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협치의 정신 망각한 인천시 도로 부서의 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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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협치의 정신 망각한 인천시 도로 부서의 오지랖
  • 지영일
  • 승인 2021.05.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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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지영일 /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 특정부서의 행태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인천시 도로부서는 도대체 어느 시를 위해 복무하는 부서인지 헛갈린다. 시흥시가 자체 필요성에 의해 추진하는 배곧대교 건설 당위성에 적극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시의 관련부서가 ‘배곧대로 건설로 인한 지역사회 경제·교통 등 영향조사’를 인천연구원에 의뢰했다고 한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시는 이번 조사를 통해 배곧대교 건설 타당성 및 송도 갯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업은 아니지만 송도의 교통 등과 관련이 있어 인천연구원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라는 관계자의 언급을 달았다. 시 사업도 아닌데 인접 기초지자체의 사안을 굳이 시 산하기관을 통해 도와주려는 듯한 경우다.

배곧대교는 시흥시 정왕동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사이 송도갯벌을 가로지르는 길이 1.89km의 왕복 4차로 교량이다. 이는 시흥시가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이다. 헌데 시흥시로서는 지역 활성화에 국한한 민간투자사업을 넘어선다. 시흥과 인천, 두 도시의 유기적인 교류, 원활한 산·학·연 협력까지 내세우며 배곧대교 건립으로 천지개벽이라도 할 기세다.

또한 중요 국책사업 추진에 대한 열망이 그득하다. 습지보호를 위한 건설 반대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인천시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송도갯벌에 교량 등을 설치하려면 습지보전법 등에 따라 ‘대규모 국책사업 또는 물적 자원개발을 위한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시흥시에게는 최대 걸림돌 제거를 위한 ‘절대 반지’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시흥시도 밉상이지만 인천시 내부사정이 가관이다. 현안을 공유하며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관계부서 간 협력은커녕 소통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한쪽 부서가 인천연구원에 의뢰했다는 조사를 주무 환경관련 부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협의체계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단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사전 협조는 물론 사후 협의조차 없이 ‘내 갈길 가는’격이다. 어처구니없는 밀실행정, 칸막이 행정의 또 다른 전형인 셈이다. 결국 올해 초에 빚었던 무리수에 더해 도로부서의 지탄받을 독자행보다.

사정은 이러하다. 지난 1월, 송도습지보호지역을 관통하는 배곧대교 계획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진행 중에 인천시 도로과 담당 공무원이 시흥 주민 커뮤니티에 배곧대교를 찬성하는 글을 게재했던 ‘사건’이 있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부서인 인천시 환경기후정책과가 습지보전위원회를 비롯, 관련 부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 인천시 도로과 담당자가 공개적인 주민커뮤니티에 배곧대교를 찬성하며 사업계획에 대해 코칭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담당 공무원은 배곧대교 홍보영상 게시는 물론 “시민 여러분들이 도와 주셔야 한다, 배곧대교가 국책사업이 되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개발계획에 반영되어야 한다, 제2순환고속도로와 동시 조속 착공이 목표다.” 등의 글을 게재해 물의를 빚었다.

이를 두고 당시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 일방적으로 사업자 편에서 인천시 입장이 정리된 것처럼 글을 올린 담당 공무원을 관련 업무에서 즉각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공직자로 적절한 처신이었는지 공식적인 감사를 요청할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었다.

인천시 도로부서의 도를 넘는 오지랖은 협치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시는 최근 환경부서 주관으로 진행된 환경시민사회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시의 직접 현안이나 사업도 아닌 배곧대교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나 언급도 자제하는데 동의했다. 대신 일단 수도권 제2외곽순환선에 대한 해법 모색에 민관이 머리를 맞대자고 합의했다. 앞서 송도람사르습지를 가로지르는 수도권 제2외곽순환선 노선을 두고 논란이 깊어지자 도로부서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꾸리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환경단체들은 원안추진을 염두고 두고 짜맞춘 협의체 참여는 무의미하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던 터다.

국제협약에 의해 보호를 약속한 송도갯벌을 훼손하는 배곧대교는 폐기되어야 마땅한 사업일 것이다. 그럼에도 인천시가 동조하는, 나아가 다리를 건설할 방법을 열심히 찾아주는 모양새까지 연출하는 모습은 이래저래 매우 부적절하다. 오히려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는 듯한 조사 의뢰가 아니라 전면 반대 입장을 시흥시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배곧대교 건설에 대해 시흥시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두고 한강유역환경청도 '입지 부적절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만일 여러 우려와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획이 강행된다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엄청난 대가는 분명하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생명다양성의 보고, 불가역적인 습지의 훼손이 그것이다. 국제적 망신과 더불어 국가 환경보호정책의 신뢰도에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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