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목공예마을과 숭의평화예술시장에는 미래 청사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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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목공예마을과 숭의평화예술시장에는 미래 청사진이 필요하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2.03.11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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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박승화 숭의목공예센터장 "전통의 맥 이어갈 젊은 인력 필요"
민후남 '꽃차 마실’ 대표 "주민과 공존하는 발전방안 찾아야"
숭의목공예마을 입구
숭의목공예마을 입구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은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지역으로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시대에 숭의평화시장, 숭의깡시장, 목공예상가 등이 자리잡으며 인구가 유입됐으나 신도심 개발지역으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추홀구는 숭의동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숭의목공예마을과 숭의평화예술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구는 당초 숭의평화예술시장, 우각로예술인마을, 숭의목공예마을을 하나로 묶어 '구민예술촌'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우각로예술인마을의 재개발로 이 계획이 백지화되며 새로운 청사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숭의목공예마을은 2026년까지 사업비 704억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제물포 스테이션-J 도시재생뉴딜사업’에 포함돼 사업비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번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숭의평화예술시장도 숭의동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소인 만큼 상생해야 한다.

숭의목공예마을과 숭의평화예술시장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활성화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숭의목공예센터 내부 모습
숭의목공예센터 내부 모습

■ 제페토 할아버지들이 모여있는 숭의목공예마을

숭의목공예거리에는 30~40년 이상 경력의 목공예 장인들이 모여 있다. 이곳의 장인들은 숭의목공예마을 안에 조성된 숭의목공예센터 강사를 맡아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수강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미추홀구는 지난해부터 숭의목공예센터를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위탁운영기관으로 비영리단체 뿌리깊은나무가 선정돼 지난해 10월부터 박승화 센터장이 역임 중이다. 

 

박승화 숭의목공예센터 센터장
박승화 숭의목공예센터 센터장

현재 숭의목공예마을은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목공 장인뿐만 아니라 마을 구성원 대부분이 노인이기 때문이다. 전통의 맥을 이어갈 젊은 인력의 유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 센터장은 “올해부터 목공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장인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물포 스테이션-J 도시재생뉴딜사업’도 진행되니 숭의목공예마을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향후 유입될 젊은 인력이 비워진 공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숭의평화예술시장과 도로로 단절된 게 큰 문제로 우선 잦은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건널목을 만들어야 한다”며 “도시재생사업에 숭의평화예술시장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교류를 통해 함께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공예마을과 평화시장이 함께 연대해 예술인의 공간이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목공예센터는 오는 14일부터 봄학기 강좌를 진행한다. ▲목공예 기초 ▲생활가구 ▲목선반 ▲우드버닝 등 목공예 프로그램뿐 아니라 ▲나만의 글씨 캘리 ▲사계절 행복한 티타임 같은 공예 프로그램도 창작공방에서 진행된다. 사계절 행복한 티타임 강의는 숭의평화예술시장 '꽃차 마실'의 민후남 대표가 맡았다.

IT업계에서 일했던 박 센터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목공예에 매력을 느껴 목공 일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에는 IT와 목공을 융합한 제품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목공기계들이 정밀화되며 다양한 작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인력이 유입되면 앞으로 함께 연구하며 다양한 분야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숭의평화예술시장 전경
숭의평화예술시장 전경

■ 전통시장에서 피어오르는 예술의 향기

숭의평화시장은 1971년 문을 연 전통시장으로 도원동, 숭의동 일대 주민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으나 주민들이 동네를 떠나가며 쇠락했다. 방문하는 사람이 없는 텅 빈 상점들로 하루하루 유령시장으로 변해갔다.

지난 2015년 인천시와 미추홀구가 문화예술인의 사장을 활성화하고 지역문화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사업비 8억4,500만원을 투입해 시장 내 빈 점포를 '숭의평화창작공간’으로 조성했다. 

'꽃차 마실’ 민후남 대표는 숭의동 토박이로 숭의평화창작공간의 초창기 멤버다. 전통차부터 꽃차, 한약차까지 다루는 대한민국명장이다. 다른 입주작가들과 함께 숭의평화예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민후남 꽃차 '마실' 대표
민후남 꽃차 '마실' 대표

민 대표는 오는 15일부터 숭의목공예센터에서 ‘사계절 행복한 티타임’ 강의를 시작한다. 숭의목공예마을에서 목공 장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생활하지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민 대표는 주민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강의를 진행하는 등 징검다리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민 대표는 “지역 주민들과 연계하는데 도움을 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주민들이 나에게 의논하고 나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차, 전통주, 도예, 수채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숭의평화예술시장에 입주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입주작가들은 각자 분야를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민 대표는 “지난해 입주작가들이 돌아가며 릴레이 전시를 열기도 하고 수봉산에서 꽤 큰 전시도 진행했다. 겨울에는 작은 음악회도 진행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자 취소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 봄에는 숭의평화예술시장 곳곳에 조그맣게 그림을 그려놓고 ‘숨은 그림 찾기’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느새 숭의평화창작공간이 조성된지 7년이 됐다. 민 대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과거와 달라진 점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입주작가들은 이 장소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직접 건물을 도색하며 시장 곳곳에 작품을 설치하기도 한다. 고양이 모양으로 빚은 도자기 작품을 일주일 만에 모두 도둑맞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민 작가는 “주민들로부터 평화시장이 참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듣는다. 입주한 지 1년 밖에 안 됐을 때 가게 앞에 택시를 세우고 택시 기사가 들어왔다. 그 기사는 숭의동 토박이였는데 시장이 너무 변해 궁금해서 들어온 거였다”고 설명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에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 구절처럼 숭의평화예술시장은 자세히 볼수록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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