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휴업동의서... 휴업수당 지급을 회피하려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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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휴업동의서... 휴업수당 지급을 회피하려는 꼼수
  • 허진구
  • 승인 2021.11.1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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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허진구 / 노무사

 

우리는 현재 코로나19의 시대를 살아간다.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노동자들의 권리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동안 많은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했고, 매출 이익이 감소하여 기업들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업동의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례1) 무급휴가가 결정됐는데 휴업수당을 안받겠다는 서명서를 강제 작성하게 하며, 미작성시 인사상 불이익이 예상되는데 서명서에 사인하면 수당은 못 받나요?

(사례2) 저희 회사에서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상의 이유라는 명목으로 직원의 10%에 대해 3개월간 무급휴가를 실시하였습니다. 즉 쉬는 기간만큼 급여에서 공제를 하게 되었지요.. 회사의 어려움에 대해 동감하고 휴직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3개월간 무급으로 생활하려고 하니 깝깝합니다. 회사측의 무급휴가가 과연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까?

위 사례의 경우처럼 최근 ‘무급휴가’ , ‘무급휴직’ , ‘무급휴무’ 등의 명목으로 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뒤 일방적으로 쉬게하여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용자들의 경영상 사정에 의하여 ‘휴업’을 실시한 경우에 해당한다. 의도적으로 ‘휴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그 실질은 근로기준법 제46조의 휴업이다.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을 실시한 경우 사용자는 휴업기간에 대하여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경영상 사정은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당연히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개별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업동의서에 서명하게 함으로써 휴업수당 지급 의무를 잠탈(潛脫)하고 있다. 그들 나름대로의 변은 있다. 회사측에서 소속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업을 실시하는 이유와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쳐으며 노동자들이 이에 공감하여 스스로 무급휴직동의서에 서명을 했으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 정말로 노동자들 스스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무급휴직동의서에 서명을 했을까?

물론 그러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직을 결심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상당수가 관리자들 눈치도 보이고 혹여 직무 내지 다른 형태의 불이익을 당할까봐 염려되어 마지못해 동의서에 서명을 했을 것이다. 이는 실제로 노동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동의서에 서명한 것이 자신의 자유의사가 아님을 인정받으려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해야 하는데 이것이 인정되려면 사용자가 강압적인 태도로 서명을 강요하는 등으로 사용자가 노동자의 의사표시가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수 있어야 하고 노동자가 이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1) 무급휴업은 사용자가 긴급한 경영상 필요에 의하여 정리해고를 하는 경우 해고 대상자에 대하여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실시된다. 정리해고 대신에 해고 대상자가 고용관계 유지를 위해 무급휴직 또는 무급휴업을 희망하여 실시하는 경우 정리해고 보다는 노동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휴업수당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는 것이다.

2) 근로기준법 제46조 제2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계속이 불가능한 경우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법정기준(평균임금의 70%)에 미치지 못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이긴 하지만 요건을 갖추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휴업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대법원 99두4280판결).

현재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무급휴직 또는 무급휴업동의서에 서명하여 제출하면 사용자에게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한 위 2가지 경우에 이르지 않고 단순히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개별 노동자에게 무급휴업 등 동의서를 제출받아 제한없이 허용한다면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 규정은 그 취지와 의미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노동부가 오로지 무급휴업 등 동의서만으로 사용자에게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없다고 쉽게 인정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취한다면 노동자의 권리찾기는 더욱더 소원해지고 경제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더 나아가 사용자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노동자나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경영사정이라는 표면상 사유를 내세워 쉽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관계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노동자 보호에 취약한 민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정된 법이다. 근로기준법 규정을 노동자 보호에 미흡하도록 해석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으며 적어도 임금과 관련된 규정은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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