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안전감독관 출범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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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안전감독관 출범에 부쳐
  • 김은복
  • 승인 2022.03.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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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김은복 / 노무사, 민주노총인천본부노동법률상담소

인천은 작년 4월 인천시 산재예방 및 노동안전보건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시행했고 노동정책담당관실을 두고 산재예방과 노동안전보건 담당 주무관을 배정했다. 이 조례에는 사업장이나 노동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에 위해가 되는 요소를 발굴, 조사하고 개선, 지도, 건의하는 인천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운영하도록 정했다. 그리고 2022년 3월 2일 15명의 인천시민안전감독관이 위촉됐다. 인천시는 3월 중 2022년 상반기 세부 활동계획을 수립하고 3~6월 중 공공 발주공사를 우선 점검하며 6~8월에는 혹서기 현장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2018년 7월 서울에서 가장 먼저 시행됐다. 안전어사대라고 불리는 서울형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시간선택 임기제공무원으로 채용되고 약 20명 수준으로 운영되며 주로 건설공사현장에 대한 점검을 진행한다고 한다. 경기도 또한 2020년 4월에 노동안전지킴이라는 경기형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출범시켰다. 당시 경기도를 5개 권역으로 나눠 각 2명씩 총 10명을 채용했고 2021년에는 총 104명으로 확대했다. 서울처럼 임기제로 채용되며 주로 건설현장과 50인 미만 제조사업장에 대한 점검을 진행한다고 한다.

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산감)은 본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인 고용노동부로부터 위촉되는 비상임 명예직을 말한다. 한편 지역 명산감 제도에 대해 꾸준히 지적되어 온 한계점이 있는데, 이는 지역 명산감의 사업장 출입권이 없다는 점이다. 유명무실하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천지역 노동당국은 명산감 협의회조차 개최하지 않고 있다. 위촉만 하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역 명산감보다는 안전보건공단이 운영하는 안전지킴이가 더 실효적이다.

정리하자면 지역 명산감은 이미 고용노동부가 위촉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지자체들이 자체적인 지역 명산감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현재 15개 지역에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대부분 지역형 자체 명산감을 운영하도록 정하고 있다. 앞서 거론했듯이 인천 또한 작년에 관련 조례를 만들어 올해 3월 시민안전감독관이라는 이름으로 인천형 명산감을 출범시킨 것이다. 한편 인천은 서울이나 경기와 달리 지자체에 채용된 것이 아니라 비상임 위촉직으로 운영된다. 고용노동부의 지역 명산감과 유사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자체의 지역 명산감이 실효성이 있겠는가, 의구심이 든다. 사업장 출입권이 없다. 사업주 협조 없이는 점검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출입이 허용되어 점검을 하더라도 노동당국의 근로감독관과 달리 수사권도 자료를 제출하라는 명령권도 없다. (그런 점에서 경기 안전지킴이는 점검 결과 위반사항을 안전보건공단에 통보하고 안전보건공단의 안전지킴이가 다시 현장을 점검해서 확인한 위반사항을 고용노동부로 통보하는 2중 3중의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게다가 인천은 지방정부에 채용된 것도 아니라 비상임직이다. 서울의 안전어사대, 경기나 안전보건공단의 안전지킴이는 임금을 받으며 안전점검 업무를 하는 채용직인 점과도 비교된다.

한편 서울, 경기 또는 안전보건공단의 지역 명산감들은 채용직임에도 불구하고 임시직 기간제라는 점에서 전문성이 담보되지 못한다거나 역량이 누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비상임 위촉직인 인천시민안전감독관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의 면은 더더욱 미흡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 문제는 노동행정에 관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할 것이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노동의 문제를 중요시하는 소위 진보진영 안에서도 찬반이 강하게 대립하는 문제이다. 권한이양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과 전문성·일관성의 훼손 또는 지방 간 편차 발생을 걱정하는 입장이 대립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문제를 권한 이양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이 관점에 동의한다. 말장난 같지만 말이다.

중앙 노동당국의 인적, 물리적 한계는 언제나 지적되어 온 문제이다. 그러니 중앙 노동당국과 지방 노동담당관 사이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특히 산재사망 세계1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안전보건분야에서 협력제계 구축은 더더욱 필요하지 않겠는가. (섣부른 우려일 수 있겠지만) 인천시민안전감독관 무용론을 말하기 전에 실효성을 추구하기 위한 집행의지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분명 인적, 물리적 한계를 갖고 출범한 인천시민안전감독관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나아가 인천시가 지역의 산재예방, 노동안전보건 증진 그리고 실효성 있는(중앙 노동당국이 하지 못하는 지점을 찾아가는) 시민안전감독관 운영을 할 집행의지와 정책비전이 있는지, 혹시 구색만 맞추려는 것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이에 인천시 노동안전보건 조례가 정한, 감독관의 독립성 보장과 활발한 명산감협의회 운영이 더더욱 요구된다. 인천시 노동 관련 공무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역량과 인식 제고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독립적이고 활발한 명산감협의회를 통해 활동의 방향을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했던 거 따라하고 구색만 맞추기에도 부족한 비상임 구조이다. 그러니 거버넌스 기능을 탑재하고 발전 방향을 찾아가는 인천시민안전감독관으로 출발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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