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암마을 맹꽁이와 '부영' 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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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암마을 맹꽁이와 '부영' 테마파크
  • 박병상
  • 승인 2020.07.1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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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연수구에 소암마을은 이제 없다. 수려한 아파트단지로 바뀌어 사라졌다. 인천 앞바다 맨손어업의 소박한 전진기지였던 소암마을은 송도신도시를 위한 매립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할머니들의 노력으로 명맥이 유지되었지만, 무소불위의 개발 욕구 앞에 철거되었다. 불가항력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나타나는 요즘 ‘소암마을’은 부동산 업자가 홍보하는 단독주택단지다.

소암마을을 내쫓고 올라선 아파트단지의 한 동 베란다에서 아침을 맞으면, 오늘의 미세먼지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송도신도시에서 가장 높은 동북아무역센터 건물이 흐릿하면 미세먼지가 나쁘고, 선명하면 좋은 상태임을 직감한다. 시선을 조금 내리면 금속 울타리에 둘러싸인 평지가 송도신도시 건너편에 보인다. “사랑”을 앞세우는 굴지의 건설회사 부영이 5년 전부터 소유하는 땅으로, 온갖 놀이시설을 자랑하는 테마파크가 예정돼 있다. 그 옆에 비슷하게 방치된 더 넓은 땅 역시 부영 소유로, 아파트단지 예정부지란다.

 

 

야심한 이 시간, 테마파크 부지에 맹꽁이가 맹렬하게 운다. 장마철에 잠시 물 고인 웅덩이를 찾아와 알을 낳는 맹꽁이는 뙤약볕에 물이 마르기 전에 변태해 흩어져야 이듬해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장맛비 쏟아지면 사생결단하듯 목청 높이는 맹꽁이만 테마파크 부지에서 우는 게 아니다. 농촌이라면 벌써 번식을 마쳤을 청개구리도 동참하고 이따금 참개구리도 운다. 녀석들에게 대안이 없나 보다. 넓은 땅의 어느 구석에 빗물이 고이자, 대낮에도 제 존재를 과시한다.

콘크리트로 살짝 포장한 테마파크 부지는 방치 시간이 길어지면서 뜯겨나갔고 그 자리에 풀이 잔뜩 올라왔다. 거기에 물이 고이자 모여든 개구리들은 어떻게 울타리 안에 들어왔을까? 그 부지는 소암마을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수많은 조개를 캐왔던 청정 갯벌이었지만 지금은 버림받은 상태다. 과거 상식이 부족할 때, 인천시는 생활쓰레기를 위생처리 없이 대충 메웠고, 이후 각종 중금속에 찌들었다. 이제 정화처리 없이 개발될 수 없는 불모지가 되고 말았다. 그 자리의 개구리들은 매립토에 묻혀서 왔을까?

맹꽁이 알은 덩어리로 낳는 개구리와 달리 은단처럼 한 알 한 알 낳고, 흩어진 상태에서 물에 동동 뜬 채 빗물에 휩쓸린다. 물이 잠깐 고인 웅덩이에 머무는 알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올챙이로 변하고, 보름이면 아주 작은 맹꽁이로 변태해 풀숲으로 퍼지는데, 테마파크 부지 규모라면 먹이가 될 크고 작은 곤충과 거미가 충분하리라. 넓은 부지를 계속 방치한다면 내년 이맘때 더욱 우렁차게 울어댈 게 틀림없겠다.

‘멸종위기 2급’으로 법정 보호하는 맹꽁이가 나타나면 건설업자는 골머리를 앓는다. 개발계획을 변경할 수 없으니 대체서식지로 옮기겠다는 대안을 어렵게 마련하지만, 환경단체는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대체서식지의 면적과 생태환경이 맹꽁이의 서식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탓인데, 일단 옮긴 뒤 제대로 서식하는지 건설업체도 지방정부도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허술한 대체서식지에서 멸종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3년 전 12월, 부영건설 회장은 테마파크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위락단지로 개발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인천시 관광의 활성화와 지역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인천시 당국자와 의기투합하면서 행정명령이 시달되기 전에 토양오염을 해결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그러자 멸종위기종 맹꽁이와 개구리들이 자신의 존재를 우렁차게 드러냈는데, 녀석들, 성급한 건 아닐까? 내년 이후에도 계속 생존할 수 있을까? 테마파크에 들어설 시설의 규모와 설계에 좌우될 테지.

이재에 밝기로 소문이 난 부영건설이 언제 어떤 테마파크를 어떻게 지을지 알지 못한다. 지을 때 제 터 확보한 맹꽁이를 어떻게 처리하려 할까? 한데, 이 시간, 맹꽁이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속도와 경쟁에 치인 시민들에게 고향의 휴식을 권하는 듯, 우는소리가 살갑다. 롤러코스터는 스트레스 해소에 잠시 도움 주겠지만, 휴식과 거리가 멀다. 뙤약볕에서 다음 놀이기구로 줄지어 이동하게 만드는 테마파크는 코로나19 시대에 전혀 급하지 않다. 차라리 현재 상황이 낫다. 맹꽁이도 같은 마음이겠지.

중금속 쓰레기를 말끔히 치운 땅을 선뜻 맹꽁이에 제공할 건설업체가 우리나라에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제도는 개발에 앞서 멸종위기종 보전 대책을 마련하도록 의무 조항을 두었다. 내내 방치하길 바라지만, 그럴 리 없다면 맹꽁이 처지의 서식공간이 부지에 충분히 배려되면 좋겠다. 세계적이라 뽐내는 위락단지는 많다. 하지만 맹꽁이를 비롯해 자연과 공존하는 테마파크는 거의 없다. 방문자의 용돈과 정신을 쏙 빼는 롤러코스터의 시설보다 자연과 멸종위기종을 배려하는 독특한 공원이라는 찬사를 세계적으로 받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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