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물듦' 발달장애청년들, 우왕좌왕 '자리잡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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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물듦' 발달장애청년들, 우왕좌왕 '자리잡는 중'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23.01.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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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목공소품가게 서로물듦(서구 석남동) 신년회 스케치

미세먼지가 심해진 지난 1월 7일 오전 인천 서구 석남동 '서로물듦' 신년회 초대를 받아 찾아갔다. 좀 일찍 도착한 공간의 널찍한 전창에 꽉 찬 소품이 맞아준다.

지난해 11월 마을 공론회 자리에 참여해 이 공간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 달 반 만에 참여한 공간에는 다양한 소품들과 함께 온기가 느껴졌다.

운영자들이 잠깐 물건을 챙기러 간 사이 빈 가게를 열고 들어가니 막 따라 들어온 주민이 큰 나무 도마를 고르더니 사고 싶다고 해서 엉겁결에 공간를 간단히 소개하고, 물건을 팔았다.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더 있냐고 물어서 주문할 수 있다고 연락처를 알려드렸다.

서로물듦_서구 길주로 76번길 31 (석남동)@
서로물듦_서구 길주로 76번길 31 (석남동)@
소박한 의자부터 책꽂이며 소품함 등 제품의 다양성을 넓혀가고 있다@서로물듦 제공

서로물듦은 다양한 목공소품을 기본으로 친환경 소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주인 없는 가게에 주인 노릇을 하며 가게 안을 훑어보았다.

커피는 두 가지만 가능@
커피는 두 가지만 가능@

서로 이해하는데 많은 설명이 필요한 가게지만 수고로운 손글씨가 이해를 넓혀준다.

소소하게 쓰임 있는 소품들이 준비되고 있다@서로물듦 제공
함께맞는비, 처음처럼, 더불어한길 .. 익숙한 글들이 목각으로 새겨져 있다. 서각 작품은 우리동네목공방 협동조합 이사장 이응걸 목사의 작품이다 @서로물듦 제공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청년들이 의자에 그린 그림, 특별하게 느껴진다.@
승준씨가 그린 그림으로 엽서를 제작해 판매중~@
십자가등_'아! 얼마전 성탄절이었는데... ' 하는생각이 들었다. @
의자 _ 까많게 빼곡히 그림처럼 씌어있는 것은 지하철 역이름이다@
연탄처럼 생겼지만 연필꽂이, 까만 색을 칠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물듦‘은 인천시 서구 길주로 76번길 31 (석남동), 과일가게와 건강차 판매점 사이에 있다. 잠깐 둘러보는 사이 많은 사람이 관심 있는 얼굴로 들여다보고 지나간다. 

 

장애&비장애, 서로 함께 물들어가요 

‘서로물듦’은 인천 서구에서 발달장애 청년들과 비장애 청년들이 짝꿍맺기를 하고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다양성 사업을 기획하며 만들어진 이름이다.

2019년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발달장애청년 공동체인 ‘한길공동체’를 만들고, ‘우리동네목공방 협동조합’이 진행한 목공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청년들이 2020년 서구민중의집, 청년문화기획사 웨스트나인이 함께 기획, 진행했다. 

2020년 목공, 합창, 샌드아트 프로그램, 2021년 목공, 텃밭&공예, 보컬 프로그램, 2022년 목공, 텃밭공예,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때 텃밭&공예 활동을 하며 친환경 사업과 관련을 맺어 목공소품과 함께 친환경 소품을 판매하게 되었다.

 

민식씨 그림 작업중@서로물듦 제공
'거북이' 김민식 작품@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 문화다양성 사업으로 진행된  '서로물듦' 3년의 활동을 마치고 서구 '민중의 집' 자투리 공간과 사회적협동조합 ‘상도’의 협력으로 지역 상점 공간에 친환경 잡화점을 입점, 운영했다.

이후 발달장애청년들의 자립과 직업체험, 업무습득과 일자리 창출의 고민을 하며 마을과 발달장애청년모임 한길공동체와 '우리동네목공방 협동조합'이 공동출자해 공간(서구 길주로 76번길, 31)을 마련했고, 함께 작업한 소품들을 채우며 어떻게 공간을 만들어갈지 인천시 마을지원센타의 마을상설공론장의 지원을 받아 이야기 자리를 갖고, 나갈 방향도 고민했다.

