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공존하지만 주체가 되지 못하는 비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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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공존하지만 주체가 되지 못하는 비인간
  • 황문정
  • 승인 2019.11.18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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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작가 사이버 갤러리]
(19) 황문정(설치) - 도시와 생태, 공간, 사물의 간극을 보다

인천in이 ‘인천작가 사이버갤러리’를 격주 연재합니다. 인천을 기반으로 꾸준히 활동하는 청장년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조망합니다. 인천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시민,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서게 하려는 기획입니다. 작가 추천에는 고제민(화가) 공주형(미술평론가) 구영은(우리미술관 큐레이터) 윤종필(문화기획자) 이탈(화가) 채은영(임시공간 대표) 님이 참여하고, 글 정리는 고제민 작가가 맡습니다.

 

다람쥐 계단

 
 
황문정
2014 글래스고 예술학교 Master of Letters in Fine Art Practice 졸업
2012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 졸업
 
개인전
2018 무애착 도시, 송은아트큐브, 서울
2016 방구석, 사이아트큐브갤러리, 서울
2015 Intervention: Brief encounters, 갤러리파빌리온, 하우스 포 언 아트러버, 글래스고

단체전
2019 APMAP 2019, 아모레퍼시픽 제주 오설록 티하우스, 서귀포
Summer Love,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Our Paradise, 아마도 멋진 곳이겠지요, 두산갤러리, 서울
코너스: 응답과 대응, 킵인터치, 서울
트라이앵글, 현대백화점 어린이 책 미술관, 판교
2018 대기만성적자, 플레이스 막, 인천
투명함을 닫는 일과 어두움을 여는 일, 강남아파트, 서울
2017 시간여행자의 시계, 문화역서울284, 서울
2016 Outskirts: 경계의 외부자들, 스페이스빔, 인천
을지로 휘트니스, 청계상가, 서울
2015 HUMAN : SCALE, 웨스트버리 아트센터, 밀턴케인스, 영국
2014 Discovering the Island, Fondazione Mandralisca, 체팔루, 이탈리아
Information Exhibition, 페이슬리 박물관, 글래스고, 영국
Iota Gallery M.LittExhibition, 이오타 갤러리, 글래스고, 영국
 
프로젝트
2017 AIR SHOP: 식물마스크 시리즈, 인천 중구의 빈 점포
2019 제로원 데이_Borderless Everything, (구)현대차 서비스센터, 서울
2018 제로원 데이, (구)현대차 서비스센터, 서울
 
레지던시
델피나 레지던시, 런던, 2019
ZERO1NE, 서울, 2018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7
국립고양레지던시, 고양, 2016
졸업생레지던시_웨스트버리아트센터, 밀턴케인스, 영국, 2015
하우스포언아트러버―에어본레지던시, 글래스고, 영국, 2015

 

 
<동구 화도진로7번길 작업실 황문정 작가>

 
  
 
<황문정 작가 >
 
황문정 작가는 조각을 전공한 뒤 입체작업을 시작하였다. 여러 레지던시를 거쳐 가면서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주로 공간, 장소, 사람, 생물, 비생물에 관심을 가지고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다양한 매체를 작업에 적용하고자 한다.
 
2014-2015년까지 영국 도심의 외곽에 위치한 레지던시에 머물면서 그 곳의 환경과 사람을 관찰하며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을 했다. 이 때의 작업에 식물이나 자연적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도시의 외곽이라는 장소적 특성이 반영되었음을 보여준다. ‘다람쥐 계단’은 맞은편 입구에서 각각 인간과 다람쥐가 통과할 수 있지만 출구는 오로지 다람쥐만 지나갈 수 있는 구조물로 건축물을 소비하는 주체를 반전시킨 작업이었다. ‘다생산 카트’는 런던 외곽의 특정 날씨 조건을 활용하여, 본인과 같은 떠돌이를 위해 다양한 동식물을 한정적인 공간에 기를 수 있도록 설계한 이동식 카트였다. 이처럼 황문정 작가는 레지던시에 머물면서 특정 지역의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대상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시기는 주로 이동이 잦다보니 작업을 보관할 수 없었기에 주로 물리적인 작업은 레지던시 기간이 끝난 뒤 폐기하고, 설계도를 가져가는 방식을 가지게 되었다.
 
