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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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4월
  • 최정해
  • 승인 2019.11.2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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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나의 시마을]
그리운 4월 - 최정해


 

 

 

 

 

 


그리운 4월
                                        최 정 해



나는 유모차에 탄
강아지를 밀고 갑니다
 
나무엔 벚꽃 잎이 휘날리고
하늘에 진눈깨비처럼 날리고

그 밑을 나도 지나고
강아지도 지나고
 
허리 굽은 할매가 가다말고
“너는 호강 한다 주인 잘 만나…” 합니다
 
어떤 젊은이는
“강아지는 걸어야 운동이 되지 왜 태우고 다녀요?”
말 합니다
 
우리 강아지 환자예요
못 걸어요 나이 들어서요
불쌍해서 바람 쐬러 나왔어요
 
그제서야 공원의 튤립, 데이지, 히아신스
고개를 끄덕끄덕
 
행인들 구경났어요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벚꽃 한 번 쳐다보고
나 한 번 강아지 한 번……
 
우리 집 강아지
하늘나라 가기 전
어느 해 4월……
꽃바람을 바쁘게 지나 갑니다

 

동물을 자기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일러 ‘펫팸족(pet-family族)’이라 한다. 애완동물인 ‘펫(pet)'과 가족인 (family)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펫팸족‘은 개나 고양이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자녀처럼 기른다. 강아지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부를 때에도 “아가야 엄마한테 오렴” 과 같이 부모나 언니, 누나, 형의 호칭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더한 경우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고양이 집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이 애완동물인 고양이에게 그만큼 헌신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비혼’이나 ‘독신주의’, ‘비출산’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분양 수요가 커지게 되었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반려 동물을 키우다 병이 들거나 죽게 되면 사람들은 무척 슬퍼하고 한동안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동안 외로움을 해소하고 기분을 전환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안 분위기가 밝아지는 등의 이유가 있는 만큼 자신들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에게 최선을 다 하게 된다. 한방의 영양식품이나 유기농 사료를 먹이고 고양이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보고,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여행 패키지 이벤트를 알아보고 반려동물을 지키는 인공지능 로봇을 사기도 한다. 반려 동물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만큼 사람들 역시 반려 동물에 대한 웰빙과 케어의 고급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일어나는데 반려 동물로 인해 이웃 간의 갈등이 생기거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다. 지난여름 우리 아파트에서는 밤이 되면 커다란 개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사나흘 일정한 시간동안 개는 그치지 않고 구슬프게 울었다. 누군가 개만 남겨 놓고 휴가를 떠났거나 어떤 사정이 생겨 개를 돌보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줄에 매여 울고 있는 개가 깊은 밤에 어른거렸다. 재작년 한 해 동안 유기된 반려 동물 숫자 또한 1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반려동물 분양업체가 성장하는데 한 쪽에서는 그 반려동물들이 버려지는 것이다.

「그리운 4월」을 쓴 최정해 님도 키우는 개와 행복한 날들을 보내왔다. 그 개가 이제 병이 들었지만 더욱 따뜻하게 보듬는다. 아픈 개를 유모차에 싣고 바람을 쐬어 주러 나온 것을 보면 반려 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반려 동물과 함께 한 시간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져 온다. 이런 생명의 경외감은 주변을 밝게 하는 동시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한 건강한 심신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쌓은 신뢰감이나 책임감, 이해심이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그대로 이어져 이들은 사회생활도 밝게 할 것이다. 팻팸족 천만 시대가 도래한 만큼 ‘동물’과 ‘인간’, ‘타인’과 ‘나’라는 공존문화에 대한 친화적 환경 조성이 실현된다면 삶에 대한 보람과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다.
 

 

 

 

시인 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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