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문해교육 시대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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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문해교육 시대를 맞아
  • 학오름
  • 승인 2020.11.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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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희자 / 춘의성인문해학교 교감

 

한희자(춘의성인문해학교 교감)
한희자 춘의성인문해학교 교감

“안녕하셨어요. 지금 수업할 수 있으실까요?”

“지금 책상에 딱 앉아 있어요.”

“준비 딱하고 앉아 계시네요. 7권 57쪽 한 번 펴보세요. 네에~ 알파벳 나오죠? 무슨 글자예요?”

“IQ 수학을 잘 하는 은경이는 IQ가 높습니다.”

“잘 읽으셨어요.”

올해로 7년차인 문해교사와 차오름반 일흔이 넘은 학생님과의 전화로 수업하는 내용이다.

지난 1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불쑥 우리 곁에 찾아 왔다. 그저 새학기를 조금 늦출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한 달이 가고 또 한 달이 지나갔다.

“선생님, 우리 언제 공부해요?”

“교감선생님, 이러다가 아는 것도 다 까먹겠어요.”

“빨리 학교 가서 공부했으면 좋겠는데 이놈의 코로나가 언제 끝이 나련지……”

이런 저런 전화통화를 하다 문해교사들이 대안을 찾기 위한 회의를 하기로 했다.

바이러스로 일상을 잃어버린 춘의성인문해학교 교사와 성인문해학습자들은 이 시국을 헤쳐 나가고자 스스로의 개척 길에 나선 것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2월과 3월 성인문해학습자와 문해교사는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모르는 낱말을 묻고 답하는 통화를 수시로 했다. 그래서 그간 했던 전화들을 바탕으로, 전화의 주된 내용이 성인문해학습이 되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부천 춘의성인문해학교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강원도의 문해학교에서도, 부산의 문해학교에서도, 전국의 많은 문해교육기관들에서 이와 같은 고민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전화수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추후에 알게 되었다.

60년을 기다리다, 때론 70년을 기다려 시작한 공부인데. 늦은 만큼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성인문해 학습자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시작된 시도이다.

그래서 코로나 시대의 문해학교는 성인문해 학습자들의 학습에 대한 열망과 문해교사의 열정으로 전화통화 수업, 카톡단체방 수업, 음성녹음수업, 숙제사진 전송, 동영상 수업 등 비대면수업과 학습꾸러미 전달로 힘겹게, 버겁게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만으로는 성인문해 학습자의 학습욕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 코로나 시대를 맞은 성인문해학습자들은 오아시스의 샘물보다 귀한 문해학습의 길을 걷고 있다. 잘 받아 쓰고 또박 또박 잘 읽을 수 있는 꿈을 이루는 학습의 길을 힘겹게 찾고 헤매고 있다.

스마트폰이 아닌 기존 휴대폰을 사용하는 학습자는 성인문해학습자 중에서도 소외대상이다. 이 분들과는 전화수업 또는 1대1 학습만이 방법이다. 아무리 이런 저런 궁리를 해 보아도 지금은 그렇다.

카카오톡을 할 수 있고, 문자를 읽고 문자를 보내는 성인문해학습자는 더 많은 수업도구와 방법들을 적용 할 수 있다. 디지털문명을 적용하면서 말이다.

사진을 전송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검색을 할 수 있는 성인문해학습자의 경우 배울 의지만 있다면 문제가 없다. 의지가 부족하다면 문해교사가 학습도우미 혹은 학습매니저로서 지원하고 지지하면 된다.

이처럼 성인문해학습자의 형편과 상황, 학습수준은 각기 다르다.

<2020년 1월 춘의성인문해학교 가온반, 역곡고등학교 학생과 1:1문해수업 모습>

문해교사의 상황과 수준과 형편도 마찬가지다. 디지털문명에 비문해자인 문해교사들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이것이 큰 제약이 되지 않았다, 적어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전 시대에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전의 문해학교에서는 교실에서 칠판과 보드마카, 책과 책상 공책이면 잘 읽고 잘 쓰는 학습활동에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러했던 코로나 이전의 문해 학습환경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 시국의 문해학습은 디지털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지금으로는 최선이라고들 한다.

때문에 문해교사들은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며 성인문해학습자가 스마트폰 기능을 활용하여 학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문해교사들은 직접교육의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성인문해학습자의 수준과 형편과 욕구를 잘 알고 자기주도 학습활동을 하도록 안내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기술로 동영상을 만들고 전달하며 성인문해학습자가 동영상 학습을 만족할 수 있도록 문해 수업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최근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는 찾아가는 디지털역량강화 강사를 양성하고 양성된 강사를 디지털문명에 취약한 사람들을 찾아가 교육을 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성인문해학습자 중 디지털교육을 3개월 또는 6개월에 습득 할 수 있는 학습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3개월 또는 6개월의 기간은 그제서야 교육에 대한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제야 디지털이 뭔지 알 것 같다’고 할 만큼의 기간 밖에는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성인문해학습자가 생소한 것을 배울 때 한 두 번의 설명으로도 습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10번을 설명해도 때론 2~30번을 설명하며 무한 반복으로 학습해야 하는 성인문해학습자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은 아주 아주 기초부터 차근 차근 오래 해야 한다. 그리고 문해교사들은 이러한 무한 반복학습 활동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다.

무한 반복으로 가르치는 활동에 익숙한 문해교사들은 디지털기술을 익혀 문해정보화 교육을 우선 가르쳐야 한다. 또한 학습이 즐거움이 되도록 유익하고 재미있는 요소를 빠뜨리면 안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서 더욱 소외되어 고립될 수 밖에 없는 성인문해학습자들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문해교사는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새로운 교수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디지털기술력을 습득하고 문해학습에 적용하고, 성인문해학습자가 자기주도학습을 점차 늘려 가도록 돕고, 돈독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성인문해학습자가 정서적 심리적 안정속에 학습의 즐거움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문해교사의 나아갈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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