2016년 이후 한국 내에 정착하게 되면서 도시와 비인간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확장하게 된다. 기존의 설치작업 뿐만 아니라, 비일상적 오브제 및 기계의 활용도가 높아졌으며, 쇼 윈도우 컨셉의 작업이나 빈 점포를 임대하는 등 기존의 한정적인 재료 사용과 장소사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황문정 작가는 2020년 인천의 ‘점점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인천에서의 실험을 지속하고자 한다. ‘영일상회_인천점’이라는 이름으로 작가들이 제작한 굿즈를 판매하는 기념품샵을 만들고자 한다. 인천에 관심이 있거나 인천에 머물렀던 작가들을 모집하여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기념품을 제작한다. 작가들은 ‘영일상회’라는 플랫폼을 통해 인천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재해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판매를 통해 경제적인 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관광객은 구매한 상품을 통해 인천의 지역적 특성과 역사적 인식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영일상회_인천점’은 신포로 어딘가에 따듯해지는 봄부터 주말상점으로 오픈 할 예정이다.

 

 
다생산 카트
 

 
<작가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도심과 외곽을 넘나들며 머무른 적이 많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도심의 계획된 풍경이나 외곽에서 펼쳐지는 예기치 못한 공간의 변칙들, 이야기들에 관심이가기 시작했다. 나는 도시의 살아남으려는 옛 것과 밀려들어오는 새 것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충돌, 그 틈바구니에 섞여있는 사람, 물질, 자연물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거주지를 자주 옮겨 다니긴 했지만, 나의 생활범위는 매우 좁고 미시적이다. 차도 없고 자전거 타기도 무섭고, 나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탐험하기도 낯설다. 어느 장소에서 이삿짐을 풀고 몇 주 생활해보면, 익숙한 생활반경이 생긴다. 내게 익숙한 지역 안에서도 돌아다니다보면 가보지 못한 구석진 장소들이 많다. 자세히 관찰하면 이 작은 생활환경에서도 마치 화수분처럼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런 순간을 이미지로 저장하거나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장소와 이미지, 오브제를 되새김질하고 네러티브를 만들어내면 이는 어떠한 아이디어들로 연결된다.
이 아이디어들은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 조각모음을 하듯 모인 이미지와 네러티브들은 짜깁기되고, 디자인되어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주로 생활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나 오브제를 활용하거나, 미디어에서 얻을 수 있는 소스들을 버무린다. 관객들이 직접 접촉하거나 이용해 볼 수 있는 형태의 입체작업을 만들거나, 작업을 통해 본인이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기도 한다.
 
최근엔 인간의 질서가 지배하는 도시에는 보이지 않는 층위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하의 식물 뿌리들, 지상의 썩은 것을 먹고 사는 곤충들, 위로부터 흘러 내려가 아래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인간보다 수명이 긴 유기된 데이터들 등이 도시의 지하세계 및 틈새 공간을 메우고 있다. 사람이 없는 도시의 가려진 공간에는 많은 존재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도시의 다층적이고 수직적인 레이어가 껍질처럼 벗겨져 한 공간에 놓여지고 조립되는 것에 대해 상상해 본다. 최근 작업한 ‘무애착 도시’와 ‘비인간들의 도시’ 보드게임은 이러한 도시 내부의 비가시적인 존재들과 지하 공간, 시스템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아파트, 가로등, 가로수, 벽돌담, 회양목 등은 도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이루지만 그 존재감이 잘 인지되지 않으며, 그들의 생성과 소멸의 시점도 불분명 하다. 이러한 도시구성 요소들은 풍선으로 출력되는데, 풍선은 공기와 껍질로 이루어져 언제든 치워질 수 있는 연약함과 어떠한 풍경에 놓았을 때 강력한 존재감을 동시에 표출한다. 바닥에 깔린 소금은 바다에서 채굴된 광물처럼 모습이 드러나고, 그 위로 보이지 않던 도시의 구성요소들 또한 채굴된 형태로 드러난다. 이 작업은 ‘비인간들의 도시’라는 보드게임의 시스템에 적용되게 된다. 이 보드게임은 전자동마작테이블을 개조하여 만든 게임으로, 도시에서 사람과 함께 공존하지만 주체가 되지 못하는 비인간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도시식물, 도시곤충, 도시동물, 도시유기데이터, 도시쓰레기로 나누어진 패는 도시를 배경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게 된다.
  
 
<작품세계>
 


AIR SHOP 식물마스크시리즈


AIR SHOP 식물마스크시리즈_2


무애착도시


비인간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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