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몬시대, 무엇을 지켜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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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몬시대, 무엇을 지켜갈 것인가
  • 성효숙
  • 승인 2021.08.23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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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기고]
(6) 성효숙 / 화가
1984-봄을 찾는 사람들-일꾼자료집-성효숙, 이동수

 

인천 자랑을 할 때 대표적으로 두가지를 꼽아 왔다. 동북아의 관문으로 여러 문화 산물들이 남아있다는 점, 산업화 시대에 우리나라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이 활발했던 곳으로 그 운동에 기여했고 그 기여만큼 자료도 많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이하 인천산선), 일꾼교회의 역할은 크다. 우리 역사 속에서 왜곡과 탄압을 온 몸으로 통과한 후 정의를 지켜내고 실천한 교회.

문화예술인으로서 문화를 이야기 할 때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중요한데 종교에서도 인천산선은 낮은 자들, 일하는 사람들의 편에서 하나가 된 교회였다.

1980년대 9시 뉴스에 산업선교회가 나오는 장면은 온통 빨간색으로 선정적으로 그려졌었다. 도시산업선교회(도산)가 개입하면 회사가 도산한다거나 빨갱이들이 개입해서 빨간색 사상을 물들인다고 하던 이 장면은 군부와 자본이 만든 이념이고 언론이며 문화였다.

그렇다면 일하는 사람들의 문화는 어디서 찾을 수 있었을까?

동일방직의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단결했을 때 구사대에 의해 똥물이 끼얹어졌을 때 종교, 문화, 예술, 교육, 언론 중에서 그녀(그)들을 도운 곳은 어디에 있었을까? 종교는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위한 기도처가 아니던가? 인천 산선은 이웃 노동자들의 편에서 모임을 하고 기도를 하였다.

당시에 노동자들과 함께한 문화예술을 돌아보면 때로 형식은 해체되었고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율동, 놀이, 수기 등 새로운 노동자 문화가 개발되었다. 마당극, 노래, 미술, 문학, 연극, 영화들이 역할을 해 왔고 그 작업들은 당국에 의해 빼앗기고 판금 되었다.

예를 들어 1978년 김민기가 만든 <공장의 불빛>은 인천 동일방직노동자들의 이야기로부터 나왔고 7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이 담겨있다.

 

<공장의 불빛> ‘야근’ 중에서

‘사장님네 강아지는 감기 걸려서 포니 타고 병원까지 가신다는데

(여자동료들) 우리들은 타이밍약 사다 먹고요. 시다 신세 면할 날만 기다리누나

(남녀 모두) 월급 봉투 누런봉투 빈 봉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1978)은 인천 만석동이 주요 배경으로 빈민의 이야기를 담았다.

동일방직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박영근 시 <농성장의 밤>(1987)은
‘... ...

서로의 울음으로 껴안고

죽어 살던 날들의 서러운 사연을 풀어

우리는 노래를 외쳐 부른다.’

2020 도르리_화수재담 영상 중에서

그렇게 노동과 문화예술은 서로 만나 억울하고 발언할 곳이 없는 사람들의 미의 대리자가 되어 두레패나 뜬패의 역할을 하였다.

인천에서 많은 이야기들의 중심에서 인천산선은 기도처이자 치유의 장소이고 문화생산처였다,

필자가 인천산선을 만난 것은 1984년 미술동인 <두렁> 활동을 할 때이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인천 산선의 부름에 의해 <봄을 찾는 사람들> 만화를 만들게 되었다. 1980년대 초반부터 노동자들의 권리 교육을 위해 읽기 쉬운 만화로 표현하였는데 이 만화집은 단행본으로도 만들어졌고 전두환 정권에 의해 일간지에 판금 도서 목록으로 오르기도 하였다.

1978년 <공장의 불빛>으로부터 2021년 현재, 세상은 더욱 자본의 힘이 중천에 떠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동안 절차적 민주주의는 성취 되었지만 맘몬시대의 문화는 더욱 휘황한 불빛으로 번지고 있는 이 때에 인천 산선의 자리가 개발로 인하여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맘몬 시대는 재물이 가치의 중심이 되는 시대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면면히 이어오는 공동체 이야기는 2001년 김중미 작가에 의해 동일방직이 있는 만석동의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이어지고 인천 산선 보존을 위한 일일 릴레이 단식을 할 때 본 도르리 청년들의 화수재담 영상은 감동이었다.

인천 화수동에서 자라서 이웃들과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내용들. 그 마을에서 자랐기에 그토록 따뜻하고 살가운 시선으로 그리고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인천이 보존해야 할 수많은 가치들을 고층 아파트, 주차장, 상가들과 맞바꾸려 하는가? 그동안의 유산들을 버리고 맘몬 신화로 갈 것인가?

민주화운동 이후 전국에는 부산의 민주공원, 울산의 노동역사관이 생겨나 그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좋은 사례들이 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영국이나 유럽의 노동박물관이 있어 세계적 명소가 되고 있다.

인천은 노동운동사, 여성운동사, 노동문화예술사에서 역사관을 만들 충분히 가치가 있는 곳이고 그 중에서 인천 산선은 보존해야 할 대표적인 곳이다.

마지막으로 인천의 정치인들에게 전한다. 인천의 소중한 유산들을 보존하는데 힘을 기울여달라. 역사는 당신들의 업적과 실책을 대대손손 기억할 것이다.

(* 맘몬은 재물의 신으로 성경에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기지 못한다고 하였다.)

성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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