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잃은 아기염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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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잃은 아기염소들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03.1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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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막내가 된 아기염소 - 글 문미정, 사진 송석영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장봉도 선착장에서 평촌 방향으로 차로 10분정도 가다보면 울창한 벚나무 고개길이 나오고, 고개를 넘어 내려와 끝자락에 한들해변으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 장봉도 유일의 주유소가 하나 자리하고 있는데, 전화를 미리 해야지 사장님이 자리에 계시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에 주유를 하러 가시거나 농협에 가시거나 출근을 하는 길이시거나 퇴근을 하시거나...  장봉주유소 사장님은 몇 안되는 비거주형 사장님이시다.
 
지난 2월 초, 아직 날이 추웠다. 사장님이 퇴근하시려는지 주유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동물 이동 케이지가 보이는 게 심상치 않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어떤 동물인지 물어 보기로 했다. 케이지 안에 있던 동물은 다름 아닌 새끼 염소였다.
“어머! 염소에요? 데리고 나가시게요?”
“얘 어미가 얘를 낳고 둘째를 낳다가 죽었어. 젖을 못 먹여서 내가 우유 먹이며 키워야 하는데 아직 어려서 이이렇게 데리고 다니면서 자주 줘야 해.”
“그럼, 퇴근 할 때마다 데리고 나가세요?”
“하루 세 번 이상 먹여야 해서 당분간은 이렇게 데리고 다녀야 해.”
“어머나, 신기해라. 잘 크는지 가끔 보러 와도 되어요?”
“응, 언제든지 와요. 나 없으면 여기 화장실에 넣어두니까 언제든지 와서 보고 가”
 
한 달 정도 지났을까?
매주 육지를 나가서 그런지 섬에서의 일주일은 매주 급히 흐른다. 아이들과 염소구경을 가기로 해놓고 한 달이 지나서야 염소를 보러 가게 되었다. 아기염소는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작은 뿔이 머리에 자라고 있었다. 아기염소는 사장님 주변을 떠나질 않고 계속 쫒아 다녔다.
“와! 벌써 이렇게 컸어요?”
“응 아주 똘똘하고 좋아. 이름이 똘똘이여 똘똘이”
“아저씨, 이렇게 어미 없는 염소 또 생기면 우리가 키워도 되어요?”
“응. 그럼 그럼. 돼지.”
 
이렇게 다짐을 받고 몇일 후,
주유 때문에 주유소를 들렀는데 보자마자 사장님은 지나 번 이야기를 기억하시며 해보겠냐고 물으신다.
“네, 데려갈게요.”
“아~ 이번 애는 엄마가 애 젖을 안줘. 나 이런 어미는 또 처음보네.
무슨 어미가 애 젖을 안줘? 아주 새끼가 눈물을 질질 흘리고 하루 종일 울어서 애처로와 못보겠어. 가서 한번 우유 주면서 키워봐요. 재밌을 겨”





그렇게 해서 우리에겐 새식구 ‘깜지’가 생겼다.
첫날은 잠자리가 바뀌어 그런지 새벽에 깨서 울고 보채서 온식구 잠을 설치게 하더니 다음 날 부터는 아침까지 곤하게 아주 잘 잔다. 배가 고프거나 심심할 때는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니며 운다. 우유를 주거나 안아줘야 조용해 져서 온 식구가 염소를 안고 있는 모양새가 딱 막내다.





위탁을 받은 그날로부터 온 동네에 소문이 난 아기염소를 구경하려고 매일 같이 동네 아이들이 모여든다.
염소 무리 잊어먹지 말라고 염소 우리를 찾은 날엔 동네친구들도 함께 했다.
사실 인천으로 나가는 주말엔 사장님께 다시 맡기기로 했는데 막상 주말이 되니 두고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일요일엔 교회까지 데리고가서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믿지는 않지만, 사장님 말씀으로는 개보다도 아이큐가 높다 한다. 축협에서 근무하는 내 친구는 개보다도 사람과 친화적인 동물이라 정이 많이 들어 나중에 떼어놓기 힘들거라는 걱정부터 한다.
염소 한 마리를 사료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키우려면 우유 값이 40만원 정도가 드는데,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보통 농가에서는 이런 경우 그냥 폐사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처럼 마음이 모질지 못한 사람들은 돈을 떠나서 이렇게 자식처럼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똘똘이’도 ‘깜지’도 모두 엄마 잃은 아기 염소다. 그래도 같은 염소는 아니지만 사람 엄마들이 있어주어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해 간다.

외로운 청소년 시기를 보냈던 나도 어떤 면에서는 이 아이염소 같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나에게 엄마가 되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기 염소! 잘 키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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