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장애 아동을 대하는 우리 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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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장애 아동을 대하는 우리 사회는?
  • 신우항
  • 승인 2022.10.1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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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과 우리사회]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영유아, 아동기에 언어·학습 장애를 겪으며 병원이나 관련 기관을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지난 5년간 장애아동발달기관에서 상담을 맡아왔던 신우항 언어인지상담사의 연재를 통해 장애를 가진 아동과 가족, 그들이 처한 삶과 우리 이웃의 자세, 그리고 우리 아이 바르게 자라고 있는 지에 대한 사회적, 의학적 정보들을 함께 생각해 본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인기로 많은 사람들이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om disorder) 중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도 그렇것이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면서도 시청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고기능성 자폐증상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비슷하나 한쪽으로 영재성을 띄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에서 우영우 변호사는 기억력과 암기력이 매우 우수하게 묘사된다.

드라마 우영우
드라마 우영우

드라마 우영우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드라마에서 우영우의 특성을 몇 가지만 집어보자. 먼저 눈맞춤이 안된다. 사람의 얼굴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 여러 표정의 아빠 사진을 보면서 감정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냉장고 속 생수와 접시의 김밥이 흐트러짐을 참지 못하고 가지런히 놓는 행동을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은 따라하는 (반향어)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 파악을 못해서 자기가 하고픈 향유고래 이야기만 한다. 큰 소리에 예민하여 늘 헤드셋을 쓰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도 1분 이상 잡지 못하는 등 전형적인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통사람은 상상도 못할 기억력과 암기력으로 법전을 완벽히 외우며,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완벽히 해결한다.(어찌보면 천재다!)

자폐스펙트럼의 모습과 영재성의 두 모습을 모두 가진 우영우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부분도 모두 가지고 있다.

우리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도움주기도, 받기도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똑같은 사회구성원인 것이다.

그러나 우영우와 같은 장애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외면받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 낙인찍기

출처: healingmagazine.org
출처: healingmagazine.org

2019년 12월의 어느날, 한 어머님이 아들 A군과 함께 내원했다.

A군은 겉으론 장애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많이 지쳐있는 모습으로 어머님은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검사한 검사지를 보여주시며 말씀하셨다.

"선생님! "

"이 검사 결과서 좀 보세요."

"작년에 예약 후 1년 걸려 검사받았고,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결과서를 보시곤 저한테 '어떻게 해 드릴까요?' 이러시네요?"

"제가 방법을 알면 병원에 갔겠습니까?"

"서울에서 하루밤 묶어가며 병원을 찾아 몇 십만원을 들여 검사했는데 아이 결과가 안좋다고 방법이 없다 하시면, 전 어찌해야 합니까?"

결과서를 보니 지능이 상당히 낮게 기록되어 있었다.

A아동의 진단명은 특정학습장애(Specific learning disorder) 중 난독증(Dyslexia)이었다. 한번 이렇게 낙인 찍히면 A아동은 어느 곳에 가도 그 낙인이 사라지지 않는다.

부모가 장애아동을 장애로 인정하는 단계는 엘리자베스 큐블러로즈(Elisabeth Kubler Rose) 의 죽음을 인정하는 5단계와 비슷한 심리상태를 거친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힘들게 다섯 단계를 지나 마음잡고 첫번째로 만나는 사람이 소아정신과 선생님인데,

검사 받는것도 밀려있어서 대개는 예약 후 작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여 기다린다.

검사비용도 수십만원 들고, 온가족이 시간을 내서 병원을 찾아 검사받았는데, 검사 결과는 마치 그 아이의 전부인냥 일반화 하여 낙인찍어 버린다.

"이 데이터는 참고자료입니다." "아이의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열심히 치료 해 봅시다!" 라는 위로와 용기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인데 의료 현장에서는 말처럼 쉽게 진행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아이가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은 첫 관문에서 부터 낙인찍기 당하기 쉬운게 냉혹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보통의 우리들이라고 그들에게 우호적인가? 장애아동과 그 가족이란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는 않는가? 우리와 조금만 다른 모습을 보이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드라마 우영우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우리 자신의 모습, 우리 사회의 현실을 깊이 되돌아 보고, 다시 한번 장애인들을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그들을 분리시키고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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