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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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
  • 강병권
  • 승인 2020.03.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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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권 / 연수종합사회복지관장

달라이라마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 혼자만 따로 행복해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하였다. 나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 말이 더욱 가슴이 와 닿는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우리 삶의 모습이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당연시 되고 있어 사회복지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과 지원을 연계하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복지관은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들의 욕구와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례관리, 복지서비스제공, 주민조직화를 통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일의 첫 단계가 어려워진 것이다.

 

사회복지관 이용자를 만나 안부를 여쭙고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한 달 가까이 지속되는 휴관으로 이조차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많은 직장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실시 등 신종 근무체계가 일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관에서는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사회복지서비스가 지원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연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근무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근무하는 사회복지관은 하루에 350명의 이용자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복지관이 휴관되었고, 이용자들에게는 다른 형태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무료급식을 이용하던 90명의 어르신들에게는 사회복지사가 각각 가정 방문하여 대체식을 전달하고 있다. 한 달여 동안 포장된 음식을 드시는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복지관에서는 맛있는 나눔 캠페인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후원자를 모집하여 밑반찬과 영양식을 지원하고 있다. 어르신 뿐만 아니라 돌봄이 필요하거나 상담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적절한 서비스가 지원될 수 있도록 전화를 통해 복지서비스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담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어느덧 남쪽에는 봄꽃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 곁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아직도 찬바람이 부는 한겨울 같은 느낌이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나눔의 손길, 연대와 공존의 힘이 우리 앞에 있어 참으로 감사한 요즘이다. 나와 복지관 직원들은 이용자들의 건강을 위해 삼계탕, 코다리구이 등 영양식과 밑반찬, 식자재를 지원해주는 후원자, 후원금으로 나눔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집에 갇힌 어르신들의 기분전환을 위하여 꽃을 나누는 이웃, 마스크, 손소독제 등 개인위생용품을 지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힘이 솟아난다. 어려움이 클수록 함께하는 후원자들의 온기로 멈추어버린 봄은 곧 연두빛 새싹을 돋아내며 다시 시작되는 계절을 알릴 것이라 기대한다.

 

강병권 관장
강병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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