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卲南) 윤동규 선생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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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남(卲南) 윤동규 선생을 아십니까?
  • 박상문
  • 승인 2020.1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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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 박상문 /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인천의 역사는 미추홀에서 시작된 인천 지명의 변천사와 인천의 공간에서 이뤄진 몇 개의 설화와 사건, 정세에 따라 비류백제에서부터 조선후기까지 파편적으로 기록 된 시대사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인물사와 생활사는 그나마 근대 개항기에 이르러 약간의 기록물에 의해 정리되어 있지만 인천의 오랜 시간에 대비해 보면 매우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천년동안 많든 적든 사람이 살아 온 땅인데 왜 인천에 인물이 없었겠는가? 그것은 앞서 말한 설화나 지명, 역사적 사건들처럼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우리 인천의 형편은 그렇지 못한 까닭에 있다. 게다가 기록된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실되고 보존되지 않아서 역사가 지워진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고 보존하고 전승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최근 인천 남동문화원(원장 신홍순)에서 ‘소남(卲南) 윤동규 선생을 아십니까?’라는 화두로 지역인물 재조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남(邵南) 윤동규(尹東奎·1695~1773)는 소성현 도남촌 (현 남동구 도림동) 출신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실학자이다. 그는 실학의 종장 성호 이익의 대표적인 수제자로 역법·천문·지리 등 실용학문의 수립을 주장했고, 성리학에도 능통 하며 덕행으로는 성호의 제자 중 제일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선비이다. 소남 선생의 학문적 업적으로는 무엇보다 그 유명한 '성호사설'을 성호 선생의 제자들과 공동으로 집필하신 것이다. 성호사설은 경제, 풍속, 문화, 천문, 지리, 문학, 종교, 음악, 과학, 기술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저술한 책으로써 서울대가 선정한 인문고전 50선에 들어가는 유명한 책이다. 그 외에 소남 선생이 집필한 실학사상 서책과 서간문 등 유물은 2000종이 넘는다. 그래서 관련 학회에서는 그에 관한 연구와 업적을 기리는 활동을 오래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소남 선생의 후손들과 경기문화재단이 인천에서 '소남 윤동규의 학문과 인천'을 주제로 실학심포지움을 열기도 하였다.

 

성호사설
성호사설

 

이에앞서 2005년에는 소남의 9대 종손이 고문서 1천여 점과 서책 그리고 다양한 유물318점을 2010년까지 인천시립박물관에 기탁하였었다. 그 후 소남 선생의 후손들은 이 유물과 자료들을 반환받아 연구인원이 충분한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이관 위탁하였다. 하지만 후손들은 선조 소남 선생의 자료들이 지금이라도 선조들의 고향, 인천으로 되찾아 와 번역과 여러 고증을 거쳐 많은 사람들에게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문화원진흥법에서 지방문화원의 중요한 역할은 지역문화의 계발·보존 및 활용, 지역문화(향토자료를 포함한다)의 발굴·수집·조사·연구 및 활용하는 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인천 남동문화원이 지역출신 인물인 소남 윤동규 선생을 재조명하고 그가 남긴 철학사상과 유물들을 수집하고 조사, 연구하는 일, 그리고 소남 선생의 철학과 당시 조선 중후기 인천의 생활사를 밝히고 전승하는 일은 지방문화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매우 마땅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때에 인천시 관련 부서는 온전히 남아 있는 소남 선생의 2000여점에 달하는 기록과 유물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활용되어 인천의 역사가 풍성해지도록 행정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 남동문화원이 지역사회에 던진 “소남 윤동규 선생을 아십니까?”라는 화두를 시작으로 근대 개항기에 국한되어 온 인천 인물의 조명을 오백년 인천을 지켜온 여러 문중들의 역사로 끌어 올려야 한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 학맥인 성호실학파의 외연을 비롯하여 강화양명학파의 외연을 인천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소남 선생은 임종하기 전에 본인의 명정(銘旌)에 “소남촌인(소성현 남촌사람)”이라고 쓰게 할 정도로 본인이 “인천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신 분이다. 이제 우리 인천시민 스스로도 소남 선생이 “인천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 분의 궤적을 쫓아 올곧았던 그의 삶을 조명하고 그의 높은 학문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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