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강산과 덕정산, 길정저수지 - 선두포낚시터 거쳐 강화남단 갯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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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강산과 덕정산, 길정저수지 - 선두포낚시터 거쳐 강화남단 갯벌까지
  • 장정구
  • 승인 2022.09.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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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55) 저수지와 낚시터, 길정천

“병술년(1706) 9월 5일 왕의 허락을 받아 18일 공사를 시작하여 이듬해 5월 25일 완료하였다. 둑의 길이는 410보이고 토석으로 축조하였다”

선두포축언시말비의 내용이다. 선두포언(船頭浦堰)은 바닷물을 막기 위해 길상면 선두2리의 길화교 삼거리와 화도면 사기리 사이를 연결한 둑으로 1707년 만들어졌다. 비석에는 둑과 수문의 넓이와 높이, 길이뿐 아니라 과정과 참여자, 동원한 인력과 재료의 양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사기리 입구 즉 선두포언 서쪽 끝에 비석군이 자리잡고 있다. 선두포축언시말비도 비석군에 함께 있었는데 지금은 강화역사박물관에 옮겨져 보관하고 있다. 선두포언 밖 갯벌도 1982년 매립되어 농경지가 되었다. 동주농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100만평에 달하는 동주농장에는 겨울이면 기러기 수천마리가 날고 멸종위기종이며 인천광역시의 시조(市鳥)인 두루미가 찾는다. 길정천에서 이어지는 약 2㎞의 농주농장 안쪽 물길은 갈대 등 숲풀과 물고기, 새와 게들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하구의 모습이다.

길정천의 지방하천 구간은 길정저수지 바로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방하천 구간은 약 4㎞다. 저수지 상류 진강산과 덕정산에서 저수지로 흘러드는 물줄기도 제법 길다. 진강산과 덕정산 사이 골짜기에는 군부대 훈련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제법 넓고 깊어 수량이 적지 않다. 덕정산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진 산줄기 끄트머리에는 곤릉이 있다. 강화 곤릉은 고려 강종비인 원덕태후 유씨의 능이다. 또 진강산 동남쪽 산 아래에는 고려 21대 왕인 희종의 능인 석릉이 자리잡고 있다. 진강산 남쪽으로는 가릉이 있고 능내리 석실분도 있다. 덕정산 동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진강산 남쪽 아래까지 이어지는 도로 이름이 고려왕릉로이다.

선두포언이 끝나는 시기리 입구에 있는 비석군.
선두포언이 끝나는 시기리 입구에 있는 비석군.
물줄기는 논과 밭을 만나는 구간부터 어김없이 콘크리트 옹벽이다.

진강산과 덕정산 아래로 논과 밭이 펼쳐지는 곳부터 본격적인 물길이다. 여기부터, 어떤 곳은 산기슭부터 물길 양쪽으로 여지없이 콘크리트벽이다. 지적도상 선을 따라 공유수면인 하천과 땅 사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옹벽(擁壁)이다. 산사태 방지 목적도 있겠으나 하천의 경계까지 최대한 토지를 이용할 목적이 크다. 물길은 원활한 물빠짐이 목적일 뿐 자연환경나 생태순환에 대한 고려는 없다. 물길은 고려왕릉로를 지나면서부터 더욱 철저하게 콘크리트에 갇혀 있다. 좁은 하천을 따라 양쪽으로 논과 밭이 반복되고 하천의 한쪽으로 제방도로다. 포도밭과 인삼밭 사이 콘크리트로 포장도로는 차량 한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을 뿐이다. 하천 쪽으로 허벅지 높이의 가드레일이다. 하천제방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 차량 운전이 조금은 안심이다.