11월 9일, 마을상설공론장 서로물듦
11월 9일, 마을상설공론장 서로물듦@한길공동체
11월 9일, 마을상설공론장 서로물듦
11월 9일, 마을상설공론장 서로물듦 @한길공동체

 

목공방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목공소품 판매를 기본으로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텃밭공예-친환경 잡화등도 판매하며 이웃과 교류하며 발달장애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상업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서로 애써보자며 지난 2022년 12월 10일 개업식을 갖고, 공동 운영규칙을 마련해 문을 열었다.

2022년 12월 10일 개업식 풍경@서로물듦 제공
2022년 12월 10일 개업식 풍경@서로물듦 제공
2022년 12월 10일 개업식 풍경@서로물듦 제공
2022년 12월 10일 개업식 풍경@서로물듦 제공
2022년 12월 10일 개업식 풍경@서로물듦 제공
2022년 12월 10일 개업식 풍경@서로물듦 제공

 

신년회, 자리잡기

2023년 1월 7일 토요일 오전 11시 신년회에서는 발달장애청년들과 부모, 지인, 협력해온 사회적협동조합 ‘상도’ 우리동네목공방 조병하 이사, 서구 민중의 집 이애향 공동대표 등이 참여해 지원과 응원을 함께 했다.

서로에게 나눌 선물도 준비하고@
한가지씩 준비한 음식도 펼쳐놓고@
한가지씩 준비한 음식도 펼쳐놓고@
발달장애인들의 행복한 쉼과 미래의 공간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발달장애인들의 행복한 쉼과 미래의 공간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송도에서 온 서재현(27세)씨 어머님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 자녀보호가 어려운데 집이 너무 멀어서 이 공간을 함께할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이런 공간이 곳곳에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발달장애자녀를 둔 박성현 님은 중증발달장애청년들이 함께하기엔 어려움이 많아 아쉽다며, 다양한 스펙트럼에 적절한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동주동표 가족 신년회 축하공연@
동주동표 가족 신년회 축하공연@
동주동표 가족 신년회 축하공연@
함께불러요~@
동주동표 가족 신년회 축하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 서로물듦@

문진미(발달장애청년 김승준씨 어머님)씨는 개업식을 할 때만 해도 아주 두렵고 너무 힘들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자신도 너무 좋다며 기쁘게 웃었다.

공간지킴이 봉사를 하는 허현규씨 어머님 이명숙씨는 고집 센 아들이 집(계양구)에서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기를 고집해 걱정이 많이 되지만 이곳에 오는 걸 너무 좋아하고, 지키미 활동에 책임감이 높고, 주인의식도 있는 것 같아 좋다고 한다.

가재순 서로물듦 대표@
화면 가운데 좌측_가재순 서로물듦 대표@
중앙 청회색 점퍼 _ 조병하 우리동네목공방 이사 @
중앙 청회색 점퍼 _ 조병하 우리동네목공방 이사 @

가재순 대표는 아직 우왕좌왕 자리 잡는 중이라 부족하지만, 열심히 꾸준히 해 나갈 테니 이웃과 관심 있는 시민들의 지원과 응원, 참여를 부탁한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조병하 대표는 팔아야 할 물건들 열심히 만들자며 청년들을 독려했고, 자리 잡을 때까지 월세를 지원할 테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잘 자리 잡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이 공간의 운영은 한길공동체 청년들과 부모, 지원단체 활동가가 분담해 열고 있는데 여러모로 한계가 있어 공간봉사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하루 2시간, 일주일 단위로 정기적인 참여를 원하고 있는데 032-573-2341로 문의, 신청하면 된다.

북적북적 제법 잔칫집 분위기, 이웃과 함께 멋진 공간으로 자리잡길@
북적북적 제법 잔칫집 분위기, 애쓰고 계신 청년부모님들@

장애가 벽이 되지 않길, 다름이 어울려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물들어가길, 마을공동체가 기꺼이 그 다름을 껴안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서로물듦'이 인천 곳곳에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자리잡는 그날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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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봉사 참여와 다양한 소품 구매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이들의 일자리가 되고, 자립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대표님 말씀처럼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이곳에 물들여주세요.

=> 공간봉사 및 제품 구입 문의 032-573-2341 / 주소 : 인천 서구 길주로 76번길,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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