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 즐거운 여성 도서관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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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 즐거운 여성 도서관으로 오세요
  • 강영희
  • 승인 2022.01.25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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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별곳]
(4) '신나는 여성주의 도서관 랄라'

 한창 날카로운 바람이 불던 올해 초, 연락이 닿은 네 번째 <부평별곳>은 ‘후정로 60’에 있었다. 역시 낯선 주소였지만 옛 삼산동 쪽이었다. 
 20대 후반 학교를 졸업하고, 학습지 교사로 뛰어다닐 때 종종 오고갔던 곳으로 부흥오거리에서 버스를 타면 넓은 논이 끝나는 부분에 있어서 아파트지만 쾌적하고, 정감이 느껴지던 동네였다. 
오랜만에 찾아간 그곳은 고층 아파트와 상가를 지나서야 닿을 수 있었다. 어디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어 좀 혼란스러웠다. ‘태산’ , ‘광명’ 두 아파트 이름이 눈에 들어오니 ‘어! 거기다!’ 하며 옛 기억이 떠올라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졌다.  

97년 이른 봄날,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어디선가 짙은 꽃향기가 났다. 무거운 학습지 가방을 들고 이집저집 뛰어다니다가 그 향기에 이끌려 따라가보니 붉은 가로등 아래 하얀 매화가 빗물에 젖어 반짝이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필자에게 삼산동은 그 하얀 매화꽃과 향으로 기억된다. 

 

삼산동 후정로에 있는 랄라@
삼산동 후정동로에 있는 랄라@
도서관 입구 안내문@

‘신나는 여성주의 도서관 랄라(이하 ’랄라‘)’는 처음 <부평별곳> 공간 이름을 보고 제일 궁금했던 곳이었다. 

단순히 ‘페미니즘 책이 많나?’ 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운영하는 거지? 지원을 받지 않고 운영하는 게 가능할까? 작은 도서관 운동 할 때 만들어졌다고 하긴 했는데 .. ‘인천여성회’ 산하이긴 하지만 ‘도서관’이 돈벌이가 거의 안될텐데 .. 책방 아닌가? ... ‘여성주의’는 뭐였지?, ..... 

랄라 내부 풍경@
예쁜 책방 같기도 한 자연 채광의 밝은 분위기의 도서관 내부@
작은도서관들이 서로 책을 빌려주고 받는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도서관, 랄라~ 

바람은 차가워도 햇살이 빛나는 겨울아침이었다. ‘랄라’ 현관은 열려있었고, 파스텔톤 고무 실내화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중문을 여니 황보화 대표가 맞아주었다. 아직 히터의 온기는 채워지지 않았지만 따뜻한 느낌이 드는 책이 많은 카페같은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잠깐만 냅둬방', '요모조모 쓸모방', '룰루랄라 모여방'은 소개받고 참 부러웠다. 도서관도 잘 다니지는 않지만 도서관에 개인적으로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 공부도하고 모임도 할 수 있는 작은 쓸모방, 큰 회의나 강연, 전시 등이 가능한 공간에 지은 재미있는 이름도 꽤 흥미로웠다. 

공공도서관의 확대로 작은 도서관들이 하나둘 보이지 않게 되면서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된 작은 도서관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의미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지속되고 있는 작고 알찬 도서관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잠시 자기만의 방이 되어주는 공간@
작은 도서관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공간@
랄라의 방향성을 말해주는 문장이 벽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모여방은 전시나 강연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부평별곳, 믿고 맡겨주는 느낌이 좋았어요

하지만 역시 운영의 어려움도 있고, 활동의 어려움도 있는 코로나 시국에 부평별곳으로 선정되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2000년대 초 시민들의 수에 비해 도서관이 부족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생활 속에서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자는 ‘작은도서관 운동’이 있었고, 도서관 기능에 더해 지역공동체의 문화사랑방으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것도 이 운동의 중요 목표였다. 그러면서 주민운동 차원의 어린이도서관, 주민도서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랄라’ 역시 그 도서관 운동의 일환으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며 2003년 어린이 도서관으로 시작했지만 공공도서관이 확대되며 작은 도서관들의 의미가 약해지면서 2016-17년, ‘특성화도서관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 여성주의 도서관으로 변화했다. 

성별에 상관없이 평등할수 있기를 바란다면@


왜 ‘여성주의’라는 단어를 붙였냐는 질문에 ‘여성전용공간’이 아니라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도서관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페미니즘을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해서 여성주의 도서관을 전면에 내세운 건 운영진들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정체성을 갖고, 페미니즘의 본질과 개선책을 논의하는 장(場) 또한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운영진들은 여성주의 도서관으로 운영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랄라는 부평별곳 공간지원을 통해 프로그램으로 페미니스트 장혜영 국회의원과의 토크콘서트<힘내라 페미니스트>, 여성주의 현대비술가 이충열씨의 <페미니즘 미술이야기>, 나를 빛나게 할 핸드메이드 '만들며 수다'를 떨어볼까?, 지구와 나를 위한 힐링 음악회 <봄눈별음악회>를 진행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여성청년들의 모임도 만들어지고, 도서관이 있는 줄도 몰랐던 지역 여성들이 발길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짧은 기간 알차게 진행하며 다소 활력을 잃었던 도서관에 좋은 에너지가 되었다며 지속적인 지원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페미니즘과 미술@사진_랄라
페미니즘과 미술@사진_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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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빛나게 할 핸드메이드 '만들기와 수다' @사진_랄라
<br>부평별곳 공간지원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사진_랄라<br><br> 나를 빛나게 할 만들며 수다
 나를 빛나게 할 핸드메이드 '만들며 수다'_룰루랄라 모여방@사진_랄라

 

여성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것이 왜 공격이 대상이 되는걸까?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 그 고민과 고통을 알면서도 약자의 문제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혐오와 갈등이 되게 만드는 이들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프로그램이며 책모임 등 많은 활동도 좋지만 존재 자체로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신나는 여성주의 도서관 랄라'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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