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계급문제, 보편적 감성 끌어낸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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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계급문제, 보편적 감성 끌어낸 '기생충'
  • 전영우
  • 승인 2020.02.11 13: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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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아카데미상 휩쓴 '기생충' 왜? - 전영우 / 전 인천대 교수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상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동안 미국이 기생충에 보여준 관심과 화제성을 고려했을때 외국어영화상은 당연히 기대되었던 것이지만, 감독상, 각본상과 더불어 최고 영예인 작품상까지 수상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 그것도 한국어로 만든 영화가 명실상부 최고의 영화로 인정된 것이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미국 아카데미가 외국어로 된 영화에 이렇게 관심을 표하고 최고의 상을 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칸 영화제 및 주요 영화제를 이미 석권했지만, 미국 로컬 영화제라고 봉감독이 다소 시니컬하게 지칭했던 아카데미까지 거머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상의 권위를 떠나서 어쨌거나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영화제가 미국 아카데미니까. 그만큼 기생충이 전 세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어필하는 주제를 다루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봉준호 감독은 항상 자신의 영화에서 계급 문제에 천착해왔다. 설국열차에서는 아예 계급이 철저하게 나뉜 열차를 무대로 했을 정도로 계급 문제는 항상 봉 감독 영화의 중심에 있었다. 기생충은 그런 문제 의식을 영리한 내러티브로 영화 속에 잘 버무려 탁월한 영화가 되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의, 한국 사람을 위한 영화였지만, 그 안에 녹아든 계급에 관한 문제 의식은 전 세계인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 감성을 이끌어냈다.

 

그렇지만 계급 문제를 다룬 영화는 이미 많았고, 더구나 한국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은 다양한 요소가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기생충이 이렇게 열광적으로 전세계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진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지금 세계적으로 그 어느때 보다 더 계급 문제에 대해 민감해지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가 심화되고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것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 간 사이에 발생한 심각한 불균형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어느때보다 더 심해졌고,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좌절감은 비단 한국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인 모두가 절실하게 공감하는 보편적 정서가 되었다. 물론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기생충은 이 점을 예리하게 파고들었고, 더구나 적절한 코미디 코드로 이를 풀어가는 영리함을 보여주었다.

 

영화는 가난한 가족이 부자 가족을 속여 기생하는 모습을 코미디로 풀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스릴러로 발전하고 종국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로 맺으면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갖가지 장르를 매우 영리하게 배치하여 녹여냈다. 무거운 계급 문제를 가볍지만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고, 이런 점이 전 세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어필하는 요인이 되었다. 한국인이 느끼는 문제 의식이 곧 세계인 누구나 느끼는 문제 의식었던 것이다.

 

영화의 주제를 떠나서, 매우 한국적인 배경의, 한국적 상황을 그려낸 영화가 전 세계 대중 문화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한국 문화가 그 보편성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한국 문화를 말할 때 기생충 이전과 기생충 이후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국 영화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를 견지했던 미국 아카데미가 한국어로 만든 영화에 각본상과 작품상까지 수여했다는 것은, 기생충이라는 한편의 영화가 미국 영화계의 오래된 관행과 태도를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구나 이전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기생충은 여러모로 뜻 깊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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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2020-02-11 18:14:21
전영우 교수님, 시의적절한 문화칼럼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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