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을 내어주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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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을 내어주는 사랑
  • 최원영
  • 승인 2020.01.0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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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사랑이 진실하려면

 

 

풍경 #131. 사랑이 주는 선물

 

우리는 어떻게 멸망하는가, 라는 질문에 괴테는 사랑이 없어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다소 추상적인 말이기는 해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의 사랑 때문에 우리가 태어날 수 있었고, 그들의 사랑을 먹고 자랐으며, 어른이 되어서는 사랑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을 보면 삶에서 사랑을 빼면 얼마나 절망스러울까요. 그래서 괴테가 그리 말했나 봅니다.

한가로이 산책을 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문득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짧은 시가 생각났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이 시를 중얼거리던 중에 저의 지난날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이었던 저를 보았고, 온갖 핑계로 제 잘못을 감추려했던 비열한 저를 보았습니다. 오만한 저의 태도를 사랑으로 포장하고 살았던 저를 보았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입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떠벌려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해야 한다고 떠들어댔지만 정작 저 자신은 뜨거운 가슴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독자도 그의 작품을 싫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명작들의 주제 역시 사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사랑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사랑을 하면 그 어떤 존재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보이게 합니다. 마음에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 소개된 한 소년의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한 소년이 백화점에 들어가더니 매장을 둘러봅니다. 한참 후에 쑥스러운 듯 망설이다가 여자 속옷 매장으로 들어가서 이렇게 묻습니다.

, 내일이 엄마 생신이라 내의를 선물하려고 하는데 어떤 것을 선물해야 적합하죠?”

엄마 치수가 어떻게 되시니?”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면 엄마는 키가 크시니, 작으시니? 뚱뚱하시니, 날씬한 편이시니?”

엄마는 완벽해요. 우리 엄마는 굉장한 미인이거든요.”

점원은 가장 날씬한 치수를 예쁘게 포장해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다음날이었습니다. 소년이 다시 찾아와 속옷을 바꾸어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소년이 바꿔 간 치수는 속옷으로는 가장 큰 치수였습니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사회가 정한 기준과는 상관없이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소년의 눈에는 엄마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겁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니까요.

 

사랑을 하면 어떤 선물이 따라오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이야기가 리더의 칼이란 책에 나옵니다.

인기척이 들려 부인이 문을 여니까 백발이 성성한 노인 세 분이 서 있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분들이지만 부인이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몹시 시장해 보이시는데, 기왕 오셨으니 저희 집에 들어가셔서 식사라도 하시지요.”

우리 셋은 함께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단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왜요?”

저 친구 이름은 부귀이고, 저 친구는 성공이지요. 나는 사랑이라 하오. 부인, 집에 들어가 남편과 의논하시오. 우리 셋 중에서 누구를 집으로 들일 것인가를 정해주시오.”

의논을 했더니, 남편은 부귀노인을 모시자고 했지만 부인은 성공노인을 모시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때 엄마 아빠의 말을 듣고 있던 딸이 말했습니다.

사랑노인을 모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에 사랑이 가득 넘치게 말이에요.”

딸의 제안을 받아들인 부부는 사랑노인을 대문 안으로 들어오게 하자 다른 두 노인도 함께 들어오는 게 아닌가요? 당황한 부인이 말했습니다.

저희는 사랑노인만 청했는데, 왜 두 분까지 들어오시지요?”

사랑이 있으면 부귀와 성공도 함께 하는 거외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과 호흡하며 살면 부귀와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사랑이 주는 선물이 바로 부귀와 성공이니까요.

무엇을 내어주는 것이 사랑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몇 년 전에 한 지인이 제게 보내준 글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수도원을 찾아온 사람에게 수도사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만약 당신에게 금화 세 개가 생긴다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습니까?”

, 당연하죠. 모두 주겠습니다.”

그렇다면 은화 세 개가 생긴다면 어찌하겠습니까?”

그것 역시 모두 주겠습니다.”

그럼 동전 세 개가 있다면요?”

그건 안 되겠습니다.”

아니, 금화나 은화는 주겠다면서 동전은 안 되다니요?”

동전은 실제로 제가 가지고 있는 제 것이거든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누구나 나눌 수 있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나누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것이니까요. 그러나 사랑이 진실하려면 내 것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내 시간을 내어주고, 내 정성을 내어주고, 내 지식을 내어주고, 내 물질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니까요. 물론 아무런 목적 없이 말입니다.

새해에는 이런 사랑이 세상 곳곳에 깊고 넓게 스며들었으면 하는 기원합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의 사랑으로 인해 그 사랑이 주는 선물인 부귀와 성공까지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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