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종말론적 접근을 경계하며
상태바
지나친 종말론적 접근을 경계하며
  • 조강희
  • 승인 2021.09.24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태칼럼] 조강희 / 환경브릿지연구소 대표

 

최근 IPCC의 6차 보고서 초안이 공개되면서 그 내용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난 1988년에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 환경계획(UNEP)에 의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의 원인과 전망 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보고서 작성에는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수천명의 관련 분야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고, UNFCCC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협상에 주요한 근거가 된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는 IPCC에 소속되어 있는 제 1실무그룹(WGⅠ)의 보고서인데, 일단 전제하고 있는 것은 지구온난화가 자연적인 흐름이 아니라 인위적인 인류의 영향임을 명백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최근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이미 1.09℃상승하였고, 2021~2040년 사이에는 1.5℃를 돌파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앞서 2018년에 IPCC 1.5℃ 특별보고서에서 제시한 2030~2052년보다 10년이나 당겨진 예측이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세계 각국들은 1.5℃ 상승을 막기 위해 현재 2050 탄소중립(Net zero) 선언에 속속 동참하고 있고, 2030 국가온실가스 배출량 NDC도 수정 강화하고 있다.

이제 전 세계는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에서 구체적 전략목표를 1.5℃로 명백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지구생태계 균형이 깨어지고 급속도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일명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즉 지구온난화가 일정 시점에서 인간의 개입과 무관하게 급속히 지구 스스로 온도 상승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불안이다. 예를 들면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게 되면 시베리아와 같은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메탄가스의 대규모 방출이 일어나고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대량 배출하면서 온실가스가 급격히 증가하여 지구온난화의 티핑포인트가 도래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여기서 오독해서는 안될 것은 이러한 급속한 변화가 물의 끓는 점처럼 어느 특정 온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지구온도가 상승할수록 그 경향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1.5℃ 와 2℃ 의 차이에 대해 언급한 IPCC 1.5℃ 특별보고서에서도 1.5℃ 는 2℃ 에 비해 극한 고온 및 가뭄과 홍수가 더 빈번해지고 육상생태계 종의 서식지가 2배이상 감소될 것이며 해수면 상승은 10cm 더 상승하고 빙하가 더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 등 지구생태계 변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즉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온의 상승이 지구 생태계의 빠른 변화를 유도함으로, 이에 대비하여 인류의 대응도 시급히 나서야 함을 경고한 것이지 특정 온도를 염두에 둔 티핑포인트를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부에서 지구온난화의 티핑포인트를 특정 온도로 가정하고, 그에 따른 탄소예산(carbon budget)을 고려하여 지구생존을 위한 시간이 채 10년이 남지 않았다는 등을 언급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 판단된다. 도리어 이런 접근은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도리어 지구온난화 반대론자들에게 종말론적 주장이라며 엉뚱한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고 대응이 늦어질수록 그 위기는 더 심각하게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와 비용을 청구할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어느 특정 온도를 과학에 근거한 티핑포인트가 될 수는 없다.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산업화 이전대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목표도 과학에 근거했다기 보다는 정치적 합의라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도리어 이제는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의 공동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적 목표를 기후정의적 관점에서 좀 더 구체화 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지구온도가 상승될수록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치루어야 위해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지구온도 전략목표를 낮출수록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더 커지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 그리고 무임승차를 없애고 개도국이 동의할 수 있는 전략목표가 수립되어야 한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대비를 위한 노력은 당장 시급히 추진되어야 하지만 비과학적인 접근은 설득은 고사하고 거짓말쟁이가 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특정 온도 중심의 지구온난화의 티핑포인트에 대한 지나친 접근을 경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