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여, 오래된 것의 노후화를 막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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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여, 오래된 것의 노후화를 막는 일
  • 강도윤
  • 승인 2020.12.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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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강도윤 / 인천도시재생연구원 원장, 인천대 겸임교수

 

도시들도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경험한다. 17, 18세기의 도시들은 산업혁명과 식민지로의 물자 유통으로 항구 위주의 많은 도시들이 발전했다가 쇠퇴했다. 한 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도심이 대공항 등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중심축의 변화에 따라 노후화를 겪게 되었고, 사람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도심은 비워졌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펼쳐졌다. 과거로부터의 흔적을 지우고 신도시를 건설하려는 개발론자,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생태주의론자 간 도시문제에 대한 해법이 대립되었다.

1960년대, 개발론자인 뉴욕주지사 로버트 모세는 뉴욕 맨하튼의 소호지역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려고 하였다. 지역의 양분과 커뮤니티 파괴를 우려한 생태학자 제인제이콥스는 오랜 투쟁으로 맞섰고, 결국 그녀의 승소로 독특한 문화가 있는 뉴욕의 자부심 소호지역이 될 수 있었다. 전면 개발을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려는 당시의 사회 기류 속에서 오래된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골목 중심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제인제이콥스의 주장은 오히려 더 새로웠으며, 오늘날 도시재생에 모태가 되었다.

뉴욕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장소 ‘하이라인파크’도 과거의 버려진 산업화의 산물이긴 마찬가지이다. 뉴욕시는 1934년 건물 10층짜리 높이로 우유나 가공식품을 도심으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철로를 건설하였는데, 1980년대 경기침체와 실업난으로 철도 운행이 중단되며 방치되었다. 이후 철거 위기에 놓인 철로 위에 야생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본 시민들이 ‘하이라인 친구들’이란 공동체를 만들어서 철거 대신 공원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전개하였고 현재의 뉴욕 최고 핫플레이스인 하이라인 파크가 되었다. 버려진 고가철로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공원과 숲길로 조성되었던 것이다. 하이라인파크는 단절을 의미하는 고가철로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통로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미술관, 쇼핑센터 등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장소를 생겨나게 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뉴욕의 랜드마크가 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서울고가공원이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철로 위에 조성된 하이라인 파크(2015)
철로 위에 조성된 뉴욕시 하이라인 파크(2015년)
과거의 방치된 철로(2001년)
과거의 방치된 철로(2001년)

이처럼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논쟁이 있어 왔고, 사라질 뻔 한 것들을 지켜낸 것들이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근대화 이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도시들은 산업구조의 변화와 신도시 건설 등으로 성장축을 잃어버리면서 쇠퇴했고, 남겨진 사람들은 고령화되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이 도시재생사업이다.

최근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된 연수구 함박마을에는 고려인들이 산다. 고려인은 옛 사할린 등지로 독립운동을 위해 떠났던 우리나라 동포들의 후예이다. 그들은 돈벌이를 위해 모국에 왔고, 이 곳에서 아이들을 낳아서 한국인으로 키우고 있다.

연수동의 함박마을은 1기 신도시와 비슷한 시기에 건설되어 비교적 덜 노후화된 빌라촌이다. 송도 등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빌라는 비워졌고, 보증금 없는 저렴한 임대료와 연수구의 좋은 학군, 남동공단 등 일자리 찾기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고려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지금은 등록된 외국인만 오천 명이 넘는다.

독립운동가의 후예라고는 하나, 서툰 한국말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시작되었고, 그들은 환영받지 못했다. 좋은 학군을 기대한 아이들의 학교생활 문제, 쓰레기 문제 등 갈등은 깊어졌다.

그런데, 도시재생뉴딜사업 공모를 준비하며, 주민들과 고려인들이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주민들과 고려인 모두 무척이나 적극적이었다. 쓰레기 버리는 곳과 거리 곳곳에 러시아말로 된 현수막이 걸리고, 주민들은 그들을 동포로 맞이하기 위한 노력들을 시작했다. 문화 융합을 통한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지금 함박마을에는 러시아 빵집을 비롯한 음식점과 슈퍼 등 상점이 늘어나고 있다. 거리 곳곳에 러시아어 간판이 생겨나고, sns에서는 맛집들로 유명세를 타는 곳도 여러 곳이다. 연수구에서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마을문제에 적극적인 함박마을 고려인
마을문제에 적극적인 함박마을 고려인
고려인들과 주민들이 함께한 워크숍
고려인들과 주민들이 함께한 워크숍

성공한 도시재생 사례들은 어떻게 쇠퇴의 기로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제인제이콥스는 오래된 것과 노후화는 다르며, 도시의 실패가 노후화를 만들고 다양성의 파괴는 도시를 쇠퇴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도시를 되살리는 힘은 다양성과 주민 중심의 지역공동체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도시재생을 위한 뉴딜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노후화된 건물을 새로 짓고, CC-TV를 더 달아 도로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 신도시와 비교하며 주차장 등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면 도시가 다시 활력있는 공간으로 부활한다고 생각해 왔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제까지 도시재생 사업은 물리적 환경 개선에 치우친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양한 문화는 오래된 도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여 쇠퇴하지 않게 할 것이고, 지역 공동체는 문화의 생산자로서 도심에 활력을 되찾게 될 것임을 잊지 말자.

오래된 것의 노후화를 막기 위한 다양성 있고 창의적인 주민 공동체로 도심을 회복하는 일, 그것이 도시재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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