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정, 사업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상태바
"문화행정, 사업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22.11.30 1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3) 홍보·연속성·아카이빙·문화교육의 중요성
인천in은 6월부터 11월까지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라운드테이블을 3회에 걸쳐 진행한다. 연극, 문학, 미술, 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천 문화·예술계 청년 8인이 그들의 시각에서 인천문화의 발전과 청년의 역할에 대해 제언하며 인천문화의 가치, 정체성, 발전방향 등에 대해 토론한다. 3차 라운드테이블이 11월 24일 열렸다. 

 

인천in과 인천 문화청년 8인이 함께하는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3차 라운드테이블이 24일 오후 3시 미추홀구 주안동 문화콘텐츠산업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공지선 작가, 권근영 15분연극제 대표, 김푸르나 작가, 김현우 화수분제작소 대표, 신미래 인천문화재단 주임, 양은경 작가, 진기환 문학평론가, 박이슬 임시공간 큐레이터 등이 참석했다.

 

홍보마케팅 활성화되어야

먼저 2차 라운드테이블에서 제기됐던 공적 영역에서의 문화예술 홍보의 문제가 다시 나왔다. 현재 인천문화재단에서도 홍보마케팅을 전담하는 부서가 부재하며, 1인의 홍보 담당자가 보도자료,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홍보 업무 뿐만 아닌 여러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적 영역에서의 문화예술 홍보마케팅 활성화, 홍보 플랫폼 구축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신미래 인천문화재단 주임은 "인천 내 공적영역에서의 문화예술 홍보마케팅 기능이 부족하다"며 "예술가와 시민을 잇는 공적 홍보마케팅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단에서 인천 예술인들의 문화예술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인천문화정보 아이큐>사이트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단계”며 “예술가들의 자체적인 홍보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간접영역의 지원형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지선 작가는 “<인천문화정보 아이큐>에 올라오는 정보가 너무 한정적이다”며 “사람들은 문화예술 행사를 찾아갈 때 단순히 포스터만 보지 않는다. 아이큐에서 전시, 공연 정보를 게시할 때 전경이나 행사 이미지 등을 같이 병기해서 올리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공지선 작가는 “요즘 행사에서 가장 유입이 많은 경로가 현수막 광고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지역 내에서 현수막이나 버스 광고가 실효성 있는 홍보 수단으로 작용하니 아이큐 홍보를 이런 매체를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은경 작가는 “단순히 보도자료성 글을 배포할 것이 아니라 행사 전에 비평가나 작가를 초청해 리뷰나 비평 등의 글이 나온다면 좋은 효과가 날 것 같다”며 “BGA라는 플랫폼에 들어갔었는데 그림 한 장에 관한 평론가, 비평가들의 글이 한 편씩 있어서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개인의 감상이 담긴 정보를 접했을 때 전시 등의 행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진기환 문학평론가는 “도서관을 예로 들면, 인천 내에 있는 도서관들이 생각보다 연계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홍보 부족의 문제일 것”이라며 “도서관의 위치나 프로그램 정보를 일괄적으로 볼 수 있는 아이큐와 같은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도서관마다 사이트에 직접 찾아서 클릭하지 않으면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화 행정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참여자들은 문화 행정의 연속성을 위해 문화 기관·단체들이 정치에 휘둘리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어졌다. 또 기관에 인사 이동이 있을 때 기존에 구축해 놨던 시스템이 바뀌거나 문화예술 사업 담당자가 지나치게 자주 바뀌어 공들여 쌓은 자료 등이 제로화되는 점도 지적했다.

김푸르나 작가는 “인천 내 한 기초문화재단에서 같은 사업을 3년 정도 이어서 하고 있는데 담당자마다 행사 내용의 편차가 심한 것 같다고 느꼈다”며 “사업이 잘 돌아간다 싶으면 담당자가 바뀌어버려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불편함을 겪었었다. 문화예술사업은 기획자를 지속적으로 고용해 이어 나가는 등의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이 운영됐으면 좋겠다. 지금의 방식으론 이름만 이어가고 안에 콘텐츠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근영 15분연극제 대표는 “문화예술 쪽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지역의 창작자, 주민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사업을 꾸려가는 것이 많기 때문에 조금 다른 결로 세심하게 업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아카이빙으로 생태계 활성화를

참여자들은 이와함께 문화예술 콘텐츠 아카이브(archive)와 크리틱(critic)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입을 모았다.

