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10여년, '처음의 가치'를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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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10여년, '처음의 가치'를 말하자
  • 송영석
  • 승인 2020.06.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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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송영석 /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이 프로그램에 처음 등장하는 식당 대부분은 보는 내내 충격을 안겨준다. 예능프로그램 이라는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불편함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식당 운영 경험이 없는 단순 이용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미흡하고 불편한 곳을 보여주는 방송이지만 아쉬움은 크다.

음식을 매개로 영업을 하는 식당은 최소한 청결과 위생을 기본이지 않나하는 탄성을 지르게 한다. 제품경쟁력과 소비자 반응 분석등 식당을 운영하기에는 기본적인 준비와 실력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런 준비와 각오없이 장사의 길에 들어서 방향과 자신감을 잃고 경기침체와 무한경쟁의 터널에서 헤메는 모습을 본다. 10여년의 길을 넘어서고 있는 사회적경제는 골목식당에 출연한 식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가를 고민하게 한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등 최근까지 사회적경제 기업 수는 빠르게 증가하였다.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발전을 담보하지는 않으나 사회적경제 수 증가가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착한경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경제가 시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까? 사회적경제 제품은 시장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이런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치구매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가치구매가 되려면 사회적경제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질 개선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뿐아니라 사회적가치를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들었던 처음의 가치를 잃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조직의 가치를 버리는 순간 사회적경제 조직으로써 역할은 사라지고 시장에서 빈약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이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조직의 근간인 조합원의 자율과 자립의 핵심 가치가 사라지고 경영만을 강조하다 일반기업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사회적 가치를 되새기는 것은 사회적경제 조직 존립근거를 확인하는 것이며 영업 전략과 시민적 지지를 얻는 길인 것이다.

사회적경제가 정부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제도에 한없이 끌려가고 스스로를 거기에 맞추고 있지 않은가? 사회적경제가 준비 없이 만들어진 제도를 단순 활용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지 않은가 살펴보아야 한다. 이구동성으로 취약계층, 일자리, 공공구매, 지원확대를 외치고 있다. 물론 제도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지원 프로그램에 최적화되게 자신을 맞추어 가다는 비판에 직면하거나 연대를 외면하고 내부 경쟁으로 시기와 반목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내외부의 질타와 반성의 목소리도 돌아보아야 한다.

사회적경제의 나아가야 할 길은 지원프로그램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과 자조가 사회적경제의 우선가치로 세워야한다. “로치데일 협동조합”을 돌아보자. 1844년 맨체스터의 작은 마을 토드레인에서 문을 연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은 1주일 2펜스씩 1년 동안 1파운드를 모은 28명 노동자들의 출자로 1주일에 세 차례 밤에만 개장하는 점포를 열었다.

처음에는 밀가루, 버터, 곡물가루, 설탕과 양초 등 다섯 가지 물품을 취급할 정도로 열악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이 초라한 점포가 전 세계 12억 인구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조직의 뿌리가 되리라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리라. 사회적경제의 출발과 성공의 요인은 자조와 자립의 기반으로 협동으로 일구어 내는 조직을 통해 공동의 필요를 해결하는 모습 속에서 나온다. 국가와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를 NGO단체 방식과는 다르게 해결하고자 나선 사회적경제 조직이 사회적가치가 운영의 중심이 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성은 요원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사회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새로운 사회로 변화에 대한 전망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사회적경제 조직도 어려움 극복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사회변화에 대한 준비와 논의도 필요하다. 사회적경제가 정책의 말단에서 관을 바라만 보는 해바라기로 전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집단의 이익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만들어서도 안될 것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사회적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나선 가치를 연대와 협력을 통해 높여야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자주 목격되는 준비되지 않은 골목식당 주인의 미흡함과 안타까움이 사회적경제에서 나타나서는 안된다. 방향을 잃고 캄캄한 밤을 헤메는 사회적경제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골목식당의 백종원 같은 성공 노하우를 알려주는 사회적경제의 백종원은 없다. 그러나 어려운 사회적경제의 길로 나선 선구자와 시민적 지지를 보내는 이웃이 가치이고 희망이다. 다시 한번 조직의 존재와 설립의 가치를 돌아보자. 코로나라는 큰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 현실이 항상 희망적이지 만은 않았듯이 현실을 넘어서는 용기와 지혜를 함께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1844년 설립된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첫 가게 ⓒ Scarletharlot69 | CC BY
1844년 설립된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첫 가게 ⓒ Scarletharlot69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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