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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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싶어요!
  • 장현정
  • 승인 2019.08.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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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아이의 놀이성 이야기 -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장
 
 종이컵으로 한참을 노는 아이. 
 

 아이가 있는 집에는 알람이 필요 없다.
 
“아빠, 일어나! 놀아야지”
“엄마, 일어나! 일어나!”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늦잠을 자는 일이 없어졌다. 더 어렸을 땐 새벽에 일어나서 자신이 일어났음을 알리며 빽빽 울어댔기 때문에 늦잠은 커녕 아침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고, 6살이 된 지금은 자신과 놀아야 한다며 엄마 아빠를 있는 힘껏 깨워대는 통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이는 주말에 엄마 아빠가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일찍 일어나 힘차게 놀아달라고 요구한다. 평일 날 겨우겨우 시간 맞춰 일어나 유치원을 가는 아이가 주말에는 7시가 되면 스스로 벌떡 일어나 “놀아야지!”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아이가 평일날 유치원 종일반을 마치고 집에 오는 시간은 저녁 6시, 밥 먹고 씻고 자기 바쁘다. 가끔은 아이에게 책 한권을 읽어주지 못할 때도 있다.
 
때문에 엄마 아빠가 주말에 늦잠을 자거나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만큼, 아이는 주말에 엄마 아빠와 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크다. 주말은 6살짜리 꼬마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순간이다. 6살 아이의 삶에도 해야 할 일들이 가득해서, 때때로 삶의 고단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6살은 부모들이 조급함을 느낄 수 있는 시기이다. 8살이 되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기 위한 기본적인 습관들과 배움들을 준비하게 된다. 아이의 친구들 중 몇몇은 한글, 수학 학습지를 시작하거나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영어유치원으로 아예 옮겨 가는 아이들도 있다.
 
자녀가 의무감으로 가득한 삶을 살기 바라지 않으나, 자녀가 성취감과 유능감을 느끼며 자신 있게 지내기를 바란다. 안하자니 불안하고 하자니 안쓰러운 이 현실은 많은 부모들의 딜레마일 것이다.
 
 한편, 우리 아이가 그렇게 놀자고 할 때는 집에서 ‘자유놀이’를 하자는 것이다. 용도를 잘 알고 있는 익숙한 장난감들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엄마와 아빠가 존재하고 있는 집놀이가 가장 좋다는 것이다. 주말에 하루는 '방콕'하며 온전히 놀아주어야 만족하며 행복해 한다. 종이컵 몇 개, 병뚜껑, 휴지 조각만 있어도 한참을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놀이와 아이들이 생각하는 놀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들은 진정한 자발성을 바탕으로 할 때 ‘논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 중에서 아이들의 자유놀이 시간이 많지 않다. 특히 초등학교 중간 학년 이후가 되면 아이들은 학습을 위해 놀이시간을 줄이게 된다.
 
학교에 아이들 집단 미술치료 활동을 하러 가면 늘 과제를 제시받던 아이들은 “뭐 만들어요?, 뭐 그려요?”라고 묻는다. 마음대로 만들라고 하면 낯설어한다. 치료실에 와서 이곳은 “몇 레벨이에요?”라고 묻는 아이들도 있는데 어린 아이들의 삶이 그렇게 ‘레벨’과 관련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아이의 전체 삶 속에서 6살, 지금처럼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지금은 무엇보다 놀이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제법 놀 줄 아는 사람’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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