길정저수지는 농업용수 개발사업으로 1989년 완공된 저수지이다. 제방의 길이는 640m, 높이는 22m다. 물을 가득 채웠을 때인 만수면적이 약 57만 ㎡로 인천에서 난정저수지, 고려저수지, 고구저수지에 이어 4번째로 큰 저수지다. 저수지를 둘러싼 봉우리들은 야트막하다. 제방 위에 서면 마니산과 초피산까지 펼쳐진 논 사이로 길정천 물길이 보인다. 저수지 제방 안쪽 태양광 판넬 위 가마우지들이 한가롭다. 간혹 젊은 루어낚시객이 보이지만 길정저수지 위쪽 낚시터는 한산하다. 반면 저수지의 댐 바로 아래에서 낚시하는 이들은 분주하다. 물고기 보관망이 제법 묵직하다.

길정저수지 제방은 길이가 640m, 높이는 22m다.
길정저수지 제방은 길이가 640m, 높이는 22m다.

강화남로를 지나면서부터의 물길은 반듯반듯 직선의 농수로이다. 길정천 중하류는 강화의 하천 중에서 하천폭이 가장 넓다. 선두포낚시터로 사용되는 구간의 폭은 60m가 넘는다. 길정천은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이 우거진 구간 일부를 제외하고는 낚시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실지 주변 좁은 하천제방도로 곳곳에 차들이 숨어있다. 가까이 가면 차량 주변 물가에는 여지없이 낚시대 서너 개가 드리워져 있다. 덕교천과 만나는 구간부터는 강화군으로부터 하천점용허가를 받은 유료낚시터다. 하천변 곳곳에 간이화장실이 있고 낚시미끼를 비롯해 이것저것 파는 매점도 5호점까지 있다. 겨울이면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도 북적인다. 전기줄에 낚시줄이 걸리는 일이 발생하는지 하천 따라 줄 지어선 전봇대의 눈높이 위치에는 감전주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낚시터인 길정천 하천과 도로 사이로 곳곳이 버려진 쓰레기들의 더미이다. 길정천으로 유입되는 수로들도 떠있는 쓰레기들로 넘쳐난다. 물총새가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채는 농수로에도 페트병이며 스티로폼이며 비닐봉투에 담긴 쓰레기까지 둥둥 떠 있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한동안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는지 쓰레기더미 위를 풀이 무성하다. 태운 흔적도 곳곳에 보인다. 낚시객들의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시민의식이 아쉽다.

낚시터로 이용되는 길정천 구간은 버려진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낚시터로 이용되는 길정천 구간은 버려진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두4리 선두포구에 서면 드넓은 강화남단의 갯벌이 펼쳐진다. 2015년 대한민국 경관대상을 수상한 마을이라는 간판은 빛바랬지만 갯벌과 섬으로 이어지는 경관은 여전히 빼어나다. 후애돈대에서 바라보는 마니산과 초피산, 동주농장과 진강산으로 이어지는 육지의 경관도 두말할 것이 없다. 물 빠진 포구에는 10여척의 어선이 정박해 있고 물양장에서는 그물손질이 한창이다. 갯벌 구멍마다 칠게와 농게들이 들락날락 바글바글하고 멀리 시베리아엘 다녀왔을 알락꼬리마도요는 구멍마다 기웃거린다. 말뚝망둥어들은 삼삼오오 갯벌을 기고 또 멀리뛰기한다. 포구 뒷편 전기줄에서는 제비 수십마리가 앉아 곡예하듯 비행연습하는 올해 태어난 듯한 제비들을 지켜본다. 갯골 따라 시선을 돌리니 저어새 번식지 각시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망원경으로 갯벌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갯벌 한가운데 풀이 보인다. 갯끈풀이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여기저기 갯벌 침략자들이 보인다. ‘삑삑삑’ 길정배수펌프장 안쪽 물가에서 도요새가 날고 왜가리와 백로가 숭어새끼떼를 노려보고 있다.

길정천에서 이어지는 갯골. 저멀리 제방 끝으로 저어새 번식지인 각시바위가 보인다.
길정천에서 이어지는 갯골. 저멀리 제방 끝으로 저어새 번식지인 각시바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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