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슨’을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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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슨’을 읽는 시간
  • 정민나
  • 승인 2020.02.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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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베라개미 - 조 수 현

 

 

마타베라개미*

                                     - 조 수 현

 

흰 개미와 싸워 부상병이 생기면 위생병은

회복이 가능한 개미를 우선 후송 시킨다

상처부위를 합심하여 혀로 핥는다

구십 퍼센트가 회생되면 다음 전투에 보낸다

 

청소년 시절 어두운 여름밤

동네 동생과 마실을 나갔다

시골 고샅길에서 물컹물컹 뱀을 밟았다

 

놀란 독사는 쏜살같이 사라지고 없다

무서움은 어디가고 동생 물린 다리를

입으로 쪽쪽 빨았다

 

물린 상처는 다행이도 뱀독을 이기고

며칠 후 동생은 부기가 빠지고 걷게 되었다

개미의 상처도 사람의 상처도 일일구 긴급대책은

동료의 입으로 쪽쪽 빤 침의 살균력이다

 

미물의 개미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싸움터에서 부상병이 생기면

즉시 부상병을 분류한다

 

이런 인간의 지혜는

나폴레옹전쟁 이백년 전후에서야 알았지만

개미는 인간보다 훨씬 더 앞서 알았다

 

발 밑 개미라고 함부로 밟기가

, 조심스럽다

 

아프리카 개미

 

 

 

1976년 옥스퍼드 대학 교수인 생물 진화학자 리처드 도킨슨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출간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생물은 유전자 보존을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나 벌들이 자기 종족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개미나 벌이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형성된 유전자들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최적화하기 위해 유전자 변이를 거쳐 왔다면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일 터. 문제는 인류에게 해가 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를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재빨리 알아채지 못 할 때 벌어진다. 새로운 백신이 만들어지지 않는 사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독감이나 폐렴이 전국으로 퍼져나갈까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의술이 따라잡지 못하는 속도로 변이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전세기를 띄어 자국의 국민을 불러들이는 인간의 유전자.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고향 동생이 뱀에 물렸을 때 거침없이 입으로 쭉쭉 빨아 독을 빼낸 화자의 유전자가 아직 건재 한다면 승산은 있다. 

 

미물의 개미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싸움터에서 부상병이 생기면/즉시 부상병을 분류한다…….” 맞는 말이다. 세계 각국의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교민을 불러들이고, 자국의 비행기를 단속하면서 동족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당사국인 중국 역시 가급적이면 국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통제하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곳곳에 검역소를 설치하여 검역 강화에 힘을 쓴다.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을 치르는 이런 와중에 사뭇 다른 모습도 보인다. 한꺼번에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엄청나게 만들어내는 마스크가 동이 나는가 하면 발병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오는 중국 교민들을 격리 수용할 장소가 정해졌을 때 주민들이 반대하는 모습이 연일 뉴스 화면에 뜨기도 했다. 그런 한편 경찰서에 수십 박스의 마스크를 말없이 가져다 놓고 돌아간 익명의 중국 시민도 보인다. 개인주의와 공리주의, 이기주의와 이타주의가 교차하는 이런 현상 역시 보다 가까운 동족을 보호하려는 유전자의 간섭 때문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무의식적으로라도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천하는 발 밑 개미함부로 밟기가 참, 조심스럽다는 시적 화자의 말은 공감이 간다.

 

시인 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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