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동 독각귀(獨脚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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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동 독각귀(獨脚鬼)
  • 김정아
  • 승인 2022.07.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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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인천 설화]
(7) 숭의동 독갑다리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찾아 인천여행을 떠나본다.

여름이면 빠질 수 없는 장르, 공포. 등골을 서늘하게 해 줄 무서운 이야기들이 더욱 흥미롭게 들리는 계절이다.

구한말까지 인천부 다소면에 속해 있던 독갑다리는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변이 대부분 바다였고, 동네에 기다란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이 개천 때문에 동네가 장사래말 또는 장천리라고 불리다가, 1906년 여의리, 장천리, 독각리로 나뉘는데, 이 독각리가 도깨비 다리를 말하는 독갑다리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

'외다리 귀신'이란 뜻의 독각귀(獨脚鬼)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 전승되는 귀신으로 만나게 되면 전염병에 걸린다고 전해져왔다. 한국 독각귀는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입었으며 비가 조금씩 내리는 어두운 날, 삿갓 아래 두눈을 희번덕거리며 외다리로 콩콩 뛰어다닌다는... 음습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예전에 독갑다리가 위치한 곳은 화장장과 전염병자를 수용하던 덕생원이 있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제 때 숭의공설운동장 야구장 정문 앞 도원산 밑의 옛소방서가 있던 마당에 일본인들이 운영하던 화장장이 있었고 지금 중앙여상고 자리에는 덕생원이라는 전염병 중환자 격리 병원이 있었다. 당시 번화가였던 중구, 동구 지역에서 보면 독갑다리쪽은 외지고 음산한 죽음의 변두리 언덕이라는 이미지가 도깨비 이야기로 발전하고 마침내 도깨비 다리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것이다.

한편 2001년에는‘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향토 사학자와 주변상인들이 이곳에 독갑다리의 유래를 알리는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 인천광역시 공공누리 등.

도깨비나라 Ⅲ_20.5x31.0cm_종이 위 채색_2022
도깨비나라 Ⅲ_20.5x31.0cm_종이 위 채색_2022

현재는 비석만 남아 숭의동 공구상가 아래로 개천이 흘렀다는 사실만 추측할 수 있다. 이 물줄기는 축구전용경기장을 지나 인천염전을 통해 갯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개천이 흐르고 있었을 옛 모습을 떠올리며 걷다보니 도원역 앞 뒤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모습을 마주하였다. 사라진 과거의 모습 위로 설화가 생겨나고 비석이 세워지듯, 앞으로 우리가 마주 할 세상은 어떠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까.

도깨비나라 I_20.5x31.0cm_종이 위 채색_2022
도깨비나라 I_20.5x31.0cm_종이 위 채색_2022

옛부터 도깨비는 우리의 일상에서 공포심을 전해줄 뿐만 아니라 삶 속 친숙한 존재이기도 했다. 한 밤중에 만나 도깨비와 씨름을 했다거나 도깨비 불에 홀려 정신을 잃었다는 이야기 등등 하나의 캐릭터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도깨비들은 사라진 독갑다리 위로 새롭게 등장하는 이 시대의 우리들과 어떠한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을까. 그들은 지금도 변화되어가는 우리의 일상 속에 슬며시 찾아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재미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지금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면?? 그건 바로....

도깨비나라II_31.0x20.5cm_종이 위 채색_2022
도깨비나라II_31.0x20.5cm_종이 위 채색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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