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아름다운 마을 율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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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아름다운 마을 율목동
  • 박상희
  • 승인 2021.02.15 08: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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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14) 율목도서관과 부윤관사 앞에서
부윤관사_ 종이 위에 나무와 먹물_ 2021
부윤관사_ 종이 위에 나무와 먹물_ 2021

 

율목동은 동인천역에서 신흥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다가 큰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 가다 보이는 언덕에 있는 동네다. 예전 버드나무가 많아서 버드나무 골, 버들골이라 한 유동과 밤나무가 많은 데에서 밤나무골 또는 율목리라 한 율목동을 합친 곳이라 한다. 이곳은 개항 당시 영남 등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곡식 중개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 살기 시작한 부촌(富村)이었다고 한다. 최근 한옥과 적산가옥 등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이 개발로 사라지는 와중에 옛 시장의 관사로 1938년 지어진부윤관사를 찾아가 보았다. 1966년 새 관사로 이전하기 전까지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되었다 하는데 아름드리 나무들과 멋진 일본식 2층의 지붕이 여전히 고고하고 단아하게 동네를 지키고 있었다.

부윤관사를 비롯한 옛 영화를 가늠할 수 있을 만한 2층의 일본식 가옥들이 여럿 있었지만, 일부는 철거 중이었고 몇 남은 건물들은 재보수하여 여전히 주거지로 유지되고 있었다. 언덕 위를 끝까지 올라가면 율목 공원이 있었는데 조선 말 법부대신 이하영이 소유한 과수원이었다가 일본인들이 답동 대지와 과수원을 맞바꾸어 일본인 전용 공동묘지와 화장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참고). 해방 후 거의 철거되고 공원이 들어섰고 그때의 흔적이라면 지금은 시립도서관의 일부인 어린이 도서관이 일본식 건축양식으로 남아있어서 정원 안 석등으로 지나간 시절을 엿 볼 수 있었다.

율목도서관은 율목동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멀리 인천 앞바다를 비롯하여 인천의 사방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이에 이곳은 1900년대 초 일본인 정미업자 리키다케의 별장이 되었고, 세창양행 관사를 거쳐 광복 후 1946년에 도서관으로 개조되어 구월동 중앙도서관이 설립 되기 전까지 시립도서관으로 사용되었다. 입시를 준비하며 친구들과 공부하러 다닌 율목도서관의 형태는 많이 변화된 것 같은데 당시 삐걱거리던 복도와 오래된 나무 창틀이 굉장히 정겹고 고풍스럽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특히 지금은 쭉쭉 뻗은 아파트들로 보기 힘들지만 율목도서관에서 내려다보이는 노을 진 인천 앞바다는 수험생들에게 보약과도 같은 응원이 되었다.

 

율목 도서관_ 종이 위에 펜, 2021
율목 도서관_ 종이 위에 펜, 2021

 

도서관 바로 아래 정자를 비롯해 작은 운동장이 있는 공원에는 학생들이 농구를 하며 탕탕 공 튀기는 소리를 경쾌하고 내고 있었다. 운동기구에 매달려 체력 단련하시는 어르신들과 공원 주변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 여성들이 밤나무를 비롯한 겨울나무 가지들 사이에서 평온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율목동 초입의 예쁜 집들을 보면서 올라온 끝에 율목 공원의 안온한 풍경은 율목동의 이름을 혀끝으로 자연스레 되뇌게 한다. 골목을 돌아 율목 도서관을 내려오면서 들렀던 해광사는 군산의 동국사와 함께 현존하는 일본식 사찰로 손꼽힌다. 대웅전의 모습은 한국식 절로 바뀌었지만, 대웅전 뒤 현재 명부전으로 사용되는 붉은 벽돌의 네모난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해광사는 예전에 국악과 무용을 가르쳤던 곳이라고 해서 의아했다현재는 근방의 경아대가 인천 국악의 산실로 자리를 잡고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가파른 언덕에서 내려다본 일본식 세모난 기와 지붕 위에 이른 봄의 따뜻한 햇볕이 과거 율목동의 아름다운 시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2021.02.14. , 그림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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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1-02-20 19:35:03
펜선이 힘차고 딱딱 맞아떨어지는 맛이 있습니다 .
채색이 없어도 더 다양한 색상으로 보입니다

김효은 2021-02-16 18:26:48
안녕하세요! 박상희 기자님:)
저는 인천 율목도서관 사서 김효은이라고 합니다!
'율목도서관' 검색 중에 우연히 멋진 기사를 발견해서 댓글 남깁니다!

율목도서관 SNS에 기사를 공유해서 도서관에 대한 추억을 많은 분들과 나누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공유하기 전에 먼저 기자님께 동의를 구하고자 합니다!

메일 주소를 알려주시면, 메일을 통해 관련 내용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ㅠㅠ)
우리들의 율목도서관을 멋지게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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