김현우 화수분제작소 대표는 “인천의 문화예술을 다루는 아카이빙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며 “다른 작가분들의 지난 작업을 살펴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사업 체계 안에서 사업 종료 후 각 사업의 주요 취지나 내용 등을 시민과 공유하고, 관련 전문가의 소감이나 의견을 받아볼 수 있는 과정이 마련되면 매우 유익할 것 같다”며 “매년 수많은 사업이 펼쳐지는데, 그러한 지역예술의 수많은 논의와 흐름이 잘 기록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아카이빙 작업이 잘 이뤄진다면, 인천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푸르나 작가는 “문화예술 행사는 너무 많은데 우리가 직접 다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정보를 접할 수 있게 아카이빙이 잘되어 있으면 좋겠다”며 “행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하거나 자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인건비를 행사 예산에 필수적으로 편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양은경 작가는 “오래된 영화제는 아카이브 페이지가 운영이 잘되어 있어서 작업물을 찾아보기 손쉽다”며 “예전에 인천문화재단에서 ‘인천문화예술 인터뷰 기록사업’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 사업처럼 인천에서 열리는 전시 리뷰를 인천에 사는 예술가한테 부탁하는 자리가 있으면, 교류도 생기고 아카이빙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이슬 임시공간 큐레이터는 “인천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다.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뿐만 아니라 좀 더 물리적인 공간도 잘 구축이 된다면 연구자나 비평가들도 자연스럽게 인천 문화를 연구하러 유입이 될 것”이라며 “그런 유입으로 크리틱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아카이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미래 인천문화재단 주임은 “재단에서도 인천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 9월 심포지엄을 열어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아카이브 구축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미래 주임은 “재단 내 일부 사업에서는 현장평가를 운영하여 관련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멘토링·크리틱 등 간접 지원 영역이 더욱 확대되어 지역 예술가들이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술가 지원, 창작생애 주기도 고려해야

2차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왔던 예술가 지원 정책이 ‘청년’이라는 생애로 구별하지 말고 ‘창작 생애주기’에 따라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다시 개진됐다.

김푸르나 작가는 “예술가의 경우 은퇴가 따로 없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예술가 청년의 삶은 일반적인 청년의 삶의 경험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청년미술이 뭔지도 모르겠고, 청년과 구세대를 분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프레임을 씌우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40대가 잘 넘어가야 예술활동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예술가들이 많은데 거기에 대한 지원은 갑자기 없어진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진기환 문학평론가는 “문학을 하는 저에겐 청년 문화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문학에서는 젊은 작가란 단어를 사용하고 청년 작가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글을 쓰시는 분들도 물리적인 나이와 자기가 글을 쓰기 시작한 나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이어 “나이를 기준으로 지원의 범위를 규정하지 말고 여러 갈래를 만들어 놓고 지원 받을 방향을 예술가의 선택에 맡기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제시했다.

 

청년예술가 주거 정책, 문화예술교육 시급

권근영 15분연극제 대표는 “도서관이나 극장마다 예술성을 갖춘 특화된 곳이 인천에 있으면 좋겠다”며 ‘천장상우화극장’을 예로 들었다. “천장산우화극장은 지역의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든 도서관 속 블랙박스 극장으로 성북문화재단이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다. 인천은 민관이 같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시도를 도서관과 극장이 적극적으로 해나가면 좋겠다.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특성 없는 문화공간들이 개수만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사가현의 다케오시는 인구가 적인 도시지만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연간 100만명이 방문할 정도이다. 인천도 지역의 예술가와 주민과 협력한다면 특색 있는 기획으로 공공 문화 공간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년 예술인 주거 정책 관련하여 작년에 설문조사도 참여했었는데, 올해는 진행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 부천시의 경우 하반기에 ‘청년예술인주택’ 입주자를 모집한다고 안내했다. 예술인과 문화산업종사자 뿐만 아니라 부천시 문화예술관련 대학 학과에 재학하는 학생도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 지역의 예비 문화예술인의 주거 안정화까지 고려하는 정책으로 인천도 시급하게 진행해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김푸르나 작가는 “인천에선 예술교육이 너무 없다. 시민들을 위한 예술 교육이 전무해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서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가는 것을 낯설어 한다”며 “예술교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시급하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예술가가 상주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공지선 작가는 “문화예술교육은 지역에 좋은 씨앗을 심는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예술하는 청년들을 만들고 붙잡으려면 어렸을 때 기억이 중요하다”며 “문화예술 교육이 성인들한테도 들어가면 지역에 애정이 생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공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