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더위에 먹는 음식 중 으뜸은 역시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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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더위에 먹는 음식 중 으뜸은 역시 냉면!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2.08.1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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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함흥냉면 전문음식점에서 '완냉'

푹푹 찌는 복더위에는 냉면만 한 음식이 있겠는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도 있지만, 계속되는 가마솥더위에는 시원한 냉면이 잃은 입맛을 찾는데 제일이다.

아내와 함께 찾은 함흥냉면 전문점이다.
TV에 소개되어 맛집으로 소문이 나 사람들로 붐볐다.

TV에서도 소개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전문 냉면집을 찾았다. 이른바 맛집이다. 이곳은 '함흥냉면집'이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냉면 밑반찬은 딱 한 가지. 얇게 저민 무초절임이 전부이다. 서비스로 녹두빈대떡이 나왔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물 대신 뜨끈한 육수를 갖다 준다. 주전자에 넉넉하게 담겨있다.

뜨끈한 육수가 속을 편안하게 하고 구수하였다.
무초절임이 반찬 전부이고 빈대떡이 서비스로 내왔다.

'여름철에 차가운 물 대신 웬 육수지?' 육수 맛이 개운하고 맛있다. 부드럽게 넘어간다. 따뜻한 것이 들어가니 속이 편안하다. 무슨 비법이 숨겨있는 것 같은 사골 육수의 맛이다.

메뉴판을 보니 회냉면, 비빔냉면, 물냉면, 왕만두 등이다. 아내는 물냉면, 나는 회냉면을 시켰다.

"막걸리도 한 병 시킬까?"
"여긴 술은 안 파는 모양인데."
 
술 안 파는 음식점도 있나 했는데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손님상에는 술은 한 병도 놓여 있지 않다. 그러고 메뉴판에도 술은 없다. 반주 삼아 한 잔 생각나는 주당들은 아쉬울 것 같다. 선주후면(先酒後麵)의 즐거움이 있는데. 이곳은 냉면 고유의 맛으로 승부를 거는 모양이다.
 
매콤한 맛의 회냉면.
살얼음의 육수가 시원한 물냉면.

회냉면은 비빔냉면에 회무침이 들어있다. 빨간 고추장 양념에 회무침을 몇 점 넣었다. 무와 오이채가 얹어있다. 고명으로는 달걀 반쪽. 물냉면은 그릇에 담긴 살얼음 육수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도톰한 쇠고기 편육을 넣어 맛을 더했다.

아내가 후루룩 냉면을 먹다 말고 묻는다.

"당신 먹는 게 함흥냉면이고, 내 것은 평양냉면인가?"
"그러니까 비빈 것은 '함흥'이고, 육수에 만 게 '평양이라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거 아닌가?"
"그게 아니고, 냉면은 면발의 차이에 있는 거야."
 
사람 중에는 아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가 육수에 말아 먹느냐, 양념에 비며 먹느냐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물냉면이 평양냉면, 비빔면이 함흥냉면 이렇게!
 
사실, 둘의 근본적인 차이는 면발의 재료에 있다. 메밀을 주원료로 하면 평양냉면이고, 메밀에 감자나 고구마 전분이 섞인 게 함흥냉면이다. 그래서 식감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평양냉면은 질기지 않고, 반면에 함흥냉면은 쉬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좀 질기다.
 
가위로 면을 잘라 겨자 소스를 넣어 비비고 휘저었다. 한입 먹어본다. 비빔면에 들어있는 정체 모를 매콤한 회가 구미를 당긴다.

아내가 주인장에게 묻는다.

"여기엔 무슨 회가 들어갔나요?"
"홍어 무침입니다."
 
어째 알싸한 맛이 입안 가득하다 했다. 함흥냉면이라 그런지 면 사리가 질기면서도 쫄깃하다.
 
아내가 물냉면을 좀 덜어준다. 쫄깃한 면을 씹다가 살얼음 육수를 들이켜자 그야말로 뱃속까지 시원하다. 무초절임이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냉면과 무초절임의 궁합이 딱 맞는다.
 
냉면의 본고장인 북한에서는 대체로 사리를 자르지 않고 먹는다고 한다. 냉면의 긴 면발에는 장수의 의미가 담겨있어서 그렇단다. 먹기가 번거롭긴 하나 냉면은 후루룩후루룩 먹어야 제맛이다.
 
불면증이 심했던 고종 임금은 냉면을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구한말 파란만장한 풍운을 겪으며 불면증에 시달린 지루한 밤을 고종은 밤참으로 냉면을 즐겼다고 한다. 임금을 위해 냉면 국물용으로 쓸 동치미를 따로 담갔다고 한다.
 
메뉴판과 TV에 소개된 홍보물 게시판.

요즈음 냉면값도 많이 올랐다. 15,000원을 넘보는 곳도 있다. 하기야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으니 냉면이라고 가격이 들먹이지 않을 리 없다. 서민들이 즐겨 먹던 냉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었다.

 
이곳 냉면집도 몇 년 동안 9,000원을 고수하다 두어 차례에 걸쳐 12,000원까지 올렸다고 한다. 재룟값이 뛰고 인건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단다. 대신 더 맛있고 푸짐하게 대접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손님이 곱빼기를 주문해도 값은 똑같이 받는다.
 
"새콤달콤 비빔면, 살얼음 냉면, 시원하고 쫄깃하고! 참 별미이네."
 
우리는 바닥까지 싹싹 비웠다. 말 그대로 '완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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