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뛰어넘는 혁신, '여성의당’ 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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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뛰어넘는 혁신, '여성의당’ 창당
  • 박교연
  • 승인 2020.03.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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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Dyson)21세기 가전제품의 트랜드를 주도한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백리스(bagless) 형태의 진공청소기를 개발했고, 기존 선풍기의 형식을 완전히 파괴하여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들었다. 이건 해당 가전제품이 개발된 이후 50년도 넘는 역사를 뒤엎는 형태의 디자인이었다. 다이슨 등장 이전과 이후 디자인을 나눌 정도로. 이처럼 혁신은 대부분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떠올리기조차 어렵다. 대단히 복잡한 이론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을 세우는 것처럼, 혹은 4번 안에 9개의 점을 연결하는 것처럼 생각의 틀을 깨야만하기 때문이다.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진화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상한 나라와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곱은 빨리 달려야 하고.”라고 말한다. 이 일화를 가지고 진화론에서는 진화 경쟁을 설명한다.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과 경쟁자들에 맞춰 끊임없는 진화와 적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생명체는 생태환경을 초월하여 일방적으로 앞서나갈 수 없다. , 경쟁하는 생명체는 경쟁하고 있기에 경쟁을 초월할 수가 없다. 잘해봐야 경쟁 속에서 균형을 찾거나, 아니면 경쟁에서 실패하여 도태될 뿐이다.

 

하지만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다. 매우 드물게 어떤 생명체는 아주 획기적인 한 걸음을 내딛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양치식물이다.

 

양치식물이 지구에 나타난 지는 대략 4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오랜 시간 동안 식물은 점차 육지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진화해왔다. 물속에 살던 녹조류가 뭍으로 올라왔고 번성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랬다는 것이지, 식물이 땅으로 오는 게 쉬웠던 건 아니다.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식물이 땅으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물에서 필요 없던 무언가가 필요했다. 왜냐하면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물과 양분을 식물체의 높은 부분까지 이동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양치식물은 그 무언가를 최초로 만든 식물이다. 양치식물은 관다발 조직을 발달시켜 습한 곳에서부터 건조한 곳에서까지 다양한 환경에서도 자생할 수 있게 진화했다. 종 다양성은 열대지방에서가 제일 크지만 일부는 극지방에도 분포한다. 또한, 양치식물은 동시대 혹은 이전 시대 선태식물과 달리 배우체 우점에서 포자체 우점 생활사로 진화하였다. 이는 생식체계를 완전히 뒤집어엎은 셈인데, 덕분에 이전보다 더 양분 독립적이고 매끄러운 세대교번이 가능해졌다. 이게 양치식물이 가장 원시적이고 오래된 생물로 지금까지 그 형태 그대로 살아남고 넓게 퍼질 수 있던 이유다.

 

태어나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전부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구성됐다. 그런 상황에서 여성만을 위한 여성의당창당은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이다. 해방 이후 역사에 잠시 대한여자국민당이나 대한여자청년단이 존재하긴 했으나 여성을 위하기보단 임영신을 필두로 하는 우익정치세력이었다. 그래서 7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17%를 넘지 못했다. 여성정치세력화는 가시화되지 못했고, 20대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은 100%, 기초자치단체장은 97%, 광역의회의원은 81%, 기초의회의원은 69%, 국회의원은 83%가 남성이다.

 

여성의당창당준비위원인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그동안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남성이 모든 권력을 독점해왔다. 여성이 정치권력을 가지려 해도 이미 만들어진 판 안에서 놀아야 하는 예속의 상황이었다. 여성 정치인들이 능력이 있고 많은 것을 이뤘어도 공천을 못 받았다. 이제는 국가와 정치에서 여성 주권자의 몫을 실현해야 한다. 여성들의 절규가 받아들여져야만 대한민국은 대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환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듯 여성의당은 창당 논의 시작 한 달, 당원 모집 9일 만에 8200여명을 모았다. 거리와 여러 포럼 그리고 국민청원에서 절규하던 목소리를 이제 국회에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건 그동안 온라인 페미니스트들이 그토록 부르짖었던 보토피아’, 여성을 위한 유토피아의 시발점일 수 있다. 양치식물이 자신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관다발 조직이라는 것을 알아냈듯이, 여성주권자도 자신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여성 정치조직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동안 수적으로 열세라는 이유로 여성의제는 각 정당 당론에 구속되어 항상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하지만 여성주권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대변할 여성의당은 앞으로 4년 내내 여성의제만 다룰 예정이다. 성범죄와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은 디지털성범죄 근절, 동일노동 동일임금, 채용 성차별, 생활동반자법과 1인 가구 여성정책 마련 등이 당의 주요의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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