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혁명과 사회적 경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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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혁명과 사회적 경제(1)
  • 차성수
  • 승인 2022.08.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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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칼럼]
차성수 / 인천YMCA 국장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요소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는 아무래도 AI로 제시되고 있는 로봇 혁명이 될 것이다. 로봇 혁명의 핵심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며, AI의 발전이 보여주는 것은 그동안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온 인간 영역까지도 로봇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선 상상해보아야 할 것은 로봇이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체한다는 것이 가지는 사회적인 실제 의미가 무엇일까이다. 즉 인간 노동이 사라진다는 것이 경제에서 어떤 의미이며, 그러한 경제의 체제를 만드는 사회체제에서 어떠한 영향이 있을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할 일을 로봇이 대체하게 되면서 일자리 문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인간의 지능을 로봇이 넘어서는 싱귤래러티를 지나게 되면,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게 된다. 인간은 할 일 자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노동을 로봇이 대체하는 사회가 되는 것을 로봇 혁명이라 부르겠다. 인간이 해왔던 모든 노동을 로봇이 할 수 있게 되고, 인간은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세계가 오는 것이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로봇 혁명 이후에도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까?

이쯤에서 맑시즘의 노동가치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가치의 근본이 인간의 노동인데, 인간의 노동이 사라지면 가치 자체가 사라진다. 가치가 없다는 것은 모든 재화의 가치가 0이 된다는 것이다. 곧 모든 물건과 서비스가 0원이 되는 것이다. 가치가 없으면 교환이 불가능하고, 교환이 불가능하면 시장이 존재할 수 없다. 시장이 없어진 사회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모든 재화가 무료로 공급되는 사회. 공산주의를 꿈꿀 때 말했던 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넘어서 하고 싶은 놀이만 하고, 필요한 것은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사회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최종적인 인간 노동의 종말은 인간에게 노동이 없는 세상이란 이상향을 주게 되지만, 현재의 노동이 생존의 조건이 되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인간 노동이 점차 소멸해가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모든 재화가 무료라는 생각 이전에 인간 노동이 가치를 가짐으로써 발생했던 인간 노동으로 인한 소득이 소멸한다는 것부터 체감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노동이 모두 사라지기 전까지의 과정이다. 그 전까지 노동 소득의 감소로 인한 고통을 겪어야만 할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인간노동이 하는 경제체제에서의 재화 배분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경제의 근본은 결국 재화를 어떠한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동안 자본주의에서 재화 배분의 중요한 축은 노동 시간이었다. 양적이나 질적이나 노동 시간에 비례하여 재화를 분배하는 기준으로 삼아왔던 것이다. 물론 또 한 축으로는 자본소득의 형태도 있긴 하지만 훨씬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은 노동 시간에 의한 재화 배분이었다. 노동 시간이 더 이상 배분의 기준이 되지 못할 때는 결국 경제 체제로서 자본주의는 몰락할 수 밖에 없다. 인간 노동자가 모두 사라지면 기업이 산출해낸 이윤은 자본에 온전히 독점되며, 대다수의 시민들은 재화를 배분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재화의 새로운 배분 시스템이 나타나야만 한다. 로봇에 의해서 끊임없이 재화는 생산되겠지만 적정한 배분 기준과 시스템이 부재하게 되면 결국 세계적 공황과 사회 혼란은 불가피하다.

맑스가 제기한 새로운 재화의 배분 체제는 공산주의였다. 무상으로 필요한만큼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사회였다. 그러나 그런 식의 사회체제는 특권층을 붕괴시키기에 특권층은 계속 자신의 특권을 유지한채로 사회체제를 안정시킬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것은 이전에 자본주의가 복지체제 등의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죽어가는 자본주의에게 링겔을 꽂았던 것과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기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링겔을 계속 꽂으려할텐데 예를 들면 노동시간 감축 및 기본소득과 같은 제도이다. 인간의 하루 노동시간은 점차 제도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더 적게 일하면서 지금의 소득 소비 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다. 점차 국가 복지로 커버하는 양은 늘어나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체제 자체가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보완책들이 과연 자본주의 체제의 몰락을 막아낼 수 있을까? 로봇이 모든 것을 생산해내는 상황에서 자본가들이 자본 투입의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재화를 비정상적으로 몰아서 배분하는 체제를 지켜낼 수 있을까? 자본과 노동이 분리되지 않고, 자본이 모든 노동을 흡수해버린 상태에서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시장도 없고, 노동에 의한 배분도 사라지는 사회는 더 이상 자본주의라 부를 수는 없다. 아무리 보완한다고 해도 그러한 보완책이 재화를 독점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재화를 독점적이지 않게 사회적으로 균등하게 배분하는 사회적 경제 체제의 한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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