지 3개를 확인했고, 6월 중순 무렵부터 어린 저어새의 모습이 화동습지와 인근 논경지에서 먹이활동 중인 저어새 무리들 속에서 관찰되었다. 번식을 마친 저어새들은 8월 전후로 백령도를 모두 떠났고, 8월 22일 어린 저어새 1마리가 화동습지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됐다. 

 

2020년 8월 22일, 화동습지에서 혼자 남아 있던 어린 저어새 
2020년 8월 22일, 화동습지에서 혼자 남아 있던 어린 저어새 

2021년은 3월 27일 진촌 솔개지구에서 7마리가 처음 관찰됐다.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날이었고 물이 차 있는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무리 중에 가락지를 부착 E05도 있었다.

4월 7일 논갈이를 가장 먼저 시작한 논에서 먹이활동 중인 모습을 관찰했고, 5월 1일 번식장소에서 둥지 6개와 준비 중인 저어새 2쌍을 확인했다. 5월 5일 백령도 내 대부분의 논에 물이 차 있었다. 번식을 마친 저어새들은 8월 전후로 백령도를 모두 떠나고, 8월 19일 화동습지 내에서 휴식 중인 어린 저어새 1마리를 마지막으로 관찰했다. 

 

2021년 3월 27일,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날 도착한 저어새 7마리 
2021년 3월 27일,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날 도착한 저어새 7마리 

2022년의 첫 관찰은 3월 15일 화동습지에서 휴식 중인 저어새 1마리였으며, 3월 25일 화동습지와 진촌 솔개지구의 논에서 가락지를 부착 E05를 포함한 저어새 6마리를 관찰했다. 4월 3일 번식장소에서 둥지 4개를 관찰했고, 6월 3일 번식지에서 번식을 마친 5쌍과 포란 중인 3쌍, 2~3년생 중 둥지를 짓는 1쌍과 준비 중인 1쌍을 관찰했다. 이날 모니터링을 함께 한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번식이 완료된 둥지에서 부화한지 3~5주 정도 된 어린 저어새들이 보인다고 했다.

번식을 마친 저어새들은 8월 전후로 백령도를 모두 떠나고, 8월 25일 화동습지에서 휴식중인 어린 저어새 3마리가 관찰되었다. 2022년 모니터링에서 특이했던 점은, 5월 5일 화동습지에서 5마리의 저어새가 관찰됐는데 그 중에 가락지를 부착한 Y57가 있었다. 백령도에서 처음 관찰된 Y57는 2020년 6월 26일 강화도 각시암에서 태어난 저어새(수컷)이다. 그리고 10월 1일과 10월 17일에 화동습지에서 어린 저어새 1마리가 관찰되었는데, 타 지역에서 태어난 저어새가 월동지로 이동 중에 백령도에 들렸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편에 계속)

2022년 6월 3일, 부화한지 3~5주 된 어린 저어새들의 모습이 보인다.
2022년 6월 3일, 부화한지 3~5주 된 어린 저어새들의 모습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