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없어지다 - 2021년 바뀌는 5대 여성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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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없어지다 - 2021년 바뀌는 5대 여성정책
  • 박교연
  • 승인 2021.01.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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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박교연 / '페이지터너' 활동가

 

낙태죄가 없어진 2021년이 밝았다. 2021년에는 낙태죄 외에도 여러 여성정책들이 변화했다. 2020년에 모두를 참담하게 했던 N번방 같은 범죄를 방지하고자 시행령이 생겼고 조직이 개편되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아래와 같은 정책변화가 2021년을 작년보다 나은 길로 이끌 길 바라본다.

첫째로 성착취물 영상 피해자를 대신해 개인이 성착취물 영상 삭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사업자에 이를 요구할 수 있는 기관과 단체가 늘어났으며, 해당 사업자가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도 삭제·접속차단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출액 3% 이하의 과징금 등 제재 처분을 받는다. 이는 지난달 12월 10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N번방 방지법’ 중 하나로, 피해 신고를 양지화하고 인터넷 사업자의 유포 방지 조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둘째로 1월 21일부터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범죄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임시조치 실효성을 높이는 등 피해자 보호가 강화됐다. 그동안 신고를 받은 담당 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권한을 강하게 행사할 경우, 가해자가 민원과 고소 등으로 맞대응하면 경찰은 직권남용이라는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가정폭력 신고의 초동대응은 대부분 훈계와 경고로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서 즉시 ‘형사소송법에 따른 현행범 체포’가 가능해졌다. 또한, 피해자 보호제도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출동 경찰관은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피해자보호명령’과 ‘신변안전조치’를 청구할 수 있음을 고지해야한다.

셋째로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이익 조치 금지 의무가 강화된다. 2018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경험자의 81.6%가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긴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31.8%였고, ‘소문·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는 응답이 12.7%로 조사됐다. 실제로 피해자가 문제를 공론화했을 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인사이동과 업무배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제 처벌이 강화되어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었다.

넷째로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확대되었다. 작년 코로나19 상황에서 돌봄의 어려움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여성노동자의 경우 육아 때문에 도저히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가 없어서 아예 직장을 그만둔 사례도 많다. 아이돌봄서비스가 돌봄의 어려움을 전부 상쇄할 순 없으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은 연 720시간이 아니라 연 840시간까지 지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국에 450개소의 ‘다함께돌봄센터’를 추가로 설치해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섯째로 유방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확대되었다. 유방암은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나 재정부담 등의 이유로 4대 중증질환자(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를 중심으로 보험이 적용됐었다. 하지만 유방암의 조기발견에 대한 중요성이 ‘핑크리본 캠페인’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유방 초음파도 건강보험 항목에 들어갔다. 유방암은 5년 이내 완치률이 90%일 정도로 다른 암에 비해 생존률이 매우 높다.

정책변화가 하루아침에 모두의 인식을 바꾸고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평등을 위한 시도가 쌓이고 쌓이다보면, 불평등은 가시화되고 해결해야할 문제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예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사회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의 언어가 변화했다. 연합뉴스는 2018년부터 기사 내 성별표기 방식을 개선했다. 성별표기가 없어도 이해에 지장 없는 기사엔 굳이 이를 표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비슷한 시도는 경향신문에서도 나타났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경향신문은 2020년 7월 기사작성 원칙 등을 담은 스타일북을 발행했는데, 성별을 꼭 알려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별 미표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처녀작’ 대신 ‘첫 작품’, ‘저출산’ 대신 ‘저출생’ 등 성평등과 맞지 않는 단어들도 바꾸도록 했다.

물론 아직도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고 개선해야할 문제는 산적해있다. 그래도 한걸음씩 나아가다보면, 낙태죄가 폐지된 아침을 맞은 것처럼 성별불평등이 없는 대한민국의 아침을 맞이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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