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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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성찰"
  • 학오름
  • 승인 2019.10.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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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윤 평생공부독서당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홍동윤 평생공부독서당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인하대학교 후문 인근 주택가의 한 인쇄소. 시험 준비가 한창인 대학생들의 발소리와 프린트기 소리로 가득 찬 이곳에서 인천 유일의 인문학협동조합이 탄생한지 1년이 지났다.
 
"4년 전부터 인문학의 대중화 방안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협동조합 설립을 함께 준비하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생업과 재원문제 등으로 쉽지 않았죠. 포기할 수는 없어 내가 먼저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홍동윤(53) 평생공부독서당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 대표의 굳은 다짐 때문이었을까. 2018년 7월에 대학교수와 학원강사, 자영업자 등 각계각층 시민 60여 명의 뜻이 모아져 조합이 결성됐고 강연회, 세미나 등 다양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사색, 성찰함으로써 우리는 진실과 도덕, 나눔과 아름다움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 물음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평생공부독서당의 시민교육 프로그램은 인문학에 관한 것들이 많다. 인문학이 세상의 여러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해결하진 못하지만 ‘나와 인생’에 대한 성찰을 통해 내면의 성숙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홍 대표의 설명이다.
 
홍 대표의 신념을 바탕으로 조합은 지난 1년여 간 도서출판, 강의, 세미나 등을 통해 인문학 대중화를 위한 시민교육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기획한 ‘주역’과 ‘소크라테스’ 인문학 세미나로 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난 3월에는 인천평생교육진흥원의 ‘2019 인천시민대학’ 운영사업자로 선정돼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시민 교양강좌를 진행했다. 조합은 시민대학 첫번째 강좌로 민주시민교육 기초과정을 개설했고, 이어 민주시민교육 심화과정과 인문학 시민강좌를 열었다.
 
"시민교육은 한 명의 개인, 한 개의 조직 만으론 행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방식과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평생교육진흥원 같은 공신력있고 지속력있는 평생교육기관과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홍 대표는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다양한 갈래로 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재정, 성과 등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 교육주체들이 평생교육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2019 인천시민대학' 민주시민교육 기초과정 수강생들


홍 대표는 학창시절 소설가를 꿈꿨던 국문학도였다. 하지만 문학적 감수성으로 충만했던 청년이 마주한 것은 격동하는 1980년대였다. 홍 대표의 마음에도 작은 불씨가 타올라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홍 대표는 당시 학생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대학 4학년 때(89년) 전국대학연합 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90-93년에는 부산에서 노동운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년여 간 감옥살이를 했다.
 
이후 93년 겨울부터 현재까지 인천, 서울, 부천에서 국어와 논술을 가르치는, '꽤 잘나가는' 학원 강사·원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면서 생활인으로 회귀한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 속에서도 마음 한켠엔 갈증이 있었습니다. 다들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에 삶과 세상에 대해 논하는 공간이 부족하다 느꼈어요. 도와주는 역할 만이 아닌, 직접 참여하는 주체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홍대표는 시민들이 인문학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고, 그가 택한 곳은 인천이었다. 인천에서 나서초·중·고, 대학까지 마친 그가 인천에서 인문학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는 "어떤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토박이 근성이었다"고 밝혔다.

인문학 대중화 방안에 대해 4년을 고심한 끝에 마침내 지난해 7월 뜻을 함께하는 시민 60여 명과 인천 유일의 인문학협동조합인 평생공부독서당 사화적협동조합을 결성했다. 하지만 인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은 '더 나은 세상'이라는 보다 먼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할 일 또한 많다.
 
홍 대표는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을 사색할 수 있는 인문학 카페를 만드는 것이 인생 계획이라 말한다. 수천권의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토의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듬으로써 세상 흐름의 한 갈래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그의 목표다.
 
평생공부독서당의 향후 운영 계획 및 프로그램 등은 36개 인천지역 시민단체가 참여·결성한 인천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에서 논의중이다. 오는 11월 중순부터 서양문학에 내재된 성경 요소들을 분석하는 세미나를 열 예정이고 글쓰기 관련 시민참여 프로젝트, 에세이 등 도서출판 등도 계획하고 있다.

 
'2019 인천시민대학' 민주시민교육 기초과정 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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