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꿀벌을 늘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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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꿀벌을 늘려보자
  • 박병상
  • 승인 2022.04.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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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연수 벚꽃로
연수 벚꽃로

해마다 4월 둘째 토요일이면 벚꽃로를 찾았다. 연수구를 관통하는 수인선 옆의 이면도로인 벚꽃로는 4월 중순이면 벚꽃이 화사하게 만개했는데, 조금씩 빨라진다. 벚꽃이 만개할 때를 맞아 인도에 모여드는 가족과 연인들은 손전화기를 높이 든다. 사진 촬영 물결을 피하며 걷는 건 무척 불편해도 해마다 걸은 건 상춘이 목적이 아니었다. 꽃만큼 화사한 젊은 상춘객을 보려함도 아니었다. 꿀벌이 얼마나 날아오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올 4월 둘째 토요일은 본의 아니게 여의도 윤중로의 일부를 걸었다. 친구 아들의 결혼식 때문이었는데,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버스 타기도 어려웠다. 한참을 기다려 버스에 올라타자, 기사가 차라리 내려서 걷는 게 낫다고 했다. 20분 걷는 거리를 버스로 한 시간 이상 걸린다는 게 아닌가. 빈 택시도 거의 없는 윤중로는 주말 맞은 연인과 가족으로 북새통인데, 20여 분 걷는 동안 꿀벌 한 마리 볼 수 없었다. 꿀벌이 외면하는 윤중로나 벚꽃로는 삭막한 걸까? 북한산에서 이어지는 불광천 거리에 벚꽃이 만개했을 텐데, 거긴 꿀벌이 있을까?

20여 년 전, 미국과 유럽 양봉업자는 꿀벌집단붕괴현상으로 몸서리쳤다. 건강하게 자라는 애벌레와 꿀이 가득한 벌통을 나간 꿀벌이 텅 비어드는 현상이 이어진 것인데, 요즘은 잠잠하다. 회복되었을까? 그때 미국 양봉업계는 극동아시아의 벌 집단에서 대안을 찾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토종벌을 뜻했다, 한데 요즘 우리 양봉업자들이 꿀벌집단붕괴현상을 걱정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꿀벌집단붕괴현상을 분석한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이 2009년 번역 출간되었다.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은 식량의 3분의 1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니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저자는 돈벌이를 위한 극단적 양봉 산업의 실태를 추적했다. 많은 꿀과 꽃가루를 빠르게 수집하는 꿀벌로 양봉업계를 획일화하면서 생긴 사태라는 분석이었다.

봄이 무르익으면 꿀벌은 분봉한다. 새로 탄생한 여왕벌에게 벌통을 넘겨주고 떠나는 여왕벌을 따라 커다란 무리를 만든 일벌과 수벌이 새로운 벌집을 만든다. 그때 양봉업자는 무리 속의 여왕벌을 찾아 새 벌통에 넣어야 한다. 그렇게 벌통을 하나하나 늘렸는데, 지금은 그런 수고를 산업이 대신하는 모양이다. 일벌에 로열젤리와 프로폴리스를 먹이며 여왕벌과 수벌을 잔뜩 만들어 놓고, 양봉업자에 분양한다는 게 아닌가. 공장에서 만든 여왕벌과 수벌의 유전자는 한 마리처럼 단순하다. 그래도 모이는 꿀과 꽃가루가 늘어나므로 양봉업자는 만족했지만, 얼마 안 가 꿀벌집단붕괴현상을 만났다.

유전자가 단순한 꿀벌집단을 쉽게 공격하는 바이러스와 병균, 곰팡이와 천적이 늘어났다. 처음에 살충제 같은 농약으로 간단히 막아냈지만, 차차 한계에 부딪혔다. 저항력이 높아져 더욱 강력한 농약으로 대처했지만, 나중에 꿀벌마저 견디지 못하는 상황으로 변질했다는 게 아닌가. 그때 획기적이라는 소문의 농약이 나왔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양봉업자마다 뿌렸더니, 이런! 꿀벌집단붕괴현상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 꿀벌집단붕괴현상이 우리나라를 왜 찾았을까? 연수구 벚꽃로에도 여의도 윤중로에도 꿀벌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다행일까? 농약을 뿌리지 않는 숲이나 풀숲의 꽃에 꿀벌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식을 어떤 귀농인이 전한다. 수는 줄었어도 농약을 자제하는 과수원에 꿀벌이 찾는다고 한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데, 우리나라의 꿀벌집단붕괴형상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과 유럽의 상황까지 악화하기 전에, 전문가는 유기농 과수원을 찾는 꿀벌이 양봉인지 토종벌인지 확인해야 하고, 우리 꿀벌의 유전자가 얼마나 단순한지, 농약 저항성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하고 대책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

꽃들이 화사한 도시의 공원에 꿀벌이 보이지 않는 건 꿀벌집단붕괴현상보다 주변에 벌통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양봉업자를 지원해 근린공원에 벌통을 마련하면 어떨까? 건물 옥상에 벌통을 놓자 서울 복판에서 벌꿀도 생산하고, 공원의 꽃과 과일이 늘어났다는 소식이 들린 적 있다. 인천도 가능하리라. 지자체에서 생산한 꿀과 꽃가루, 그리고 과일을 선물용으로 활용하거나 방문객에게 기념품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공원의 생태계가 건강해질 텐데, 그런 꿀벌은 타고난 유전자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꿀벌은 물론이고 사람을 위한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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