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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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
  • 안태엽
  • 승인 2022.02.22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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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안태엽 / 자유기고가
팬옵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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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옵티콘은 합성어로(pan+opticon) ‘모든 것을 다 본다’는 뜻으로 죄수를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원형 감옥 시설을 말한다. 이는 18세기 후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고안한 것이다. 한두 사람의 최소 인원으로 모든 사람을 감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감옥이다.

죄수들이 갇혀 있는 한 가운데 탑이 있고 탑 맨 위에 감독관이 머문다. 죄수들은 탑 위에 있는 감독관을 볼 수 ‘없게끔’ 만들었고 감독관은 죄수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전체를 살필 수 있게 만들었다. 죄수들은 감독관이 자리에 없더라도 있다고 여겨져 실제로 자리에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이런 시스템은 단지 건축물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 통제의 방식으로 사용된다. 노동 현장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공장에서는 소수의 관리자가 노동자 다수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한 사람이 신문을 보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화면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를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식의 작동법은 의회, 행정부, 법원, 군대, 공적인 기구는 물론이고 언론, 학교, 교회, 사회 기구와 우리의 가정까지 이미 들어와 작동하고 있다. 더 나아가 드론은 CCTV를 탑재하고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감시한다. 이것은 천하의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도 못 빠져나간다. 이제는 죄를 짓고 숨을 수는 있어도 도망갈 수는 없다.

100여 년 전 조지 오웰은 ‘1984’에서 가상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 권력자로 추앙받는 빅브라더가 인민을 끊임없이 감시, 탄압하는 전체주의의 아이콘으로 묘사했다. 빅브라더의 포스터는 곳곳에 널려 있고 하단에는 ‘빅브라더가 너를 감시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모든 사람들은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생각하는 것과 오늘날의 우리 상황이 너무 닮아가고 있다. 정치, 사회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누군가 나쁜 마음을 갖고 대중들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걷잡을 수없이 빅브라더의 독재국가로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인 요즘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 앱을 열어 이름과 전화번호, 생년월일, 위치정보까지 체크해야 한다. 국민들의 사생활이 꼼짝없이 다 털린다. 모두를 위해 동선을 제공해야 하지만 개인 권리를 침범해 들어오는 코로나 통치 수단에 대한 일말의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필자는 최근 연말 정산을 위해 국세청과 세무서를 찾았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니까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이 속속들이 다 나와 깜짝 놀랐다. 집은 자가인지 아닌지, 직장은 어디며 얼마를 받는지, 학벌은 어디까지인지, 인적 사항은 물론이고 돈을 빌린 것과 갚아야 할 금액, 날짜까지 신용카드 이용정보를 광범위하게 본인 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카드가 전산으로 처리되면 금융 거래가 모두 기록에 남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편하니 동의하고 참여한다. 정부의 선심 규제와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그 편익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기본 권리(정보)를 조금씩 넘겨주게 된다. 그리고 그 끝은 어떻게 전개될 지, 힘있는 자에 의해 은밀히 오용돼 불행으로 귀결될 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남는다.

우리 시대는 '감시의 시대'라 할 만큼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철저히 개인 활동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다. 끊임없이 감시받는다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타성에 젖어 사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떤 큰 일들이 닥칠 지는 닥쳐봐야 아는 일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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