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세티아에 마음을 빼앗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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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세티아에 마음을 빼앗기다
  • 송자
  • 승인 2022.12.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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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송자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포인세티아
포인세티아(국립수목원)

 

“와! 환하다.”

“좋기는 한데 너무 크네. 삼분의 일쯤이면 좋겠어.”

아내와 꽃을 구경하다 한 곳에서 멈췄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포인세티아는 크기가 한 아름쯤 됩니다. 거실에 놓기에는 자리를 많이 차지합니다. 눈길을 돌리는 순간 또 다른 화분이 모서리 밖으로 보입니다. 두어 걸음 옮겼습니다. 작은 화분입니다. 세 개가 한 묶음입니다. 포인세티아입니다. 큰 화분에 비해 값이 저렴합니다. 우리 집안에 놓아도 좋을 듯싶습니다.

“저거는 어때요?”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살까말까 잠시 망설이다 그만두었습니다. 좋기는 한데 가지고 가는 게 문제입니다. 차를 집에 두고 걸어왔으니 다른 물건과 함께 들고 가기에는 무리입니다.

여우의 신 포도처럼 트집을 잡았습니다.

“좀 시든 것 같지 않아. 다음에 와서 좀 싱싱한 것으로 가져가지 뭐.”

우리는 꽃을 좋아하지만 키우는 것도 좋아합니다. 지금은 꽃을 가꾸는 것을 그만두었지만 이사를 오기 전까지는 화분이 집 베란다를 모두 점령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남향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작고 초라해 보이는 꽃도 얼마 후에는 윤기가 흘렀습니다. 물론 해마다 분갈이를 해주었지만 농사의 칠 할은 하늘이요 삼 할은 농사꾼의 정성이라는 말처럼 크게 노력을 하지 않았어도 잘 자랐습니다.

지금 사는 집은 북향입니다. 전에 살던 집과는 달라서 그런지 화초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음지 식물과 양지 식물은 습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그 많은 화분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몇 그루만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마저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꽃을 잘 키운다고 나름대로 자부를 가지지만 몸살을 하는 양지 식물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마저도 시집을 보냈습니다.

지금 거실에 있는 서너 개의 화분도 새로 구한 음지 식물입니다. 신경을 덜 써서 그런지 화초가 이전 만큼 생기발랄하지 않습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집 안 밖이 황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밖의 나뭇잎들은 대부분 떨어지고 엉성한 가지를 지키는 것들도 갑자기 들이닥친 찬바람에 바르르 떨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이웃의 교우분이 우리에게 포인세티아를 선물한 일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살릴 겸 밝은 새해를 맞이하라는 의미입니다. 그 해 겨울은 실내의 분위기가 한층 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천에 살 때는 제라늄의 빨강 꽃 덩이가 서늘한 거실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칙칙하고 흐린 날에는 빨강색을 지닌 꽃들이 움츠러든 나의 마음을 평상시의 기분으로 되돌려 주기도 합니다.

세월에 따라 사람의 취향도 바뀌는 모양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은은한 파스텔 계통의 꽃이 마음에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원색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지금 내가 말한 포인세티아나 제라늄처럼 짙은 색을 지닌 꽃을 좋아합니다. 빨간 장미, 석류꽃과 열매도 눈에 들어옵니다.

나는 꽃다발보다 화분을 선호합니다. 실속을 따져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한 다발의 꽃은 즉시 효과가 있습니다. 받는 순간 얼굴을 찌푸리는 일은 없습니다. 꽃다발을 안고 찍은 사진의 모습에는 미소나 함박웃음이 살아있습니다. 그에 비해 화분은 은은함이 지속됩니다. 잘만 건사한다면 두고두고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잠시 꽃 타령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꽃은 예로부터 늘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아직도 우리가 즐기는 꽃놀이가 있고 옛날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는 꽃에 대한 민담과 우리 민요 중에 꽃 타령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몇몇 가수의 노래 제목도 생각납니다. 꽃반지, 찔레꽃, 꽃길, 꽃을 주제로 한 동요도 있습니다.

내가 앞으로 꽃을 잘 가꾸리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부지런함도 끈기도 조금씩 줄어들고 변명 같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꽃을 가꾸기에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빨래를 널고 나면 몸을 움직이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베란다 역시 협소합니다. 이곳에 주먹보다 작은 다육식물 셋, 머리통만한 화분에 아이비 하나, 사시사철 흰 꽃을 피우는 나비 꽃 하나가 전부입니다.

아무래도 내일은 한가한 시간에 다시 꽃집을 방문해야겠습니다. 이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거실을 수놓아야겠습니다.

 

포인세티아(다음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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