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버넌스에 관한 두가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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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거버넌스에 관한 두가지 기억
  • 박상문
  • 승인 2019.07.0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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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문 /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지난 6월에 게재한 본지 「문화단상」에서 필자는 검여 유희강 선생의 유작이 성균관대학교박물관으로 기증되는 것처럼, 반복되는 인천문화 콘텐츠 유출 문제와 이에 대응하는 뒷북 문화행정을 개선하는 방안을 빠른 시일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행정의 문화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지역사랑과 문화예술인들의 문화적 역량이 조화롭게 상호작용할 때 가능한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 인천문화계가 조화롭게 상호작용하여 지역 내 문화현안을 풀어냈던 두 건의 옛 기억에서 위 문제들을 개선하는 한 방법으로 지역 내 문화 거버넌스를 어떻게 형성해야 되는지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기억>

1998년 IMF 때, 중앙정부는 국가재정 긴축을 위해 공무원 감축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정원에 30% 감원 안을 만드느라 혈안이 되었고 인천시도 정원 감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획안을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문화관광국」을 폐지하고 「국제투자유치국」을 신설하는 것이었다.
 
이 어처구나 없는 계획은 지역사회에 알려졌고 지역문화계는 즉각적으로 이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또한 일부 시의원들과 공조하여 토론회 등을 열어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행정조직 개편 안을 비판하였다. 하지만 당시 고위 공무원들은 ‘문화관광국’을 폐지하고 ‘국제투자유치국’을 신설하는 것이 인천시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여론을 호도하는데 앞장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워낙 컸기에 문화관광국 폐지 계획은 결국 파기되어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 해프닝으로 인해 인천문화계는 혼연일체가 되었고 일부 뜻있는 중간간부 공무원들은 이 논란을 해결하는데 힘을 보테기도 하였다. 이 일에 힘을 보텐 공무원들은 지역사회와 문화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소통하던 문화행정업무 담당자들이었다.
 
 
<두 번째 기억>


아래 글은 1997년 11월, 당시 최용규 부평구청장께서 해반문화포럼에 발표자로 참여하여 토론 마지막에 지역문화계에 당부했던 발언이다.
 
“문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끌어 갈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시장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과연 인천에는 그런 모임체가 있는지? 화가, 건축가, 교수, 코메디언, 가수, 배우, 디자이너, 영화감독, 소설가 등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서울의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왜 우리 인천에는 시장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그룹이 형성되지 않는 것인가? 인천에는 옛날부터 제대로 된 ‘쨍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모여서 인천의 문화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자원봉사 참모 그룹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교향악단 지휘자 파동이 나면 어느 누구하나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쩔쩔 매는 모습, 무용단의 파동 때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지역의 문화예슬인들, 왜 인천의 연극과 영화가 모두 죽은 듯이 되어 버렸는지?
이제 우리 끼니 걱정을 해결했다면 우리의 본 모습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1997,11.11 당시 최용규 부평구청의 해반문화포럼 발제문 중에서)
 
 
<첫 번째 기억>은 1998년 국제투자유치국을 적극 옹호하던 고위직 공무원들의 반지역성, 비문화적 시정운영에 그나마 지역성과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용감한(당시로서는 뜻있는 행위였다) 문화담당 공무원들이 있었기에 문화관광국 폐지안은 파기될 수 있었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기억>은 1997년, 당시 최용규 부평구청장이 선출직 공직자로서는 드물게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문화정책에 있어서 문화 거버넌스의 중요함을 역설한 내용이다, 아울러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와 문화예술계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 글이다.
 
최근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도시들이 많아졌고 이들 도시는 문화 거버넌스를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관주도형 거버넌스에 머물고 있거나 소통 없는 일방적 문화행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안타까운 일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시민과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민간주도형 문화 거버넌스를 형성해 갈 수 있을까?

첫째, 문화담당 공무원은 문화정책 전문성과 문화주의 실천 역량을 가져야한다.
둘째, 문화예술인은 문화발전을 위해 정파에 치우침 없는 문화정책을 제안해야한다.
셋째, 생활문화사업은 처음부터 지역사회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펼쳐져야 한다.
넷째, 지속적인 문화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해 당사자 간 신뢰관계를 적극 형성해야한다.
 
위와 같이 인천문화계가 조화롭게 상호작용하여 지역 내 문화현안을 풀어냈던 두 건의 옛 기억에서 지역 내 문화 거버넌스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간략하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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