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두렵지 않은 인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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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두렵지 않은 인천 만들 것”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0.02.19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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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취임 1년 맞은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초대대표

 

 

우여곡절 끝에 인천복지재단이 설립되고 유해숙 초대 대표가 취임한 지 19일로 꼭 1년이 되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며 ()마중물 이사장으로 민주주의 시민교육운동을 펼쳐온 그가 초대 대표로 선임됐을 때 그를 아는 많은 시민들은 남다른 관심과 기대를 보였다. 학자이면서 현장과 가까이 시민, 활동가들과 부대껴온 열정을 가진 민주적인사이기에 시민을 위한 깊이있는 정책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또한 공직 경험 없기에 이상과 현실을 조화있게 헤쳐나가 주기를 바랬다. 이제 취임 1년을 맞아 그가 겪어온 제도권의 인천복지와 향후 전망에 대해 인터뷰했다.

 

 

- 취임 1년 소감은?

 

인천복지재단이 설립되기까지 무려 8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은 인천복지를 위한 기대와 우려의 공론장이었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한 해였다.

제가 초대 대표인데다 직원들도 모두 처음이니 만들어진 것이 없었다. 모든 하나하나가 선택의 문제였다. 길을 잘 내야 한다는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복지재단의 첫길을 만든다는 설렘과 막중한 책임감으로 조직의 체계를 갖추고 인천복지의 비전을 설계한 한 해였다. 없었던 조직을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면서 애써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 지난 1년간 어떤 일들을 해왔나요?

 

지난 1년 동안 주력했던 것은 일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추는 일이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체계,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고 뼈대를 갖춰야 한다.

또한 인천시 사회복지의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인복드림을 만들고 시민참여형 보편복지의 실현'이라는 인천복지의 비전을 설계하였다. 인천시민이 당당한 시민이 되기 위한 풍요로운 공동체를 시민과 함께 건설하려는 방향과 의지를 담았다.

이와함께 인천시민이 인간답게 살기위한 적정한 복지기준을 정하는 인천복지기준선 설정 연구사회서비스원 설치 및 운영방안 연구8건의 정책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

연구과정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간담회, 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하였다. 시민이 연구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이렇게 파악된 시민 의견을 연구에 반영하였다. 또한 시민이 사회복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시민교육을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다양한 복지정보를 파악하고 정책의 방향과 효과를 이해하게 된다. 시민들이 복지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과 토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습동아리도 지원했다. 학습과 토론을 통해 공동 성찰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 지난 1년간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성과나 보람은?

 

재단에 오기 전부터 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이야기했었지만, 우리는 방향도 잡고 실행도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속도도 내야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설계도면대로 가는 것이 아닌 것을 경험하였다. 설계도면은 그렸지만 생각한 것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잡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낸 것에 자부심이 있다.

무엇보다도 인천복지재단이 명실상부한 인천시 사회복지재단으로서 기틀을 갖춘 것은 가장 큰 보람이다.

 

사회복지는 사회적 위험에 공적으로 대응하는 철학과 정책, 실천을 말한다. 인천복지재단은 우선, 사회복지의 관점, 즉 사회적 위험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하였다. 사회적 위험을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 협력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둘째, 그 방향에 맞는 제도나 정책을 연구하고 실현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었다. 셋째, 이러한 방향이 정책을 통해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이론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행정과 연결하는 일을 하였다. 요약하면, 인천복지재단이 인천시민의 복지증진을 위한 정책연구와 다양한 복지사업을 설계하고 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인천시 출연기관의 면모를 갖춘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 우리의 복지(전달체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나요?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잔여주의(사회복지를 시장경제나 가족이 노력을 다하고 남은 몫을 행정이 담당한다는 견해)와 선별주의에 따른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 제도다. 이로 인해 복지 전달체계가 비대해지고 행정비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양의무자제도와 신청주의는 한국의 공공부조 제도의 대표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되었다.

 

마찬가지로 잔여주의와 선별주의에 따라 수급 과정에서 복잡한 요건과 절차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기존 제도를 실행하는 데에도 인력이 부족하여 복지정책이나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책이나 제도를 보완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드러나는 단적인 현상이 계양구 일가족 자살 사건 등 복지사각지대 문제이다. 복지사각지대란 정책이나 제도가 포함하지 못하는 시민들인데, 이들은 생활에 어려움이 있어 읍면동사무소를 찾았다가도 아무런 해결책도 구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복지전담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이렇게 해서 사각지대가 되어버린 시민들이 얼마인지 통계를 구하기도 어렵다.

