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인천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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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인천 스텔라'
  • 박상희
  • 승인 2021.11.22 11: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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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 도시 , 인천]
(23) 월미 전망대에서 우주를 바라보며
숭의동 제물포 시장_ 종이 위 펜_18  x 26 cm_2021
숭의동 제물포 시장_ 종이 위 펜_18 x 26 cm_2021

 

한국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천은 부둣가 어두운 세력들의 혈투가 벌어지거나 항구의 컨테이너 박스들 사이에서 암거래를 하는 무리를 뒤쫓는 형사들이 등장하는 등 아쉽게도 인천 사람들도 낯선 후미진 장소들이 많이 비치곤 합니다. 최근은 아니지만, 영화 써니(2011 김형철 감독)’에서도 7공주 주인공들과 불량 소녀시대 무리가 벌인 욕배틀 장면도 바로 숭의동의 문 닫은 지 오래된 제물포 시장에서 촬영되어 회자가 되었는데 한국 누아르의 분위기를 극대화한 영화 신세계에서도 최민식과 이정재가 만나 대화한 장소로 유명합니다. 이곳은 영화 아수라나 다른 영화에서도 여러 번 나와 영화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재개발을 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서구 석남역 부근 골목길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특별한 손봄 없이 80년대 정서를 보여주었고, 조정석, 도경수 주연의 영화 에서는 80년대 서민층의 주택가 모습이 수봉공원 올라가는 언덕배기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항구도시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과거에 멈춘 인천 속 몇몇 구도심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나 봅니다.

인천이 한국 영화에 왕왕 등장하여 시장님을 비롯하여 각 지자체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영화 촬영지를 선뜻 내주고 홍보도 펼치고 있지만 실상 인천의 얘기를 하는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그저 과거의 녹슨 모습을 배경으로 1호선을 타고 한 시간 안에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인천 출신의 젊은 감독 백승기인천 스텔라(2021)’와 더불어 그의 전작 오늘도 평화로운(2019)’을 보며 과거의 인천이 아닌 살아있는 인천의 민낯을 웃음으로 까발리는 유쾌함에 흥미로웠습니다. 감독 백승기의 영화는 주인공을 비롯하여 전 출연진은 물론이고 영화 배경과 이야기를 이끄는 모든 것들이 인천을 위한, 인천에 의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에서는 감독이 그토록 원했던 사과가 그려진 맥북을 중고나라에서 사기 당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시아 항공우주 기지국 ASA_ 종이 위 수채화_26  x 36  cm_2021
아시아 항공우주 기지국 ASA_ 종이 위 수채화_26 x 36 cm_2021

 

주인공은 사기 일당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급기야 중국으로 그들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가장 웃음을 주었던 장면은 중국으로 쉽게 가는 방법을 찾다가 취업 비자로 하인천역에서 사짜 느낌 강한 모집원을 따라 중국으로 가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왼쪽으로 이동하며 차이나타운이 중국으로 갑자기 변하는 씬이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영화 아저씨의 원빈을 따라서 머리를 미는 순간 10분 후 중국 출발이라는 문자를 받자마자 머리에 고속도로가 난 채로 이동하는 것도 웃음 포인트였지만 해외 로케이션 따위는 백승기 감독에게는 있을 수 없는 사치인 것처럼 느껴져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독의 속임수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인천 스텔라(2021)’에서는 이제 해외가 문제가 아니고 영화 속 카메라는 우주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NASA에서 N을 지워 탄생한 아시아 항공우주 기지국 ASA는 월미도 전망대가 사용되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친근함에 폭소를 자아내고 말았습니다. 백승기 감독의 영화는 대놓고 B급도 아닌 C급 영화임을 강조하고 "어차피 우리는 잘 못 만든다. 가진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인맥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어차피 우리가 못 만들 바에는 차라리 세상에서 제일 못 만들자” 라며 현실을 비하하거나 숨기려는 의도가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은 그의 뻔뻔함에 가까운 한치의 과장 없는 솔직함에 무척이나 공감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인천이 그저 영화의 어두운 배경으로 존재하면서 서울을 기준으로 영원한 위성 도시로서의 부족함에 안달하는 동안 그에게는 세련되지 못한 현실을 인정하고 감싸 안으며 그 안에서 성장하려는 기백이 엿보입니다.

화려한 주인공이 아닌 조연에 가까운 평범한 주인공이 오늘도 평화로운 인천의 이곳저곳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감독의 영화에는 인천에 대한 애정을 넘어 어떠한 삶에도 떳떳하게 살아내는 명랑한 인천 활극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MZ세대 등이 공감하는 현실에 대한 신랄한 발언이 별처럼 빛을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백승기 감독의 인천을 향한 그의 독특한 영화 세계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무한히 뻗어나가길 응원합니다.

 

, 그림 박상희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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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1-11-22 22:14:09
앗~! 상희작가님. 그림도 좋지만 글이 더욱 좋아서
글때문에 늦어진게 아닌가 생각듭니다.
아주 맛나게 잘 보고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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