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로 세상을 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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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로 세상을 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려면
  • 최원영
  • 승인 2022.12.05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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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 81화

 

 

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 속에서 살까요? 어쩌면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편견이 작용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긍정력 사전》(최규상)에 이런 예가 나옵니다.

한 남자가 항공사 안내원에게 전화해 물었다.

“뉴욕에서 보스턴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안내원이 말했다.

“잠깐만요.”

이 말을 들은 남자는 “고맙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안내원이 ‘잠깐요’라고 말한 것은 ‘잠깐만 기다려보세요’라는 의도로 말했을 겁니다. 그러나 남자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말로 이해했던 겁니다.

이렇게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끝까지 들어야겠다고 마음먹어야만 합니다.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아잔 브라흐마)에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명 화가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 깨어나자 자기 손이 절단된 것을 알았다. 화가인데, 손이 없으니 살아갈 목적을 잃었다. 퇴원하자마자 고층빌딩 꼭대기로 올라갔다. 자살하려고.

멀리 땅바닥을 보던 그는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양팔이 없는 사람이 인도 위를 걸어가며 즐겁게 춤을 추는 게 아닌가. 그때 그는 마음을 바꾸어 먹기로 하고, 그에게 가서 비밀을 묻기로 했다.

“감사해요. 선생님이 제 생명을 구해주셨어요. 저는 화가인데, 오토바이 사고로 그림 그리는 손을 잃었어요. 상심해서 자살하려던 참에 양팔도 없이 춤추며 즐겁게 사는 선생을 보았어요. 그 비밀을 알려주세요.”

그의 말이다.

“사실 말이죠. 난 즐거워서 춤추고 있던 게 아니에요. 그저 엉덩이를 긁으려고 애쓰던 중이었어요. 팔 없는 사람이 가려운 엉덩이를 도대체 어떻게 긁을 수 있단 말이요? 그러나 살다 보니 팔이 없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팔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 살고 있소.”

화가의 자살을 막아준 사례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많이 우리 자신의 기준과 판단으로 남의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편견은 돋보기를 통해 넓은 세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돋보기 밖의 세상을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돋보기 안의 세상만을 전부라고 믿습니다.

특히 마음이 급하면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급하게 달리다 보면 길가에 피어난 꽃,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나무 위에 걸터앉아 노래 부르는 새를 못 봅니다. 오로지 결승선만을 향해 달릴 뿐입니다. 꽃과 하늘과 구름, 새가 달리는 우리에게 인사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내가 옳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들, 내가 틀렸다고 믿고 있는 것들은 혹시 나의 편견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여유로움이 갈등과 불행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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