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용부터 도시정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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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용부터 도시정책까지
  • 이범훈
  • 승인 2020.03.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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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범훈 / 공학박사·자유기고가
인천시 연수구 승기천과 공유 자전거
인천시 연수구 승기천과 공유 자전거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하셨던 분이 누구였냐 하면, 책에서 읽은 거였지만... 그 말은... That quote wa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우리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입니다.)― 봉준호,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수상 소감 중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 소감을 보던 중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문장이 필자에게 가장 와 닿았다. 비단 영화 공부만 그럴까? 도시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시 공부에 대한 개인적 관점을 바꾼 경험과 계기가 된 것이 있으니 이는 바로 ‘자전거’이다.

필자는 30대 초반까지 자전거를 타지 못하였다. 보통 자전거 타는 법은 어렸을 때 익히거나 몸에 적응시키기 마련이지만 겁이 많고 무서워서 네 발 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떼지 못한 게 이유였다. 이러한 사실은 청년기를 거치면서도 별문제가 없었는데 도시공부를 하면서 해결할 숙제가 되었다. 왜? 대부분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학업 중 국내외 답사를 가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일정이 꼭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중국 시안시에서의 경험이다. 시안에는 이전 도시의 방어체계를 담당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고성벽이 존재하며 실제로 보면 장대한 스케일에 감탄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자전거로 성벽 위를 탈 수 있었다. 보통 질주를 하면 1시간 반 정도이고 천천히 도시를 감상하면서 타면 3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2인용 자전거의 존재와 고마운 후배 덕분에 뒤에 타 시안이라는 도시를 맘껏 체험하고 즐겼다.

중국 시안 성벽의 임대 자전거
중국 시안 성벽의 임대 자전거

이러한 경험 이후 우연한 계기로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익혔고 항저우에서는 공유자전거를 가지고 다니면서 현지 시민들의 장소와 생활상을 살펴보았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란 말을 하고픈 게 아니라 자전거를 통해 또는 걷기를 통해 도시를 더욱 밀접하고 내부자적 입장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도시자원 현황과 지역 정체성 찾기를 시작으로 도시 이미지, 계획, 재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편, 인천시 연수구의 경우, 공유 자전거와 공유 전기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좀 더 적극적으로 자전거, 보행 등 녹색 교통과 도시정책 체계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첫째, 자동차 중심의 도시계획으로 인한 한계를 인정하고 우선 자동차 도로를 줄여 자전거 도로로 활용하였으면 한다. 연수구의 경우, 자전거의 도로 인프라가 준수한 편이지만 자세히 보면 자동차 도로 보다는 보행자 도로에 설치하여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서로 불편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어린이보호구역 내 차량 제한속도 즉, 스쿨존의 확대 지정이다. 연수구의 경우 그동안 초·중·고등학교의 수가 많고 주변 아파트 단지의 도보통학권이라 스쿨존이 거점별로 지정되어 있다. 이에 타지역과 연계하는 대로변 이외의 내부 이면도로의 경우, 스쿨존(최고통과속도 30km/h 이하)의 확대 지정을 통해 과속을 방지하고 자전거 이용자나 보행자에게 우선활동권을 부여하여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셋째, 공유 자전거의 확대 시행이다. 정량적으로는 연수구의 인구수만큼 자전거 수를 확대하며, 정성적으로도 우편배달용, 아이를 태우는 유모차 대용, 100kg 짐을 운반하는 용도, 소규모 창업 및 이벤트 용도 등 다양한 형태로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자동차 교통량을 유지하기 위해 1년 내 일정한 비율로 주차공간을 서서히 줄이며, 이를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주차 등 기반시설로 구축하여 이용자 접근성을 높인다.

결국, 도시 내 자동차 사용을 불편하게 하고 자전거 이용을 생활 속에 도입하여 그에 걸맞는 사회·문화·경제의 변화를 도시정책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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