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아이... 관심받고자 하는 데 엄마는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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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는 아이... 관심받고자 하는 데 엄마는 우울
  • 신우항
  • 승인 2023.01.05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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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과 우리사회]
(4) 무는 아이 -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아이와 부모의 관계 특히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중요성은 현대사회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또한 엄마의 감정이 아이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엄마의 슬픈 감정(우울)과, 아이의 관심받고자 하는 욕구가 더해져 좋지못한 결과로 이어진 사건이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18년 7월의 어느날.

D아동의 어머님께서 내원하셨다. 보통은 전화로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데 D아동 어머님은 아동을 유모차에 태운 채 들어가도 되는지 물으시며 방문하셨다.

"지나다 간판보고 들어왔는데 상담 되나요?"

키가 크고 몸이 부은 듯 한 모습의 어머님은 남편의 잦은 언어폭력으로 인한 아동의 늦은 언어발달, 그리고 특히 무는 행동때문에 고민이라 하셨다.

한번은 마트에서 또래의 아동 얼굴을 피가 날 정도로 물어 보상했었고, 어린이집에서는 또래 아이의 귀를 물어 보상한 적이 있으며, 심지어 치료실에서는 하도 또래를 물어서 치료 못하겠다고 오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라 말씀하셨다.

3세 정도 되어 보이는 D아동을 잠시 보며 언어평가를 권해 드렸고 이틀 뒤 언어평가를 하기로 예약 하셨다.

다음날. 연구소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 까지인데 늦은 8시 쯤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사실 남편의 언어폭력 부분에서 걱정을 했는데(보통 언어폭력이 실제폭력으로 연결될 확률이 매우 높음) 남편이 자신에게 돼지라고 욕하고 따귀를 때려 귀가 이상해 병원에 갔더니 왼쪽 고막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씀 하셨다.

또 자신이 처녀 때 굉장히 늘씬하고 예뻤는데, 지금 갑상선저하증과 스트레스로 몸이 부어 남편이 계속 돼지라고 욕하며, 오늘은 폭력까지 행사했다는 것이었다.

 

사진 출처 = euractiv.com
출처 = euractiv.com

젊었을때 모델만큼 아름다우셨던 D아동 어머님은 지금의 남편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남편의 끊임없는 구애에 맘을 열고 결혼하셨는데, 이제 출산 후 갑상선저하증과 스트레스로 몸이 비대해 지니 남편이 돼지라 욕하며 놀린다고 하셨다.

얼마나 자존감에 상처를 받으셨을까? 얼마나 우울함에 힘드셨을까?

"내일 평가 상담이 있으니 남편분과 함께 상담하러 오세요."

"제가 엄마의 감정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남편분께 많은 설명 드리겠습니다."

D아동은 영유아 언어발달검사(SELSI) 검사 결과 약 9개월 딜레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의 잦은 폭력으로 인해 엄마가 우울과 스트레스를 받고, 아동 자신 또한 급한 성격과 관심받고자 하는 욕구가 커 또래들과 원만한 관계가 이루어 지지 않으니 무는 것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경우이다.

상상해 보자. D아동은 엄마로 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데, 엄마는 정작 우울과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친구와 잘지내고 관심받고 싶은데 말을 못하니 화가 난 마음에 물었더니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자신을 안아서 친구와 떨어뜨려 놓는다.)

얼마나 관심받고 좋은가! 부적 강화(否的 强化, negative reinforcement)가 된 것이다. 평가상담에서 아버님께는 절대 부인에게 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시지 말라 말씀드리고, 어머님께는 아동의 심리상태 회복을 위해 놀이심리 주2회, 부족한 언어를 위해 언어1회 그리고 어머님 심리 상담 주1회 후에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말씀드렸다.

남편들이여 아내를 노엽게 하지 마시라! 아내에게 잘하는 것이 아내에게도, 자녀에게도, 남편 자신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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