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 CSR, ESG 그리고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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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 CSR, ESG 그리고 사회적경제
  • 송정로
  • 승인 2022.04.0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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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칼럼]
송정로 / 인천in 대표

1999년 7월1일은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가 이기적 자본주의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건, 기억할 만한 날로 기록된다. 이날 자본주의의 토대를 이룬 영국에서 연금법이 개정됐다. 민간연금펀드를 운용하는 모든 주체들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사회·환경·경제의 세 요소를 함께 고려할 뿐 아니라, 주주로서의 권리를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SRI와 관련해 첫 제도화가 이뤄진 사례였다.

연금펀드를 꼭 SRI 원칙에 따라 투자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이 작은 변화가 가져온 파장은 컸다. 각종 연금펀드들이 SRI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제 서구 국가에서 연금펀드는 SRI를 떠받치는 든든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SRI는 자본시장의 투자원칙에서 ‘사회적 가치’와 윤리라는 신념을 도입해 기업의 경영능력과 재무상태 뿐 아니라 환경, 인권, 노동, 반부패, 투명한 지배구조, 지역사회 공헌도 등 다양한 사회적 성과를 중시한다. 경제적 가치(이윤) 창출에 집중하고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려는 노력은 외면해 초래된 자본주의의 위기를 절감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영리기업이 주체가 된 ‘기업사회책임’이다.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고 기업의 존속을 위한 전략적 사업으로 다방면에서 지역사회와 접촉하며 사회공헌 사업을 펼친다. 기업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여 긍정적 기업 이미지를 구축한다. 종업원의 직장 만족도를 끌어올리기도 하며 소비자 비판도 감소시킬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미국을 중심으로 대두돼 한국에서도 기업재단이 설립되고 기업윤리규범이 발표되었다. 삼성사회봉사단이 발족된 것도 이즈음(1994.10)이다. LG복지재단은 종합사회복지관 건립사업 사업을, 삼성복지재단은 탁아사업을, SK텔레콤은 자녀안심 학교보내기 운동을 펼쳤다. 공기업에서도 사회공헌 사업에 적극적인 곳이 많다.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지침서(ISO26000)를 발간했다.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부정, 나이키의 아동학대 사건 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논의가 시작돼 나온 결과다.

지난 3월29일 국내 통신3사가 ESG 경영 확산을 목표로 'ESG 펀드' 조성에 함께 나선다 밝혔다.
지난 3월29일 국내 통신3사가 ESG 경영 확산을 목표로 'ESG 펀드' 조성에 나섰다. 협약식에 나온 유영상 SKT 대표(가운데),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왼쪽), 박종욱 KT 사장.(사진 = 연합뉴스)

10여년 전부터 부각되온 ESG(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ment·지배구조,투명경영) 경영이 최근 기업의 생존적 과제이자, 전략적 과제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SG 투자는 사회적 책임을 금융에 적용, 투자기업의 재무적 요소 외에 비재무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해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축소하고 투자손실을 방지하며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경을 무시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환경과 사회의 책임을 중시하는 바이든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ESG 관련 업종이 미국 자산운용사들에게 큰 관심을 받게 되고, 최근 한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SG 투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SRI와 비슷하나 ESG는 책임경영에 따르는 경제적 가치 창출을 더 중시한다. 그러나 ESG, SRI, 그리고 CSR 모두 주류 경제체제 및 금융시장, 기업문화의 변화를 통해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일으켜온 경직된 자본주의 체제를 개선하려 한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하는 시대적 조류, 과제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 경제로 ‘사회적 가치’에 우선적인 방점을 둔 사회적 경제와는 지향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설립 목적 자체부터 ‘사회서비스 확충, 사회통합’(사회적기업육성법 제1조)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경제 역시 ESG, SRI, CSR과 함께 ‘사회적 가치’ 증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며 사회 저변에서 그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면에서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SRI과 같이 사회적 경제도 자본주의 시장에서 외면당해온 ‘사회적 가치’를 위한 ‘사회적 경제활동’에 분투하고 있지 않은가.

한편으로 한국 자본주의 경제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ESG의 비재무적 투자 성격의 변화는 한국의 사회적 경제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ESG가 요구하는 ‘사회책임’의 경영 환경은 설립 요건부터 사회적 기업에 매우 익숙한 내용들이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ESG가 요구하는 경영 환경에 급격한 변신을 꾀할 동안, 사회적 기업은 자발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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