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에 편승한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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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에 편승한 광기
  • 김창수
  • 승인 2020.02.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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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김창수 /인하대학교 겸임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 감염병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하고 있다. 이 감명병은 2월 9일 현재, 전세계 29개국으로 확산되었으며 감염자는 3만 7천여명, 사망자는 814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부분 환자와 사망자는 진원지인 중국 허베이성 우한(武漢) 시민들이다. 국내 확진자도 25명으로 늘어났지만 관리 가능한 상황이다. 다행히 국내 환자 가운데 중증환자가 없으며 완치자도 속속 나오고 있다. 186명의 감염되고 38명이 사망한 메르스(MERS)사태와 비교해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감염자 관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 관리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국의 의료수준, 그리고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얻은 학습효과 덕분일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사율은 낮지만 감염율과 전파 속도 때문에 방역과 감염병 관리에 총력 대응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대유행 사태로 발전할 수 있어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위기와 함께 우리 사회의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인종 차별도 위험 수준이다. 외국인 거주지역에 대한 물품 배달 거부, 중국인 출입을 금지하고 나선 식당, 중국인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도 있으며 중국인이라고 해고당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아산과 진천에서는 중국 우한으로부터 긴급 수송해온 우리 교민들의 수용시설 출입을 막아서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는 감염 증상이 없는 교민들을 완벽하게 격리 수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누그러졌지만 감염 공포가 빚어낸 헤프닝이라기엔 지나친 집단행동이었다.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과 인종차별은 최근 중국인 입국 자체를 전면금지해야 한다는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은둔형 국가인 북한처럼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은 안팎의 요인으로 평소에도 사실상 폐쇄되어 있는 일종의 농성체제이기 때문에 봉쇄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인 입국금지로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부작용 때문에 막대한 댓가를 감안하지 않고서는 감행할 수 없는 조치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제1위의 교역국가이다. 중국인 입국금지와 같은 조치는 양국 외교관계에도 회복할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또 중국 후베이성을 비롯한 바이러스 감염지역은 거의 봉쇄되어 있는 상태이다. 최근의 확진자를 국적별로 나누어 보면 중국인보다 중국을 여행한 내국인이 다수이다. 그렇다면 중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의 출입도 봉쇄해야 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공항과 항구등의 검역을 강화하는 것이 추가확산을 막는 현실적 방안이다.


바이러스 감염 공포감에 편승하여 인종차별의 광기도 덩달아 '창궐'하고 있는 형국이다.  감염병 사태로 조성된 국민들의 공포감과 불안의식을 정치권이 정치투쟁의 소재로 활용하면서 인종차별도 증폭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해서 영업하던 제주도의 식당에 중국인 출입금지를 써붙이는가 하면 중국 교포 거주지역의 배달거부 소식이 들려오고 중국인 택시 승차 거부도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한다. 중국을 다녀온 경우가 아니라면 국내 거주 중국인은 감염병과 무관한 데도 혐오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는 우한 교민 수송 당시 중국 측에 마스크 200만장을 보낸 정부의 태도를 비난과 저주들로 넘쳐난다.

필자도 최근 택시를 두 번 탔는데 매번 ‘마스크 성토’를 들어야 했다. 북한에도 중국에도 ‘퍼주는’ 정권이라는 것이다. 정부 비판과는 별개로 우리도 같은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으니 입장을 한번 바꿔 생각해보자고 말해 보아도 불만을 거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감염병 사태로 거리에 행인이 급감하여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탓이거니 하고 그 협량한 심성을 이해하려 해보지만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임을 숨길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인종 차별이 유럽에서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된 이후 인종차별의 후유증은 사회 곳곳에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중국여행자, 우한 여행자가 바이러스 감염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정부가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허베이성 우한시를 비롯한 14개 성시를 봉쇄한 상태이다. 지금은 감염병과의 싸우고 있는 중국 의료진과 우한 시민을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때이다. 한두 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동아시아에서 이웃 나라의 불행이 ‘강 건너 불’일 수는 없다. 환경적 재난이나 감염병은 사실상 국경이 없다. 이웃이 안전해야 우리의 안전하다. 비록 700여명의 교민은 탈출하였지만 아직 200여명의 교민이 우한시에 남아 있으며, 중국에는 3백만명에 달하는 동포(조선족)와 교민이 살고 있으니 남의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새로운 바이러스 ‘2019-nCoV’와의 전쟁이다. 감염확산을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과의 긴밀한 공조 없이는 종식하기 어려운 싸움이다. 무고한 중국인이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싸움이 아니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코로나 위기를 국내 정쟁의 소재로 삼는다면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추가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 확진 환자들의 동선을 공개하니 사생활에 대한 억측이나 비난이 일고 있다. 피해자에게 돌을 던지는 비인도적 행위이다. 문제는 바이러스 아닌가? (It's the virus,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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