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드는 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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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드는 나의 꿈’
  • 학오름
  • 승인 2018.12.0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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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한지공예동아리 강사
 
 
          정순자 강사가 자신이 만든 종이공예 작품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집 밖으로 나오세요. 집에 들어앉아 있으면 우울증만 생겨요. 그걸 깨고 나와야 해요. 숨어있지 않고 과감히 나오면 길이 보이기 마련이에요.”

정순자(64)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강사가 좌절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집 안에만 머물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하면서도 끌림이 있었다. 목소리의 울림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의 말이 가깝게 와닿는 것은 자신이 장애인(지체장애 3급)이고,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이다. 교통사고는 1994년 강원도 정선 진고개에서 일어났다. 정 강사는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쳐 신경 손상으로 오른쪽 대퇴부에서 발목까지 움직이지 못한다. 구부리지 못하고 뻗쳐 있는 상태로 생활한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장애인이 됐어요. 나이 마흔이었어요. 자식들은 어렸고, 막막했지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렵고 아는 것도 없었어요.”

지금은 자식들 모두 출가했지만, 그때 1남 2녀는 아직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어느 날 병원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짚고 다니던 목발과 의족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의족은 80만원을 주고 맞춘 것으로 80만원은 당시 적은 돈이 아니었다.

“목발과 의족을 계속 사용하면 계속 의지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버렸고, 버스도 타고 다니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지요.”

 
          정순자 강사와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한지동아리 '종이로 만드는 나의 꿈' 회원들.


지금은 매주 화, 목요일 이틀을 계양구 작전동에서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있는 부평구 일신동까지 1시간 30분 동안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온다.

“장애인 콜택시는 대기자가 너무 많아 버스를 이용합니다. 버스에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리니 눈치를 안볼 수 없죠.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기다려 주지 않는 버스 기사분들도 종종 있어요.”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은 하루 평균 250여 명의 장애인들이 이용한다. 장애인들은 이 곳에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한다.

그는 2010년 비누공예자격증을 시작으로, 올해 원예자격증까지 한지공예, 압화, 냅킨, 리본, 선물포장 등 7개 자격증을 땄다. 

“열심히 배웠어요. 자격증을 어떻게 써먹느냐는 생각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중엔 다 써먹게 되더라구요.”
 
그가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한지동아리는 2006년 결성됐다. ‘종이로 만드는 나의 꿈’이 동아리 이름이다.

지금 동아리 회원은 정 강사를 포함해 장명희, 이선희, 양경화, 노은영, 공나경씨 등 6명이다. 이들은 한지로 보석함, 사진틀은 물론 옷장, 서랍장 등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한지는 목재보다 가볍고 튼튼하단다.

 
          정순자 강사가 학생들에게 한지공예 강의를 하고 있다.


동아리 결성이 10년을 넘으면서 회원들의 실력도 탄탄해졌다. 실력이 밖으로 알려져 정 강사를 비롯해 ‘종이로 만드는 꿈’ 회원들은 외부로 강의를 나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다.

부평구 동수역 인근에 있는 성동학교와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동그라미’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서울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구청이나 공공기관에서 자격증 강좌를 많이 개설하고 있어요. 하지만 자격증이 있어도 불러주는 데는 없어요. 비장애인 강사들이 맡고 있는 강좌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게지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는 듯해서 서운할 때가 있어요.”

그와 ‘종이로 만드는 나의 꿈’ 회원들은 꿈이 있다. 통영으로 여행을 가는 꿈이다. 왜 목적지가 통영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냥 통영이었으면 좋겠단다.

동아리 회원 6명이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특장차가 있어야 한다. 동아리 회원 이선희씨가 휠체어를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이 테이블에 앉아 한지공예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요. 누군가 기회를 마련해 여행을 같이 가자고 말을 했고, 모두 좋다고 동의했어요. 바다를 보면 막힌 가슴이 탁 트일 것만 같아요. 통영으로 같이 여행가는 날이 꼭 오겠지요.”

그와 동아리 회원 5명은 오늘도 함께 그들의 꿈을 꾸고, 또 가꾸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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