 

한국의 복지 전달체계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을 언급했지만 사실 이것들은 복지 전달체계의 문제가 아니다. 정확하게는 우리나라 복지정책과 제도의 문제이다. 이를 복지 전달체계의 문제로 인식하면 대부분의 복지전담공무원이나 민간복지기관의 종사자는 억울할 것이다.

 

 

- 인천복지의 의미있는 출발선이 될 것 같은데, 복지기준선은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요?

 

인천복지기준선 설정은 인천시 사회복지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의 인간다운 삶의 기준을 정하고, 공적으로 보장하려는 방향이자 의지이기 때문이다.

인천복지기준선의 설정은 그 과정에도 의미가 있다. 인천시민복지기준선 설정 연구에서는 40회가 넘는 의견수렴 기회를 가졌으며, 국제심포지엄과 500명의 인천시민이 참여하는 시민대토론회도 가졌다. 시민, 추진위원회, 공무원과 사회복지 현장가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가는 민주주의의 광장이 되었다.

 

현재는 인천시민복지기준선 설정 연구를 통해서 기본적인 구상안이 나와 있는 상태다. 현재 인천시와 재단은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분야로 나누어 진행된 연구결과를 토대로 각 분야별로 핵심 과제를 2개씩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 되면 인천시에서 이행계획을 수립하여 오는 7월에 시민들에게 발표하고 이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시민 참여를 통한 보편복지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을말하나요? 보통의 시민들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요? 그리하면 어떤 좋은 결과들을 얻을 수 있나요?

 

시민참여를 통한 보편복지의 구상은 인복드림이라는 인천시 복지비전에 담았다. 인복드림은 당당한 시민과 함께 풍요로운 인천복지라는 슬로건 하에 인복시민참여단, 인복이음센터, 사회서비스원의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인복시민참여단은 시민들이 학습을 통해 복지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과 정책 현황을 이해하고 스스로가 처해있는 사회적 위험을 자각하며 토론을 통해 공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공론장이다. 이러한 공론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인천의 읍··동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복지관 등을 통해 준비될 예정이다. 희망하는 인천시민은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인복이음센터는 복잡한 복지서비스를 인천시민이 쉽게 이해하고 신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천복지정보 통합제공기관이다. 올해 설치 및 운영 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며 연구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설계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복이음센터는 인복시민참여단이 복지정책을 토론하고 제안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복지정보도 제공할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기치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이다. 재단이 작년에 수행한 사회서비스원 설치 및 운영 방안 연구를 토대로 인천시가 보건복지부에 시범사업 제안서를 제출하여 선정되었다. 올해 7월부터 인천복지재단에 추진단을 설치하고 시범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인복드림에 보통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복시민참여단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스스로와 이웃이 어떤 사회적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말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공적 대응방안을 상상하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복지가 아닌 사회적 위험에 처하게 되는 모든 시민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하게 될 것이며, 스스로를 사회적 위험에 처하게 되었을 때 당당하게 복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주체이자 복지에 필요한 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주체인 시민임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시민 참여를 통한 보편복지는 이러한 시민의 자각과 합의를 통해서 사회적 우애를 사회적 돌봄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복지는 비로소 시혜가 아닌 권리가 될 수 있다.

 

시민의 자각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보편복지는 더 이상 시민이 가난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인천시를 실현할 것이다. 우리는 가난해질까봐 그래서 사회로부터 고립될까봐 두려움에 떨면서 살고 있다. 이 얼마나 고달픈 삶인가. 우리나라 정부가, 인천시가 시민 모두가 가난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최저한의 수준을 보장한다면 계양구의 일가족 같은 선택을 하는 시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인천시민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아니겠는가.

 

 

- 인천복지 발전의 주요 사업이나 과제, 각오나 비전은

 

인천복지재단은 전문성과 시민력 강화를 통해 당당하고 풍요로운 복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첫째, 인천이 나아가야 할 복지 방향과 기준을 세우는 연구 및 정책 생산에 주력할 것이다. 그리고 행정과 함께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설계하겠다.

둘째, 시민들이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될 수 있는 장치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 시민, 사회복지계, 학계, 공무원 등이 모여 사회적 위험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광장을 열 것이다. 그 광장에서 사회적 우애를 바탕으로 서로 학습과 토론을 할 것이며, 인천시민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다. 복지계와 시민, 공무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인복드림의 기틀을 만들어 내면 올해는 드러나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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