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연평 - 파시의 전설, 새싹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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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연평 - 파시의 전설, 새싹의 희망
  • 박상희
  • 승인 2021.04.19 06: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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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16) 조기 역사관에서 바다 노을을 보며
박상희_서해 연평_캔버스 위 복합재료_162x112cm_2021
박상희_서해 연평_캔버스 위 복합재료_162x112cm_2021

 

4~50여 년 전까지 인천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풍어의 고장이었다. 서해 앞바다의 대청도, 소청도, 백령도, 덕적도, 연평도 등의 수많은 섬은 넘쳐나는 물고기들로 바다의 풍요로운 혜택을 받아왔다. 지금은 어업환경과 날씨 등의 변화된 자연조건으로 잊혀 가는 전설이 되었지만 매해 음력 4월을 시작으로 조기 떼가 몰려와 최고의 어획량을 기록하면서 연평도 인근은 서조선의 대보고라고 불리며 전국의 어부들을 불러들였다.

연평도에서는 늦은 봄철을 시작으로 조기철이 되면 황해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등에서 몰려온 배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파시(고기가 한창 잡힐 때에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가 형성되었다. 풍어를 기원하고 바다에서의 안전을 비는 연평도 배치기 소리 (뱃노래의 일종)’를 읽어보면 그 당시의 연평도 조기 파시의 화려했던 시절을 헤아려 볼 수 있다.

돈 실러 가세 돈 실러 가세/ 연평 바다로 돈 실러 가세/ 연평 바다에 널린 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 들이자/ 연평장군님 모셔 싣고/ 연평바다로 돈 실러 가세

 

박상희_ 연평도 조기_ 종이 위 수채화_ 21x14.8cm_ 2021
박상희_ 연평도 조기(서울경제신문 기사사진 참고)_ 종이 위 수채화_ 21x14.8cm_ 2021

 

연평도에서는 당시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1943년에는 무려 5,000여 척의 배가 조업했고 1947년 파시 때는 9만여 명이 연평도로 들어와 있었다니 그 시절을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섬 파시 골목에 그려진 벽화와 그 당시 사진들이 실감 나게 다가왔다

연평도의 조기 파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살펴보니, 세종실록지리지에 영광의 파시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택리지에도 선유도 해상 시장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파시의 역사는 길다. 1800년대 중반 김정호가 편찬한 대동지지(大東地志)에 조기잡이 선단이 연평도로 몰려든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연평도 조기 파시는 조선 시대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강제윤의 새로 쓰는 '섬 택리지', 한국경제)

조기 역사관에서 바라본 가래 칠기 해변과 병풍바위 그리고 멀리 보이는 북녘땅은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이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필자가 그린 서해 연평 (162x130cm_ 캔버스 위 아크릴_2021)’거친 암석을 갈필로 표현했으며 숲의 풍성함을 대조적으로 그려내 섬의 풍요롭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핑크색의 비현실적인 색감은 섬의 신비함과 경건함. 그리고 평화를 향한 의지의 상징이다.

 

박상희_ 은행나무에 핀 새 잎 _ 캔버스 위 복합재료_ 21x14.8cm__2021
박상희_ 은행나무에 핀 새 잎 _ 종이 위에 펜_ 21x14.8cm__2021

 

풍요로움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연평도는 최근 제1, 2차 연평해전(1999, 2002)2010년에 일어났던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아야만 했다. 연평도의 한 없이 푸르고 잔잔한 바다와 조용한 마을의 풍경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폭격의 그을음으로 뒤덮인 건물은 당시의 처참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안보 교육장 안에 폭격으로 잘려 나간 은행나무의 뿌리 틈 사이에서는 새싹이 돋아난다. 꿋꿋이 과거를 뚫고 솟아오르는 새싹들은 연평도의 희망찬 미래를 예견하고 있는 것만 같아 신기하기만 했다. 조기 역사관에서 바라본 해 저무는 바다에서는 굴곡진 역사를 치유하는 평화의 판타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연평도의 산과 바다는 형형색색의 질감과 장엄한 풍경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위로하고 굳건하게 지켜주있었다.

                                                                            2021. 4. 18 글 그림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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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1-04-20 00:22:20
정말 대작이군요. 멋진 그림과 글입니다.

황해의 바다는 2050년이면 미세플라스틱이 어류에 축척되어 사람이 먹을 수 없을 거라고 하네요.
사람이 저지른 짓이 결국 사람에게 되돌아오죠.
아름다운 바다로 부터 영감을 얻듯이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로 희망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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