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회복탄력성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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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회복탄력성은 어디에 있나
  • 박병상
  • 승인 2022.05.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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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코로나19의 위력이 가라앉으면서 집 밖을 걸을 때 마스크를 팔목에 찬다. 하루 확진자 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거리두기를 강조하던 전문가의 목소리도 부드러운 걸 보면 위기에서 벗어나는 건 분명한 모양이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 대부분도 비슷한 생각을 할 텐데, 벗고 쓰는 게 번거로운지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이가 많다. 머지않아 마스크를 맘 편하게 집에 두고 나서게 되려나?

코로나19가 순식간에 세계로 퍼진 이유를 분석할 능력은 없다. 전문가의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다양성을 잃은 생태계가 사람의 분별없는 개발로 회복력까지 잃으면서 창궐을 억제할 생태적 수단이 사라진 탓으로 분석하는 학자가 많다. 변이가 빠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행기와 자동차로 세계 곳곳으로 전에 없이 빠르게 확산했다. 박쥐에서 사람으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바이러스가 예전에도 있었지만, 당시보다 국제공항과 고속도로는 분별없이 늘었다. 그런 개발로 얼마나 많은 생태계가 파괴되었던가.

생태계가 황폐해지면서 회복력은 크게 위축되었다. 다채로운 동식물과 미생물이 어우러지는 생태계가 유지된다면 특정 생물종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고 싶어서 사방팔방 끊어놓은 생태계는 토막 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생물종이 단순해졌기에 회복될 여지가 줄었다. 최근 6차 보고서를 채택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특별히 '회복탄력성'을 언급했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의 억제와 더불어 생태계 회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줄어들어도 백신 접종이 없던 북한에 무섭게 창궐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는데 인도에서 불볕더위가 벌써 맹위를 떨친다는 소식도 들린다. 섭씨 60도를 넘나든다는데,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달걀이 반숙될 기온에서 사람과 가축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까? 남부유럽과 아프리카의 무더위도 예년 같지 않다는데, 더위가 본격화되면 지구촌은 얼마나 뜨거워질까? 영구동토가 녹아 예전 동물의 사체가 빙하에서 드러나면 어떤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할지 모른다고 관련 학자들이 걱정하는데, 그때 마스크가 해결해줄까?

최근 ‘2021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를 발표한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4월 하와이에서 측정한 월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419ppm을 초과했다고 전했다.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11도 올랐으며 빙하 두께는 1950년 대비 평균 33.5m 얇아졌다고 덧붙였는데, WMO 사무총장은 “세계 인구 20억 명 이상이 겪고 있는 물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물론 지구온난화 때문이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100% 사람이 제공했다. 갯벌 매립한 자리에 초고층빌딩을 마구 세우는 인천은 마냥 안전할 수 있을까?

임해도시 인천의 송도. 회복탄력성의 기반인 갯벌이 줄어든 송도 초고층빌딩.

수많은 플랑크톤과 어패류가 온실가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갯벌은 숲이 드문 인천에서 회복탄력성의 가장 확실한 기반이었지만 대부분 사라졌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유난히 큰 인천에서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 눈에 띄지 않지만, 임해도시인 인천도 예외일 수 없다. 송도와 청라신도시를 수놓는 초고층빌딩은 찬란한 부동산 가치를 언제까지 보전할까? 미국 플로리다의 화려한 빌딩의 가치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인천은 103층 초고층빌딩 꿈에 사로잡혔다. 다분히 신기루다. 완공될 즈음, 후회해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8회 지방선거의 운동이 거리를 달군다. 인천에 주소를 두고 자식을 키우는 시민들이 단체장이나 의원이 되고자 거리에 나선 후보에게 10여 기후공약을 촉구했다. 인천의 가장 심각한 온실가스 배출 기업인 영흥도의 석탄발전소를 2030년까지 폐지하고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건축, 그리고 여러 정책을 요구했는데, 갯벌 보전은 이야기하지 못했다. 인천의 회복탄력성을 견인하는 갯벌이 완벽에 가깝게 사라졌기에 포함할 수 없었는지 모른다.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섬지방은 남아 있지만 회복탄력성에 이바지할 정도의 갯벌은 육지에 없다.

거리가 시끄러워졌어도 마스크를 팔목에 차고 나섰다. 만 보를 걸으며 후보들의 목소리에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과 대안이 포함되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안타깝게 가녀리게 남은 갯벌의 보전과 생태계 회복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회복탄력성은커녕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만들 정책을 소리 높여 제시한다. 저들은 아이들 키우지 않는 걸까? 요즘 1년은 예년과 다르다. 더욱 심각해질 올여름과 그 이후의 폭염이 걱정인데, 이러다 미래세대의 생존이 가물가물해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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