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향해 가는 경쾌한 움직임, 설레임 -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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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향해 가는 경쾌한 움직임, 설레임 - 연두
  • 고진이
  • 승인 2022.03.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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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칼럼]
(2) 연두색 - 전환점의 색, 새싹을 닮은
그림책 [눈물조각] 고진이 글 그림, 중 한 장면
그림책 [눈물조각] 고진이 글 그림, 중 한 장면(그림 1)

 

봄이 문을 두드리고 겨울은 작별을 고하는 3월의 색은 새싹을 닮은 ‘연두색’이다.

3월에는 어떤 색으로 [컬러 칼럼]을 쓸거냐는 질문에 한치의 고민없이 “연두색이죠.”라고 답한다. 물을 틀었을 때 적당한 온도를 맞추려 냉수와 온수 사이를 조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게 있어 연두색이란 차가운 온도에서 따뜻한 온도로 전환이 되는 그 전환점의 색이다.

미술 수업을 하다 연두색을 찾아보라고 하면 제각각 다른 색을 선택하거나, 다르게 칠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연두색은 초록색과 노랑색 사이 색이다 보니 딱 어떤 색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노랑과 초록 사이’ 그 지점이 바로 연두색이다. 영어사전에 연두색을 검색하면 ‘Yellow-green' 노랑과 초록 사이가 나올 정도로 징검다리 같은 색이 연두색이니 겨울에서 봄으로 전환되는 3월에 연두색이 떠오를 수밖에.

우리 말로는 ’노랑-초록색’이 아니라 ‘연두색‘ 이라 부르는 이 색, 그러고 보니 연두라는 이름이 참 예뻐서 우리말 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軟豆) 완두콩 빛깔과 같이 연한 초록색, 동명으로 (年頭) 새해의 첫머리라고 풀이되었다. 서정적인 우리 정서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말이다.

현대미술 작가로서 10년을 활동해오며 기억 속 공간을 유화물감으로 화면에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그 과정에 여러 빛깔의 작품들이 탄생했다. 어떤 색감으로 작업하느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연두빛 작업을 할 때는 그 어느 때 보다 경쾌하다.

그 경쾌함은 왠지 평소보다 더 용감하고 신이 난 경쾌함이다. 작년 말에서 올해로 넘어오며 연두빛 작업을 몇 개 진행했는데, 그 시작은 그림책에서 비롯했다.

2019년 우연한 기회로 강화도에 있는 그림책 책방 겸 출판사인 ’딸기책방‘을 방문하게 되었다. 파란 지붕의 시골 책방에서 여러 그림책을 만나고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다음 해인 2020년에 그림책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담은 첫 번째 그림책 ’섭순‘이 생각지 못하게 많은 사랑을 받아 뒤이어 두 번째 그림책 ’눈물조각‘을 출간하게 되었다.

두 번째 그림책에는 10년 동안 작업해온 현대미술 작업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다 보니 첫 책보다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게 되었고 작업과정도 험난했다. 32페이지에 걸친 모든 그림에 애정이 가득하지만, 그중 호수에 비친 버드나무의 형상을 담은 장면 (그림1) 은 한참이고 다시 보게 되는 그림이다. 호수의 수면에 비친 버드나무의 연두색 잎들이 호수를 뒤로 미뤄내고 앞다투어 앞으로 밀고 나온다. 과거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찬 발길질처럼 느껴져서인지, 호수빛과 연두빛이 은은히 어우러진 그 장면이 마음에 내내 남았다.

그 여운은 현대미술 작업으로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림책에 등장한 버드나무의 신비로운 나부낌을 캔버스에 유화 작업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그림2) (그림3)

겹겹이 겹쳐진 터치를 덮었다 다시 허물며 끊임없는 움직임과 시간을 담았다.

그러한 물감층 위로 빛이 흐르는 Beyond 시리즈는 버드나무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했지만, 나무의 형상을 그려내는 목적의 작품이 아니다. 여러 요소와 관계되어 끊임없이 흘러가는 우리가 속해있는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색색의 층이 겹쳐져 연두빛이 나는 Beyond시리즈로 하여금 봄을 향해 가는 경쾌한 움직임과 설레임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림2. 고진이,Beyond.2  oil on canvas, 65 x 91 cm, 2021
그림2. 고진이,Beyond.2 oil on canvas, 65 x 91 cm, 2021
그림3. 고진이, Beyond.4   oil on canvas, 145.5 x 112 cm, 2022
그림3. 고진이, Beyond.4 oil on canvas, 145.5 x 112 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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