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 가을에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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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 가을에 더 좋다
  • 허회숙 시민기자
  • 승인 2021.09.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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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 향긋한 꿀포도 농장, 울창한 소사나무 숲길에서

 

 

옹진군 영흥면 내리 734 십리포해수욕장. 인천 내륙에서 서남쪽으로 약 32km 떨어진 곳에 있다. 섬 동쪽으로 육지와 연결된 대부도가 있고 서쪽에는 자월도가 있다. 영흥도는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섬의 북쪽 끝에 있는 해수욕장에는 900여 평의 수백 년 된 소사나무 숲이 유명하다.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정자나무 역할을 하고 겨울에는 방풍림 역할을 한다.

전국 유일의 괴수목 지역으로 옹진군에서는 이를 적극 보호하고 있다. 소사나무 둘레에는 평상처럼 만든 큰 벤치를 빙 둘러 설치해 소풍객 여러 명이 함께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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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포 해수욕장은 약 4km의 왕모래와 자갈이 섞인 해변이 뻗어 있고 1km에 걸친 고운 모래밭이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밀물 때에는 산책로 바로 밑까지 바닷물이 찰랑거려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데, 간조 때는 광활한 갯벌이 드러난다. 멀리 몇몇 사람들이 뻘에서 게와 바지락, 소라, 고둥 등을 잡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지정된 장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갯벌체험을 할 수 있었다.(문의 032-880-1712)

 

영흥도의 유래에 대한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옛날 중국에서 오던 배가 풍랑을 만나 암초에 부딪쳐 파손되기 직전 거북이 한마리가 나타나 배의 구멍을 막고 이 섬까지 인도해 주었다. 신령이 도와준 섬이라하여 영흥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본래 명칭이 연흥도였다가 고려말 정국이 불안하던 때 왕손인 익령군 일가가 이 곳으로 피신하면서 익령군의 령자를 따서 영흥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십리포 해수욕장에서 국사봉으로 이어진 길은 경사가 완만하여 임도를 따라 가볍게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 산악훈련도 할 수 있어 갖가지 레저활동에 적합하다.

해수욕장에서는 물놀이와 갯벌체험 뿐 아니라 제트보트까지 즐길 수 있었는데 올 여름에는 코로나로 해변이나 모래사장에 텐트나 그늘막도 칠 수 없었다.

여름이 지난 해변에는 산책객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암벽 가까이 나무 그늘을 따라 데크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15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멀리 바다 너머 송도 신도시 아파트의 실루엣과 시화호, 인천항을 입출항하는 외항선, 낚싯배 등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밤에는 인천시의 야경도 장관이라고 한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며 힐링하기에 적절한 곳이다.

 

 

이밖에도 장경리 해수욕장과 용담리 해수욕장, 해군영흥도전적비나 통일사 등도 둘러볼 만하다. 문득 인천상륙작전 전초기지비석이 눈앞에 나타나 가슴이 뭉클 해진다.

 

십리포해수욕장 주변에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펜션과 카페가 많이 들어서있다.

 

해변의 서쪽으로는 부안의 채석강을 연상시키는 기암괴석들이 우뚝 솟아 있다.

기암괴석들 밑에는 작은 굴껍질들이 부서져 하얀 눈처럼 쌓여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영흥은 맛있는 굴이 많이 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교통편은 선재대교 및 영흥대교의 건설로 승용차로 오갈 수가 있어 편리하다.

 

‘인연의 교차로엔 신호등이 없다. 스치던 멈추던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행복은 스스로 움직이기 않기에 찾아가는 것이다. 사랑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하는 것이다‘ 라는 경구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와 함께 마음에 스며드는 날이다.

 

이번 영흥도 여행은 지난 9월 6일 아침, 옹진군 영흥면 영흥서로 304-7에 있는 문학동아리 엄동훈 선생님(010-3270-2072)의 포도농장에서 시작됐다. 그 분의 시와 산문은 사랑과 영성으로 가득 차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올해는 농장을 방문하여 포도를 직접 싣고 오자는 의견이 모아져 회원 몇 명이 방문한 것이다. 어느 해부터인가 그 분의 조그마한 포도 농장에서 수확하는 포도를 맛보기 시작한 회원들은 그 달고 향기로운 맛에 반했다.

 

‘포도가 익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가을을 가다리고 있을테요/ 포도가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포도가 익기 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가을을’.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모작시를 읊조리며 포도가 익는 가을을 기다려 왔다.

 

아침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엄 선생님의 친구 두 분이 포도 따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애잔한 모습의 아름다운 사모님이 바쁘게 포도선별과 박스 포장을 하다가 반갑게 맞으신다.

한 송이씩 안겨주시는 포도를 맛보며 그 중독성 강한 달콤 향긋한 꿀 포도 예찬 송을 읊는다.

역시 농장에 와서 맛보는 포도 맛이 으뜸이라고, 포도 박스를 트렁크에 가득 싣고 십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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