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서 생활문화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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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서 생활문화 다시 보기
  • 임승관
  • 승인 2021.01.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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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
임승관 /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우리 사회는 OECD 회원국 중 2003년부터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할 만큼 구성원들은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뒤르켐(Émile Durkheim)은 모든 자살은 사회적 유대감, 결속력의 약화, 사회적 불안정, 급격한 구조 변화가 그 원인인 ‘타살’이라고 했다. 근래 들어 배타적인 사회 갈등과 혐오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사회심리학자 에른스트 란터만은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급 진화되어 개인이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면, 지속적인 불쾌감과 분노, 공격적 욕구를 느끼며 타자에 대한 배타적 혐오감을 일으켜 자발적 고립으로 안정감을 찾는다고 한다.

우리는 사회를 숲에 비유한다. 나무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룬 숲이 우리가 지향하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와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숲은 흙과 나무들로만 존재할 수 없다. 생태과학자 수잔 시마드 교수는 “숲은 나무들을 연결하고 소통하게끔 해 마치 지능이 있는 유기체와 같다”고 한다. 균(bacteria)과 그 역할에 관한 이야기다. 보이지는 않지만 흙 속 균들은 촘촘하게 얽혀 나무들과 흙이 지닌 유기물을 서로 받을 수 있게 바꾸어 전달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자발적인 협동으로 질서를 만들어 간다. 이러한 균의 역할이 없으면 공유지인 숲도 나무들의 성장도, 아니 모든 생물이 살아갈 수 없다.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생태계 네트워크를 이루는 균과 그 역할은 결국 숲을 지속하는 조건이다. 사회를 숲에 비교하면 사람은 나무다. 그리고 숲과 같이 사회가 지속할 수 있는 균은 의사소통이며 그 역할은 협동일 것이다.

호혜적으로 협력하는 공동체 활성화로 이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 정부의 의지다. 지역분권과 주민자치로 도시재생이나 참여예산, 사회적 경제, 주민자치회 등 누구나 직접 참여하여 정책을 생산할 수 있는 공론장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공론장은 해당 의제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자기 생각이나 입장이 있어도 이를 자신 있게, 더군다나 논리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위계나 체면, 평판이 작동하는 공적인 공론장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지만 아무나 는 아니다.

자발적인 생활문화 공동체는 누구나 크고 작은 논의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 있게 개입할 수 있는 낮은 문턱의 친밀공동체다. 의제가 생일 파티, 봄 소풍, 마을 축제 참여 여부, 정기발표 때 입을 복장 결정, 장소 조사 등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공감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논리적인 소통 기술과 자신감이 나아진다.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 없이, 사회적 위계나 평판에 신경 쓰지 않는 평등한 관계에서 토론과 합의에 따른 실행 경험이 반복해서 쌓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공감적인 소통과 자발적 협동은 소속감을 높이고 안정감을 준다.

우리는 지금 14세기 중세 패러다임을 바꾼 흑사병 이후,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과 함께 문명의 전환을 예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의 중심 고리를 소득이라는 경제적 결핍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하는 ‘코로나 우울’은 전례 없는 정신보건 위기를 선포했다. 비대면 방역 조치로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감, 사회적 배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 사회문제다. 사회적 배제, 즉 공동체에서의 분리는 신체적 고통과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우리 뇌가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신체는 심리적으로뿐 아니라 신경생물학적으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적 결핍 해결만이 아니다. 지역공동체가 온전하게 유지되려면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지원으로 육체적인 고통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환대와 친밀감으로 사회적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의 손상을 복원해야 한다.

생활문화 공동체 지원은 예술에 대한 접근성이나 향유계층을 높이는 목표를 넘어야 한다. 사회적 공헌이나 체험자 수 증가를 관리하는 양적 측정방식이 아니라 다양성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화하여 효과적으로 지속하며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 주체(network governence)를 만들어 내는 것이어야 한다. 소통을 통해 소외를 극복하는 다양한 점들은 끌림에 의해 연결되어 선을 만들어 거리를 바꾸고 면이 되면 든든한 공감의 진지(陳地)인 생태계를 이루어 숲, 도시가 될 것이다.

 

그림 https://blog.naver.com/compassiontantan73/222161283836
그림 https://blog.naver.com/compassiontantan73/22216128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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