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조 같은 장모루촌(정서진)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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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낙조 같은 장모루촌(정서진) 사랑 이야기
  • 김정아
  • 승인 2022.10.13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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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인천설화]
(10) 정서진 사랑이야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찾아 인천여행을 떠나본다.

 

라디오에서 이맘 때가 찾아오면 늘 들려오는 노래가 있다.

“계절은 돌고 돌아 돌아오는데 사랑은 돌고 돌아 떠나버리고

추억을 돌고 돌아 멈춰 서있는 다시 그 계절이 왔나 봐“ (바이브_ 가을타나봐 중)

계절이나 기후의 변화에 감정의 영향을 받아 ‘타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가을이라는 단어만큼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가을 타고 낙엽은 물들고 그 빛깔따라 아름다운 석양도 번져간다.

 

서쪽사랑노래 1_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서쪽사랑노래 1_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우리나라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정서진에는 가을낙조만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라뱃길 시천동은 고려 때 장모루라는 지명으로 불렸다. 지금도 검암역 앞에 장모루공원이 있다. 남부 지방에서 고려의 왕도인 개경으로 가는 길목으로서 많은 유생들이 이곳에서 하루를 묵어 갔다. 마을에 여러 개의 여관이 있어서 나그네들에게 침식을 제공했다.

전라도에 사는 대갓집 아들이 천리길을 걸어 과거를 보러 가면서 이곳 장모루촌에서 묵었다. 그가 묵은 여관 주인에게는 매우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젊은 선비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여관 주인의 딸 또한 전라도 청년 선비에게 반했는데 그가 헌헌장부로 잘생긴 때문이었다. 달이 휘영청하게 밝은 밤, 전라도 청년과 처녀는 달빛 속에서 사랑을 확인했다. 선비는 과거에서 떨어졌고 자신의 낙방이 사랑에 눈이 먼 때문임을 알지 못했다. 그는 전라도로 가는 길에 다시 장모루 여관으로 왔다. 그는 여관 주인의 딸과 다시 사랑에 빠졌고 말리다 못한 여관 주인이 방 하나를 내주었다. 그는 거기서 처녀와 살며 여관의 잔일을 맡아했다.

한편 그의 고향집에서는 하루 이틀 기다리다가 몇 달이 지나자 무슨 사단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고 판단해 수소문했다. 마침내 청년이 부평의 장모루촌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하여 전라도에서 젊은 선비의 아버지와 형이 길을 나섰다.

보름이 걸려 장모루촌에 도착해 여관을 찾은 아버지는 젊은 선비를 보고 탄식의 눈물을 흘렸다. 결국 선비는 장래를 기약한다는 말을 남기고 귀향길에 올랐다. 그리고 3년 후, 장원급제한 선비는 자신의 합격을 위해 기도하고 기다려준 처녀와 다시 재회하여 백년해로 했다고 한다.

사랑의 결실은 아름다운 노을빛을 타고 정서진의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서쪽사랑노래 2_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서쪽사랑노래 2_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정서진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노을종은 지나간 날들을 치유하고 새로운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재충전한다는 의미를 담아 2012년 만들어졌다.

서해안의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낸 조약돌의 형태를 본떠 만들어졌다. 내부는 새로운 내일로 향하는 희망 재충전을 테마로 정서진의 낙조와 소원을 비는 종을 표현해 아름다운 낙조를 더욱 빛나게 해 주고 있다.

서늘해지는 바람타고 외로움에 떨고 있는 가을 남자, 짝사랑으로 마음 앓이하는 가을 여자, 서로 사랑하지만 힘겨워하는 연인들. 가을을 맞는 오늘의 추남추녀들을 위한 아름다운 사랑 노래 찾아 정서진을 향해본다.

 

서쪽사랑노래3_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서쪽사랑노래3_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참고_인천광역시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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